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6 서른두 번째 롤

from photo/M6 2013/03/09 20:35
첫 번째 사진을 보니 지지난해 가을부터 들어있던 필름이로구나. 잔인한 봄은 또다시 찾아오고, 한 세월은 가볍게 무너진다. 지나가는 것들아, 더는 돌아보지 마라.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summicron 50mm 3rd, 코닥 컬러플러스200

M6 서른한 번째 롤

from photo/M6 2011/05/05 23:44
첫 번째 사진을 가만 보니 지난해 아버지 생신 축하연 때 찍은 것이다. 필름을 넣어둔 지 오래되긴 하였으려니 하였지만 오늘 찍은 마지막 사진까지 꼬박 일 년이 넘었을 줄은 몰랐다. 냉장고에 있는 필름들도 거진 유효기한이 지났거나 얼마 남지 않았겠다. 오랫동안 M6과 D50을 처분하고 후지 X100으로 갈아탈 생각을 하였으면서도 출시 이후에는 막상 저지르게 되질 않더니 불쑥 다시 불이 붙기도 한다. 그래봤자 술 마실 일도 아닌데 실행할 턱이 없겠지만 말이다. 에어컨도 그렇고 컴퓨터도 그렇고 여러 날 알아보고 재어보고도 어째 마지막 한 걸음이 떼어지지가 않는다. 무기력이 천성처럼 내려앉은 것일까. 그러고 보니 부질없는 것은 매한가지로되 덕을 보는 놈은 다 따로 있는 것이로구나.

서연이가 그만두었던 바둑을 다시 시작하였다. 지역 연구생 제도가 활성화되면서 여러모로 인연이 닿아 다시 시작한 것이다. 얼마나 계속할는지 알 수 없으나 미련이나 아쉬움은 없을 터이다.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summicron 50mm 3rd, 후지 오토오토400

M6 서른 번째 롤

from photo/M6 2010/03/21 22:05
나나 내 가족 또는 나와 가까운 사람이 그 같은 상황에 처할 경우나 가능성에 대한 고려, 적어도 그 정도의 분별력을 갖는 것이 세상일을 꾸미거나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가 아닐까. 자신의 안위를 바탕으로 쉽게 타인의 삶이나 병리적 현상들을 재단하는 사람들과 세태가 갈수록 두렵다. 망가져가는 세상을 바라보며 새삼 '거대한 기획'이 절실함을 느낀다. 설령 아무것도 멈추거나 바꿀 수 없을지라도 어떤 커다란 기획을 염두에 두고 모색하고 저지르는 일을 그만둘 수는 없다. 뭣하면 쭈그리고 앉아 비명이라도 지르고 꼬부라진 혀로 주정이라도 부릴 일이다. 왜 아니겠는가. 그렇게라도 꿈틀, 살아야 하는 것을.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summicron 50mm 3rd, 코닥 컬러플러스200

M6 스물아홉 번째 롤

from photo/M6 2009/02/02 05:19
ISO 100짜릴 갖고 어두운 실내에서 용케 찍혔다 싶다. 롯데시네마에서 서연이와 0124님은 맘마미아를, 나는 눈먼 자들의 도시를 본 날부터(오래되긴 했나 보다. 벼랑 위의 포뇨를 함께 본 날인 줄 알았더니, 핀잔 듣고 수정했다. 포뇨 본 날 갔다는 와인 앤 스피릿은 더욱 기억이 없었다. 잭콕까지 먹어 놓고는) 어제, 봄날 같았던 휴일 한낮까지. 그 사이 어느 밤에는 혼자 적벽대전 1, 2를 달아서 보았고, 다시 홍어 삼합과 오징어 통찜의 내장에 맛을 들여 틈나면 순례하고 있으며, 생업은 바빴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았다. 책과 음악은 멀리하였으며, 두 주째 토요일 오후에는 이 치료하는 서연이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손아귀의 힘을 느낄 때마다 아비의 심정으로 늙어간다. 늙기는 하는데 여덟 점으로 내려앉은 녀석의 바둑을 닮아 그런지 어째 전체 판을 읽는 수는 줄어만 간다. 독사에게 발목을 내미는 어린 왕자의 시린 마음이 그립기도 한 것이다. 이 새벽, 어느 별에서는 피지 않은 꽃망울이 지고, 어느 별은 궤도를 슬쩍 틀어 전부를 바꾸고야 만다.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미쯔비시 수퍼mx100

