'2023/01'에 해당되는 글 3건

  1. 수조 2023 2023/01/30
  2. 어떤 주정 2023/01/17
  3. 언젠가 사월이면 2023/01/12

수조 2023

from photo/etc 2023/01/30 21:02
그만 없앨까 진지하게 고민하던 수조의 위치를 옮기고 며칠 뒤, 더 유지하기로 마음먹은 김에 바닥에 적사를 깔았다. 탱크항 칠 개월 만이다. 어제 아침 무렵 조명을 켰을 때와 한낮 조명을 껐을 때. 마음에 들기도 하고, 많이 바꾼 기념으로 남겨 둔다. 갤럭시 A32.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Tag //

어떤 주정

from text 2023/01/17 18:18
맞아요, 인생은 슬픈 구석이 있어요. 네, 건배. 그래요, 소멸이 예정되어 있고 이별이 예정되어 있으니까요. 그럼요, 살아있을 때에도 온전할 수 없고 만날 때에도 제대로 알거나 소통할 수 없지요. 그게 인생의 참맛이니 어쩌니 해도 슬픈 건 어쩔 수 없겠지요. 아무렴, 인생이 슬프거나 말거나 그게 뭔 대수일까요만. 네, 어제는, 그래요, 어쩌면 내일은, 달랐거나 다를 수 있을 거라는 건 말도 안 되고 말고요. 네, 한 병 더. 그렇지요, 그렇게 욕망을 소진하고, 흥미를 잃고, 약간의 강박과 약간의 관념에다 약간의 소신을 더하다 보면, 종착이지요. 일찍이 배운 바를 늦게까지 잘 지킬 수 있기를 바랄 뿐. 아무렴요, 서글픈 일이고 말고요. 그래요, 건배. 그런데, 사는 게 또 아무 것도 아닌 게 아무 것도 아닌 게 아니고, 별 게 또 별 게 아니기도 하더란 말이지요. 다 놓아도 놓지 않는 그것도, 꼭 붙잡던 어떤 것도 다 놓을 때가 있더란 말이지요. 네, 위하여. 애정보다는 우정을, 사랑보다는 의리를. 그렇지요. 누가 말했던가요, 무엇으로부터 자유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위한 자유인가. 그런데 말입니다, 무엇을 위한 자유인가도 좋지만 무슨 수로 자유인가 묻지 않을 수 없더란 말이지요. 좋지요, 한 병 더. 그럴 리가요, 해답이 사랑이거나 운명일 수는 없지요. 그렇고 말고요. 네, 그저 하나의 똥덩어리일 뿐이지요. 똥통을 헤쳐 나가는 우아한 똥덩어리, 필시 똥통을 이루고야 말 행복한 똥덩어리들일 뿐이지요. 그럼요.

언젠가 사월이면

from text 2023/01/12 18:05
폭포는 그 이름이 폭포요, 들에 핀 꽃은 그 자체가 들에 핀 꽃이다. 소한과 대한 사이 가는 햇살에도 산이 무너지고 멀쩡하던 연인이 헤어진다. 누구는 자빠지고 누구는 자빠진 김에 일어나지 않는다. 수염이 자라고부터 꼬박 일주일을 면도하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이 겨울, 침묵을 두고 너도 멀리 가려느냐. 면역은 쉽게 얻어지지 않는 법, 문득 옛날이 그리워 송창식과 한영애의 목련을 반복하여 듣는다. '가만히 떠는 그 물'과 '늦가을 설운 정'을 생각하며 오래된 나무의 도수에 취한다. 바깥 세상에도 어느새 노을이 진다. '언젠가 사월이면' 너도 아름답게 물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