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짧은 휴가. 목요일엔 CGV에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님은 먼 곳에'를 보고, 금, 토 이틀은 경주엘 다녀왔다. '놈놈놈'은 칸 버전을 보았는데 기대 이상이었고, '님은 먼 곳에'는 조금 기대 이하였다. 바람 한 번 쐬지 않고 지나면 아쉬울 거라고, 물놀이와 신라밀레니엄파크 구경, 하루씩 일정 잡아 또 만만한(?) 경주를 택했다. 수영장은 어릴 때 딱 두 번 가본 것 말고는 첫 출입이었다. 준비된 두 분과 달리 수영복도 수모도 없이 갔다가 대여가 되지 않아 적지 않은 돈을 주고 별로 맘에 들지도 않는 것까지 사서 '뭔가 해내는' 기분으로 들어갔는데, 나쁘진 않았다. 어쩌면 수영복 아까워서라도 종종 갈지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그보다, 키 108센티미터 이상은 절대 혼탕을 허용할 수 없다는 완강함에 밀려 처음으로 서연이와 목욕탕엘 같이 들어갔는데, 아주 좋았다. 아들 가진 세상 아비들이 흔히 같이 목욕하는 즐거움을 거론하는 이유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신라밀레니엄파크는, 물론 상업적 이해에 따라 지어진 것이지만, 옛 문화 재현의 우리식 얕음과 상스러움의 표본을 보는 듯해 마뜩잖았다. 그래도 마상무예와 더운 날씨에도 열성적인 연기자, 친절한 직원들이 인상적이었다.
동대구역, 경주역, 간간이 내리던 비, 택시, 경주교육문화회관, 라면, 김밥, 못난이 수영복, 수모, 야외수영장, 사우나, 거구장, 순두부찌개, 해물된장찌개, 삼겹살 삼인분, 누룽지, 생맥주광장, 노가리구이, 훈제치킨, 엄청난 소낙비, 파라솔, 조식 뷔페, 신라밀레니엄파크, 화랑의 도, 천궤의 비밀, 호낭자의 사랑, 석탈해, SFX 스테이지 쇼, 밀레니엄 매직 쇼, 셔틀버스, 경주역, 대구역, 미원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