M6 스물여덟 번째 롤

from photo/M6 2008/11/14 05:28
제 자식 얼굴과 몸짓이 담겨 있어 더욱 그럴 테지만, 스캔한 걸 처음 모니터로 볼 때는 이번에도 그럴듯한 사진이 하나도 없구나 하다가도, 막상 올리려고 한 장 한 장 뺄 때엔 열두 번도 더 고민하게 된다. 삶에서도 무언가를 하나하나 덜어내는 기분일 때가 있다. 비어야 채운다지만, 어설픈 비유일 뿐이고, 채우고 싶은 욕심일 뿐이다. 그나마 사진을 고르듯 골라서 덜어내는 것이면 나으련만, 안 그래도 앙상한 마음들이 파르르 떨릴 때가 있다. 무릇 밀려나는 가슴이야 밀어내던 가슴을 헤아릴 길 없는 법, 문득 그렇게 지나간 사진들이 밟힌다.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코닥 포트라160vc

M6 스물일곱 번째 롤

from photo/M6 2008/10/14 01:59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시골 외가에 다녀왔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다 돌아가시고 이제는 빈집을 막내 외삼촌이 텃밭 가꿔 가끔 들르시는 곳이다. 어린 시절 기억이 많은데다 무척 오랜만이라 가기로 한 열흘쯤 전부터 괜스레 설레고 들뜨곤 했다. 마을도 집도 바뀐 데가 많아 그 시절 같지 않았지만, 늘 그랬듯, 곳곳에 지나간 자국들이 도사리고 있다 튀어나오곤 했다.

서연이 녀석은 하루 전 금요일 유치원에서 고구마밭 체험 행사를 갔다 왔는데, 이번엔 1박2일 시골 체험이라 일러두었더니, 주워섬기기를, 호박 따기 체험, 고추 따기 체험, 땅콩 캐기 체험, 잠자리 잡기 체험, 많이 먹기 체험, 어쩌고 해가며 기대한 대로 마음껏 뛰고 신나게 놀았다. 이웃 친척 어른 집에 일찍 어머니를 여읜 일곱 살 민식이가(서연이에게는 아저씨뻘이다. 마을에 아이라고는 혼자밖에 없어 애처로웠다) 좋은 동무가 되어 주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것저것 녀석 깊은 곳에 스민 게 많았으리라.

해질 무렵의 순간적인 정적과 긴 산그늘, 그 서늘한 기운, 그리고 겨울 해처럼 가늘고 따사로운 아침 햇볕은 나기도 전에 있었던 어떤 기억을 다시 깨운 듯 낯설지만 낯익은 것이었다. 하마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 기운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시간을 잊게 하고 일상을 멈추게도 했다. 돌아왔을 때는 다른 세상에서 돌아온 기분이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가슴 밑바닥부터 시리고 서늘하던 그 기운, 일찍 불 꺼진 집집처럼 삭고 소멸하는 것이 애가 저리더니, 며칠 또는 평생 그게 반복되다보면 죽음도 이별도 대수롭잖게 여기게 될까 하는. 죽음도 이별도 애초에 대수롭잖은 게 아닐까 하는.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코닥 프로이미지100

M6 스물여섯 번째 롤

from photo/M6 2008/10/06 22:54
근 석 달 열흘 만에 M6에 필름을 넣어보았다. 지난 금요일 앞산에 바람 쐬러 갔을 때, 그리고 다음 날 신천에서. 더위도 더위였고 맨날 똑같은 사진만 찍는 것 같아 좀 다른 걸 찍어보자 하던 것이, 맴맴 그 자리다.

신천에 간 날, 중동교 계단을 내려 신천으로 들어서자마자 방송국에서 접근해와 서연이를 잠깐 촬영하고 인터뷰한 게 오늘 저녁 대구MBC '생방송 전국시대'에 방영되었다(내 뒤통수와 한쪽 어깨도 잠깐 찬조 출연하였다). 6미리로 스케치만 하듯 한 거라 나오기나 할까 했던 것이 내 눈으로 보기엔 썩 잘 나왔다. 사는 동네와 함께 이름까지 자막으로 떠 더 그럴듯해 보였다. 녀석의 말은 딱 한 마디, 물고기가 땅 위에 있는 게 신기해요.

* Leica M6, summicron 50mm 3rd, 코닥 포트라160vc

M6 스물다섯 번째 롤

from photo/M6 2008/07/05 22:29
이러나저러나 시간은 저 먼저 흘러가고 기다려주지 않는다. 때때로 그 시간을 좇지 않는 것으로 위안을 삼기도 하지만 이 시간도 저대로 흘러가고 만다. 아무려나. 우연찮게 손에 들어온 유효기간 일년 지난 필름, 마지막 한 장 찍고 나서 벤치에 앉아 문득 올려다본 하늘은 초록이 대세였다.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코닥 골드100

M6 스물네 번째 롤

from photo/M6 2008/05/27 22:42
지난 22일 저녁, 수성아트피아에서 끌로드 볼링의 재즈 공연을 봤다. 트리오, 퀸텟, 보컬까지. 보는 내내, 제대로 해석하는 놈도 대단하지만 만들어내는 놈에 비할까, 생각이 맴돌았다. 인생 참 제대로 즐기는 노인네들과, 잘 어울리는 청춘(?)들이었다. 공연 끝나고는 늦었지만 한 오년여 이어오던 한 모임의 사실상 마지막 모임이 있어 들렀다가 마침 자리가 파하여 몇몇 얼굴들만 보곤 괜한 마음에 찬 소주만 약간 비웠더랬다.

