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해당되는 글 24건

  1. 가을밤 2021/09/12
  2. 안녕 2015/01/28
  3. 술과 죽은 노래를 2014/11/18
  4. 봄, 그러나 2009/03/10
  5. Old Partner 2009/02/16
  6. 여름, 0731-0805 2008/08/05
  7. 사랑 5 2007/10/13
  8. Leaving Las Vegas 2007/10/12
  9. 여름잠 2007/08/16
  10. 그렇지 2007/07/29
  11. 나는 새처럼 2007/07/27
  12. 술친구 2007/07/21
  13. 옛날 이야기 2007/05/28
  14. 팔공산 2 2007/04/22
  15. 주절주절 2007/04/17
  16. 약속 8 2006/12/19

가을밤

from text 2021/09/12 19:08
날이 갈수록을 들으며 글렌캐런 잔에 발베니를 따르고 절인 올리브를 곁들인다. 황금을 삼키는 동안, 여러 가수의 여러 음색을 따라 시름이고 세월이고 저만치 물러난다. 가을이요, 몰락이다. 이 밤은 그래, 반복이다. 충돌로 파멸이어도, 다시 별이 별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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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from text 2015/01/28 19:38
말을 많이 한 날 밤은 공허하다. 그럴듯한 말을 한 날은 더욱 그렇다. 역시 덜 깬 상태가 덜 취한 상태를 능가한다. 멀리 있는 술집도 가지 않는 내가 오늘은 멀리 있는 너를 그린다. 지나는 문장마다 너를 생각하며 빼거나 더한 대목들이 적지 않았다. 온전히 내가 나였던 시절, 고스란히 나의 전부를 던졌던 그때. 철없이 겁도 없이 내닫다 내일도 없이 주저앉기도 했지만, 선홍의 꽃을 끝내 대궁 끝으로 밀어 올리기도 했다. 치열하게 울고 허무하게 지기도 했다. 세상을 버리고 너를 버리고 갈 일이 아득하다. 완벽주의자, 완벽한 현실주의자는 우울로 스스로를 버릴 수밖에 없다더라만, 비어야 채울 수 있다는 거짓말을 믿기로 한다. 세상아, 너를 만나 즐거웠다. 취할 수 있어 좋았다. 기다려라. 이제 너에게 다른 세상을 알려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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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죽은 노래를

from text 2014/11/18 23:48
형식이 내용을 추동하매, 나는 이게 슬퍼 가을도 겨울인양 술을 부른다. 술도, 비슷하거나 다른 연유로 술이 마른 이들도 나를 찾는다. 불렀으나 외면하던 때를 생각하고, 그게 더워 나는 거절이란 걸 모른다. 누가 있어 어느 날 문득 손짓할 수 있다면, 응답을 듣지 못한대도 나는, 마냥 어린 아이처럼 설레고 들뜰 테다. 오랜 옛날, 누가 얘기하는 걸 들었지. 경계보다 아찔한, 날선 작두를 타며 술과 죽은 노래를 나누었다는 어떤 사람의 이야기. 그 노래에 사랑을 안고 떠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살을 발랐고, 노래에 칼을 품은 사람은 여기저기 묽은 피를 토하였단다. 죽음이 영원하다면 이 노래도 영원하리라. 머리칼이 자라듯 영원히 자라나리라. 영원의 죽음과 죽음의 죽음까지, 죽음이 영원하다면 이 노래 또한 영원하리라. 뼈가 발린 사람도 피를 마신 사람도 함께 푸르게 타오르는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옛날이야기는 옛날에 숨이 멈추었는가. 죽은 노래가 생각나, 올 가을도 술을 불러 낮게 귀를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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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그러나

from text 2009/03/10 14:36
어제 왼 주문. 어찌 이만한 행사에 한잔 술이 없으랴. 결속과 이별이 곱게 내려앉는 봄, 삼백 년 하고도 석 달 열흘 만의 술에 한 개비 궐련이 또한 없으랴.

