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해당되는 글 8건

  1. 꿈결에 2017/10/09
  2. 꿈길 2014/11/14
  3. 꿈, 가을 2010/09/26
  4. 꿈 2 2009/01/11
  5. 꿈인들 곱게 2008/12/04
  6. 몸살 2008/02/10
  7. 2007/10/25
  8. 주절주절 2007/04/17

꿈결에

from text 2017/10/09 22:43
꿈결에 꿈길을
꿈꾸듯 꿈꾸듯 걸었다
길 끝이 네 꿈에 닿아
꿈이구나
꿈이구나 알았다
버려진 아이처럼
그 길 끝에
꿈꾸듯
다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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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길

from text 2014/11/14 13:59
꿈길을 걸었다. 갈잎 가득 깔린 길. 오래 아문 아가미가 아렸다. 더러 따라 돌던 덧난 데가 덧터졌다. 무교는 나의 종교. 바람은 너의 노래. 신문지에서 활자가 떨어져 제멋대로 글자를 만들었다. 주워 담는 손이 뭉툭하여 애처로웠다. 황량한 마음에는 지킬 것이 없었고, 불에 덴 자국은 아프지 않았다. 끊어진 꿈길, 낭떠러지 아래는 벼랑이었다.

* 신호를 감지하고, 형식만 바꾸었으면 하고 바랐다. 크게 노력을 요구하는 일도 아니었고, 다만 하던 대로 안타까운 마음만 다스리면 될 일이었다. 내용까지 바꾸고자 하는 그 마음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것은, 그 내용과 형식의 일치는, 처음 일치보다 위험해 보였다. 가장 안전한 위험. 어차피 낮은 수준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는 관계, 서로의 불일치는 안전도, 위험도 깨끗하게 제거해 버렸다. 그런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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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가을

from text 2010/09/26 17:05
꿈을 꾸었다. 외딴 변기에 갇힌 꿈. 사타구니를 휘감아 흐르는 물뱀의 서늘함과 미끈함이 오랜 친구 같았다. 가을빛이 이리 시리건만 거기, 물 밖 꿈들은 대체로 안녕한지, 다시 피었다 지기도 하는지, 묻는 말에 거품만 부글거렸다. 대답할 길이 없었다.

가을이다. 결코 정을 나눌 생각은 없지만 최악의 인간상에 어느 정도 적응도 되었고 반면교사로 삼을 수도 있게 되었다. 수확이라면 이른 수확이다. 피폐한 중에 최성각의 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를 읽고 몇 권의 책을 주문하였으며, 마루 밑 아리에티, 슈퍼 배드, 무적자, 해결사 등을 보았다. 사진이야 찍거나 말거나 작고 예쁜 디지털 바디가 소원이더니 후지필름이 포토키나 2010에서 발표한 파인픽스 X100 때문에 모처럼 가슴 두근거리며 갖고 싶은 것이 생겼다. 내년 3월은 되어야 출시될 모양이니 그전에 나올 여러 모델들과 비교하며 기다리는 재미도 쏠쏠하겠다. 여전히 사는 건 녹록치 않고 간밤 꿈에 낮으로 시달리기도 하지만, 가을빛을 보니, 세상은 참으로 지내볼 만한 것이 아닌가,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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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2

from text 2009/01/11 01:04
42킬로미터를 뛰었다고 195미터를 마저 뛰어야만 할까.

세계정세와 공화국의 현재, 늘 그랬겠지만 말 그대로 전장인 삶, 앓는 체 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마는.

눈알만 굴리고 사는 대로 살자니 심장이 가벼워 못 견디겠다.

자유, 경제로부터, 권력으로부터, 보살핌으로부터, 대우로부터, 그리고 구차와 비겁으로부터, 가면과 거짓으로부터, 스스로 용서받고 일용할 양식을 늘리는 스스럼없는 군상으로부터, 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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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인들 곱게

from text 2008/12/04 16:33
이런저런 일로 0124님과 메신저를 주고받다, 굴곡 없는 삶이 어디 있을까, 난데없는 말에, 정당하게, 정직하게, 가난하게 살고 싶단 생각 요즘 자주 한다 전했더니, 저는 고요하게, 저항 없이, 행복하게 살고 싶단다. 그래, 꿈인들 곱게, 곱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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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

from text 2008/02/10 13:14
지독한 목감기를 앓았다. 몸살 기운과 목감기 기운이 조금씩 있더니 차가운 술과 맥주를 마신 다음날부터 끙끙 앓았다. 목에는 다른 사람이 사는 듯 낯선 소리가 나왔고 때때로 그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았다. 혼자 동네 의원을 찾아가 진찰을 받고 처방전을 받아 나오는데 스물다섯 즈음 은행에 처음 계좌를 개설하였을 때처럼 처음 하는 일인 듯 떨리고 뿌듯한 기분까지 들었더랬다. 일월 말부터였는데 다 나은 듯 하더니 어제 오후부터 몸살 기운이 도지고 목 전체가 퉁퉁 부어 아프다. 설날 저녁 처가 식구들과 많이 마신 술이 뒤늦게 화근인가, 조금 무리하여 피곤한 걸 제때 풀어주지 않고 한 차례 더 무리하면 영락없이 앓는 나이가 된 건가, 속절없이 웃고 만다. 연휴는 길고 마흔으로 가는 통과의례가 독하다.