남들 쉬지 않는 날 쉬는 건 참 맛깔스런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오늘처럼 더운 날 나돌 생각을 했다니, 이발하고 신천 조금 걷다 곧바로 궤도 수정하여 CGV에서 인디아나 존스를 보고 잠깐 선선한 저녁 바람을 즐기곤 들어오고 말았다. 밤부터 비가 온다는데, 수성아트피아에서 0124님 기다리는 동안 잠시 찾았던 행운 또는 행복의 이파리도 함께.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후지 오토오토400

M6 스물세 번째 롤

from photo/M6 2008/05/18 23:43
얼마 전, 포항 간 첫날, 죽도시장 안 횟집에서 점심 겸 소주 한 잔 하면서 그저 건배하기 맨송맨송하여 '우리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하고 셋이서 잔을 부딪친 적이 있다. 언제부턴가 서연이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술을 따르는 것은 온전히 이 녀석의 몫이며, 건배할 때 행여 빼놓았다간 심술기에 한참 술맛이 달아나기 일쑤다. 물 잔이나 음료수 잔으로 꼭꼭 같이 잔을 부딪쳐야 하며, 자주 먼저 잔을 드는 바람에 잔을 비우는 속도가 빨라지기 예사다.

어제 '아지야'에서 청주, 오늘 '예궁'에서 고량주 마시는 자리에서 이 녀석의 건배사가 걸작이었다. "우리, 가족을, 위하는데, 건강하고, 행복은, 창문을 타고 오는데, 바람이 불고, 그런데, 위하여." 아지야에서 첫잔 비울 때 열린 창문을 보며 한 녀석의 건배사이다. 우리가 웃고 즐거워하니까 재미를 붙였는지, 매번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재미난 건배사를 해냈다. '합류하다가', '회항하여' 같은 표현까지 곁들여 길게 이어갈 때는 꽤나 놀라기도 했다. 기억나는 게 많지 않아 아쉽다.

철들려면 멀었다지만, 나이를 그렇게 썩 헛먹지는 않았을 터, 빨리 잊는 법, 쉽게 타협하는 법도 익혀 왔는걸, 시시한 세상이 가까워지면 안타까운 일도 그만큼 줄어들 테지. 성장(盛裝)한 여인처럼 불쑥 다가선 봄은, 그렇게 갈 테고, 시시한 세상도, 이 봄도, 언제 그랬냐 할 테지.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코닥 프로이미지100

M6 스물두 번째 롤

from photo/M6 2008/04/28 22:43
지난 목요일, 처음인 듯 평일에 둘이 시간을 맞춘 날, 서둘러 CGV에서 테이큰과 버킷 리스트를 보고 이이팔기념중앙공원에서 여유있는 하오의 공기를 즐긴 후 서연이를 데리고 렌스시에서 도다리를 먹었다. 그리고 어제는 앞산에 올랐다가 영대네거리까지 걸어 내려와 솥뚜껑삼겹살, 피쉬앤그릴, 노래방까지 내달렸다. 등산하고 나서 먹는 소주 섞은 맥주 맛은 참 일품이라 아니 할 수 없다(물론 몇 잔까지 그렇다. 그 다음부터 먹는 것은, 그때그때 달라서, 누가 먹는 건지 모른다). 그 바람에 다음날 못 견딜지라도(그래, 이제 좀 살살 사귀어보자고, 친구).

당신은 지금, 옆에 있는 사람 말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는가.
노래를 부를 때나, 혼자 밥을 먹을 때나, 차창에 비친 얼굴에 문득 눈물이 맺힐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는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을 때, 즐겁게 술을 마시다가, 차창에 비친 햇살에 언뜻 눈물이 흐를 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그 사람 생각에
폭음을 하고, 노래를 부르고, 거리를 헤매는
독한 사람이 있는가, 말이다.

이이팔기념중앙공원에서 혼자 한참을 노래 부르더니 문득 울어버린 여자가 있었다. 그러고도 오래도록 노래를 부르고는 나비처럼 어디론가 가버렸다.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사람 때문이었다면, 그 사람은 그 여자가 자기를 생각하며 노래 부르고 울었다는 걸 과연 알고 있을까. 알 수 있을까.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코닥 포트라160vc

M6 스물한 번째 롤

from photo/M6 2008/03/03 00:21
이 초라한 블로그가 나에게 가져다 준 게 적지 않다. 작은 허세일망정 지키게 하였으며, 단순한 기록을 넘어 생활을 반추하게 해 주었다. 살다보면 생기기 마련인 크고 작은 매듭마다 잊지 않고 새길 수 있게 하였으며, 서연이의 소중한 성장 과정을 간직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그보다 더한 것들도 주었다.