다음은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주제 사라마구. 늘 맹세를 지킬 수는 없는 법이다. 때로는 의지가 약해서, 때로는 우리가 고려하지 못했던 어떤 우월한 힘 때문에.

* 지난달, 무려 0.049% 확률의 카드사 경품 응모에 당첨되었다. 애플의 아이팟 터치 2세대. 제세공과금 22%를 물고 손에 쥔 행운, 잠시 만져보곤 왜 '애플'을 이야기하는지 알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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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 Partner

from text 2009/02/16 06:17
두 주째 토요일마다 치과 진료를 받고 있다. 스물다섯 군 복무 때 어이없이 다친 앞니 두 개와 잘못된 생활 습관이 오늘에 이르게 하였을 것이다. 루시드 폴의 음성을 가진, 드물게 신뢰할 만한 스타일의 젊은 담당 의사는 육 개월, 또는 그 이상의 치료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주엔 공들인 치석 제거, 이번 주엔 발치 세 개. 0124님 동료들 보기에도 그렇고, 폴의 부름에 나 역시 신뢰로 적극 응답할 작정이다.

지난주 진료 후엔 워낭소리를 보았다. 소가 나오고 농촌 풍경이 주로 보일 모양이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티켓에 찍힌 'Old Partner'에 눈길이 가더니, 보는 내내 그 영문 제목이 따라다녔다. 어린 시절 시골 사람들과 풍경도 내내 함께 하였다. 가장 좋았던 지점은 단 한 번 노인이 제 몫을 벗어나는 오랜 파트너의 면상을 모질게 후려치는 장면이었다. 그 한 장면으로 모든 리얼리티가 살고 다큐멘터리는 완성되는 듯 보였다. 어릴 적 시골 풍경도 온전히 되살아나는 듯 했다. 최근 60만 관객을 돌파하였다는데 반가운 일면 남이 하는 걸 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이 동네 풍토엔 역시 살짝 질리기도 한다. 서편제를 본 그 많은 사람들은 보고난 후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문득 다시 궁금하다.

돌이켜보면 특정한 이념이나 사람, 드물게 생업에 연관된 어떤 것들이 삶을 꾸리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되었으나, 그 중심엔 늘 술이 있었던 듯. 언젠가부터 그걸 축으로 전체 얼개도 짜고 일정도 잡았다. 과음과 폭음을 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절제된 삶, 그게 가져다 줄 세상이 짐짓 두렵기만 하다. 꼬박 스물세 해 이어온 녀석들, 한 녀석은 영영 멀어질지도 모르겠다만, 다시 만났을 때 놀라거나 놀리지는 말아다오. 내가 어떻게 사랑하고 너에게만은 최선을 다했는지 잘 알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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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0731-0805

from text 2008/08/05 18:08
재미있는 모양이다. 소식도 없이.

이렇게 아쉽고 안타까운 게 많아서야 어디 제대로 하직인들 할 수 있겠느냐.

오랜만에 집을 못 찾아 헤매 다녔다. 여기도 집 앞 네거리 같고 저기도 집 앞 네거리 같더니 집 앞 네거린 낯설기만 하였다. 발음이 꼬여 말도 말 같지 않았다.

일부런 듯 종일 TV를 보는데 문득 42인치 LCD TV가 괴롭히다. 욕 조금, 눈물 조금, 옛 생각 조금 하다 발로 밟아 끄다. 이만한 것에도 이럴진대, 못난 놈, 하다 TV를 끊을 생각을 하다.

이대로 사육, 당해도 좋단 생각, 잠시.

지난겨울 한때처럼, 그 길을 따라 오래 걸었다. 목덜미에 흐르는 땀이 몸의 기억에 대해 말해 주었다. 아프거나 다친 자국은 몸이 간직하고 있었던 것, 다 아물어 보이지 않아도, 마음엔 흔적도 없어도, 자칫 깊고 오랜 상처가 반복될까, 저도 모르게 짧고 얕게 지날 길을 찾는 건지도 모른다. 그 길 위에 담장 너머 보란 듯이 매달린 석류를 보았다. 그리워 그리워 꽃 진 자리에 그리다 그리다 맺힌 암반 덩어리.