처고모, 처고모부들과의 설날 술자리에서 오고간 둘째를 낳아야지, 아니 하나에 정성을 다 쏟는 게 낫다는 이야기에서 뻗어간 생각의 가지들은 나를 위해 살 것인가, 자식을 위해 살 것인가, 그게 과연 둘인가를 거쳐 사랑의 속성에 대한 질문에 이르렀다. 사랑이란 무한히 샘솟는 것이어서 배우자든 자식이든 늘어나는 대로 듬뿍듬뿍 나눌 수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한정된 것이어서 이전의 사랑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소홀해지는 것인가. 타인에게로 확장한다면 그것은 또 어떤 속성을 보여줄 것인가.

모든 걸 거는 사랑이 아름다운 진짜 사랑인가, 적당히 사랑할 줄 아는 게 현명한 진짜 사랑인가. 인생이란 것의 굴곡과 서로 간의 소통불가능성, 시간의 무시무시한 속성에 생각이 이르면 선뜻 한쪽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 인생에 정답이 있는가 하는 말은 달리 말하면 인생에 있어서는 모든 게 정답이라는 말과 같다. 해서 살아가는 일에 대한 상반되는 두 가지 진술은 모두 진실이고 진리인 경우가 허다하다. 때때로 인생에서의 결정적인 순간과 무시로 만나는 선택의 순간에서 행위를 결정하는 것은 머리 속의 지식이나 갈고 닦은 지혜가 아닌 경우가 많다. 몸이 반응하여 먼저 움직이거나 어쩔 수 없는 힘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물론 그 바탕에는 그 순간까지 자신에게 누적된 모든 것, 말하자면 어린 시절 무지개색 나비를 본 일이나 아무도 몰래 잠시 하늘을 날아올랐던 일, 어느 날 밤 슬쩍 세상 한 자락을 들춰본 일까지 다 포함되어 있겠지만 말이다.

드문드문 내 반쪽이 둥둥 떠다니며 다른 세상을 구경하는 꿈을 꾼다. 다시 만났을 때 나는 이전의 나는 아니지만, 내가 아닌 것은 아니다.

from text 2007/10/25 03:31
자다 깨는 일이 잦다. 그럴 때면 이런 저런 꿈도 꾸고 길도 헤맨다. 짧은 글도 짓고 모르는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 모양이다.

시방 본 나무, 그 나무에 핀 꽃은 낯설었다. 낯가림이 있는 내가 선뜻 다가갈 수 없었다. 낯선 길에 핀 낯선 꽃. 좌우도 사방도 대칭이 아니었다. 잠깐 손을 내밀어, 흔들다, 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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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from text 2007/04/17 14:10
즐겨찾기를 즐겨 찾다 보면, 이라고 말하다 보면 즐겨 라는 말이 낯설게 다가서며 그 말의 아름다움에 빠지기도 한다. 어쨌든 즐겨 찾다 보면 때로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는 글들도 만나게 된다.

최근 들어 다시 대화를 하거나 또는 사이트 항해를 하다가 문득문득 눈물이 날 뻔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꿈속에서는 가끔 울기도 하는 모양이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대체로 그 효용이 아니라 차이와 기호를 소비한다. 라이카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딱 그만큼은 자유롭기도 하다. 아날로그의 효용에서 그러하다.

사진을 찍다보면 인화물이든 파일이든 결과물이 남기도 하지만 찍은 그 순간이 머리나 가슴에 그냥 각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 장면들은 종종 뜬금없이 출몰하기도 해서 오래오래 함께 가곤 한다.

우리가 죽으면 어디로 가게 될까. 모르긴 몰라도 천당이니 극락이니 지옥이니 연옥이니 이런 델 가진 않을 것 같다. 뉘라서 그리 한단 말인가. 오늘 잠시 이야기하던 중 뱉은 말이기도 한데, 자신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알리지도 않고 나중에 개입하려 든다면 당당히 따질 일이지 그게 그저 받아들일 일이겠는가.

어릴 적 꿈은 과학자가 되는 것이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중학교 때까지 누가 물어보거나 어디 써낼 때는 으레 그렇게 답하곤 했다. 어려서 읽은 우주와 우주 개발 이라는 책 때문인지도 모른다. 커서 뭐가 될래, 또는 넌 꿈이 뭐냐는 식의 질문은 가히 폭력에 가깝지만 가끔 곱씹어보곤 한다. 넌 도대체 꿈이 뭐냐.

술 먹고 난 다음날이면 먹을 때처럼 괜히 기분도 좋고 머리 속으로 하냥 주절주절 거리기도 한다. 그 힘을 빌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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