한동안 이 블로그에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다. 말이 그대로 거짓이 되든, 사는 모양이 거짓을 증거하든 할 거라는 예감에 눌린다. 스스로를 배반하는 걸 언제, 어디까지 용납할 수 있을까. 스스로가 이기든, 배반이 이기든, 멋지게 타협하든, 죽도 밥도 절도 다 떨어지든 할 테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다.

* Leica M6, summicron 50mm 3rd, 후지 오토오토400

M6 스무 번째 롤

from photo/M6 2008/03/02 23:53
신상에 제법 큰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아마 더 있을 것 같다. 진득하니 뭔 일을 못하는 놈이 딱 때가 된 게지, 하다가도 이게 영 엉뚱한 데로 접어드는 건 아닌가, 한다. 자꾸만 어디서 본 듯한 이미지 같지만, 두 번째 사진이 무척 마음에 든다.

* Leica M6, summicron 50mm 3rd, 코닥 프로이미지100

M6 열아홉 번째 롤

from photo/M6 2007/12/15 22:19
맑은 가을날 산에 올랐을 때부터 사진이니 오래 되어도 한참 오래 되었다. 한 롤 맡기나 두 롤 맡기나 가격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데, 두 롤 모으려면 봄은 되어야 할 것 같아 나간 김에 맡겼다. 어떤 예쁜 이미지를 찍어보고 싶단 생각을 문득문득 하곤 하는데, 언제 한 장이라도 찍어볼지 모르겠다.

중앙통 거리는 그래도 성탄과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분주한 사람들 가운데 천천히 먼 길을 가는 사람들 생각에 잠시 잠겼다. 찬 바람에 담배 연기가 한참 머물다 흩어지곤 했다.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코닥 포트라160vc

M6 열여덟 번째 롤

from photo/M6 2007/10/19 01:41
지난 일요일, 모처럼 산엘 올랐다. 서연이가 잘 걸어준 덕에 충혼탑 옆 주차장에서부터 약수터 조금 위까지 오를 수 있었다. 저녁에 신천이라도 매일 걸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정색을 하고 책으로 펴낸 글보다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 더 살갑고 재미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웹에서는 뜻은 좋으나 여러모로 문장이 난삽하여 얻을 것만 얻고 지나치게 되는데 막상 펴낸 책은 잘 다듬어져 있어 마음에 드는 경우도 있다. 앞의 것은 정민의 책 읽는 소리를 다 읽고나서 느낀 것이고, 뒤의 것은 우석훈의 책들을 짧게 훑어보고 느낀 것이다. 선비의 삶을 비롯하여 옛글을 읽는 재미야 유별난 데가 있지만(특히 정민처럼 문장이 좋은 경우에는 더욱), 한 가지, 술 익었다 대신 부르러 가고 편지 전하러 가는 종놈이나 당시 세상을 떠받치던 생산자들의 눈과 세계는 어쩐단 말이냐,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다. 조선일보 기고 글이 많아서일까, 괜한 트집이라도 잡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킹콩을 빌려다 봤는데, 다른 건 다 몰라도, 킹콩이 많은 일을 끝낸 것처럼 앉아 노을을 바라보는 모습은 오래 안 잊혀질 것 같다. 그 장엄함과 우수라니.

평생 마실 술의 총량이 정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노을처럼 오래 오래 붙들고 싶다. 인정이고 술이고 아낄밖에.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후지 오토오토400

M6 열일곱 번째 롤

from photo/M6 2007/10/19 01:07
마음에 바람 불고 늦게 난데없이 비 내리던 날 그때, 그리고 녀석의 네번째 양력 생일날.

어쩌다 여의도에 갈 때마다 대통령 후보를 만나게(?) 되는데, 지난 대통령 선거 때에는 당시 민주당 경선 후보이던 노무현을 욕탕 안에서 만나 목례를 주고받은 적이 있으며, 얼마 전에는 탈의실에서 후보 확정 직전의 이인제를 만나 악수를 나눴는데, 이번에는 야밤에 맥주 한잔하다 권영길 후보와 일행들을 만나 몇 차례 악수를 하고 몇 마디 말도 나눴다. 일행 중 한 분은 자꾸만 나에게 면이 익다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다.

이번에 난생 처음 한강 유람선을 타보았다. 누구라도 한 번 타보고는 다시 타진 않을 것 같았지만(만나는 상대가 바뀐다면 모를까), 뱃전에 서서 바람을 맞는 기분이 상쾌했다. 조각난 달이 계속 따라다녔다.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코닥 포트라160v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