인연이 아니면 인연이 아닌 것, 세상도 저도 나도, 길이 다르면, 그렇게 살다 가는 것.

세 번 이상 반복되면 그건 그런 거다. 어쩔 수 없는 거다. 헛먹었을지라도 나이가 가르쳐준 것, 먹은 태는 낼 줄 아는 거다. 시시한 세상, 이라지만 아쉽고 안타까운 일도 그만큼 줄여줄 거고, 저도 이 여름도 결국 또 언제 그랬느냐 할 거다. 갈 길도 멀지 않은데, 어쩐 일인지 주춤거리고 헤매는 시간이 밉지만은 않다.

* 준탱이 돌아왔다. 온산항에 잠시 정박하고 있다 모레쯤 입성할 모양이다. 일 년여 만이다. 그래도, 시간, 참.

오늘 늦냐길래 잠깐 야근하고 아직 임잔 없지만 간단히 소주 한 잔 할까 한댔더니 집까지 바래다주는 사람이랑 놀란다. 젠장, 그런 사람은 고사하고 허공에 대고 혼자 먹게 생겼다. 어디로 갈꺼나, 어디에 있을까.

사랑

from text 2007/10/13 08:46
아껴야겠다. 시간이나 사람은 몰라도, 술은.

* 오래된 퀴즈 하나. 'O끼고 O하는 게 사랑이다'의 O에 들어갈 말은? 알고 나면 당연한 것 같지만 맞히는 사람을 아직 못 봤다. 정답은 아, 위. 그러게 이제야 이들을 더 사랑하려 할 따름인 게다. 마치 섬광이 일듯 '술을 아껴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떠오르자, 긍정적 사고의 힘인가, 평화가 흐르고 힘이 불끈 솟는다. 기특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 벤을 기리며 오랜만에 잭콕을 먹고, 그리운 소주를 먹었다. 잘 가, 벤.

Leaving Las Vegas

from text 2007/10/12 01:53
술자리 내내, 모처럼 밤길을 걸어 집에 오는 내내, '라스베가스를 떠나며'가 떠나지 않았다. 무리 속에서 혼자 벤을 생각하며, 벤과 대화하며 술을 먹었다. 그를 생각하면 더 큰 잔에 술을 붓고, 더 자주 잔을 들어야 했을지도 모르지만, 잘 들리지 않는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에 바빴다. 그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羑里에서처럼 빤히 내다뵈는 걸 받아들이는 육조의 심정이었을까, 이제 그렇게 다 버리고만 싶었던 것일까, 종내 갈 수밖에 없는 시간의 가르침을 그저 따라간 것 뿐일까, 얼마 전 술 마실 적 심정으로 미루어 대꾸할 뿐, 더 오래 잔을 나누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이다. 그렇게 한 생애에 주어진 사랑과 '행복'은 유한할 터, 이제 어디로 간단 말인가.

I'm Ben. I'm Sera. Sarah, with an 'H'? With an 'E', S-E-R-A, Sera.

여름잠

from text 2007/08/16 16:31
장마대신 우기(雨期)라는 용어를 쓰자는 말을 들으니 밀림, 원숭이, 바나나, 세렝게티 초원 뭐 이런 게 두서없이 떠오르면서 눅눅하고 더운 기운을 지울 수가 없다. 오늘 낮 업무 보러 잠시 나갔다 왔는데 참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었다. 가본 적 없는 사막을 걷는 기분이었다. 어디 가서 여름잠이라도 실컷 자고 왔으면 딱 좋겠다 생각했다. 이게 다 이것대로 즐기면 좋을 텐데 아직 수양이 많이 부족한가 보다. 강명관의 조선의 뒷골목 풍경을 재미있게 읽고 있다. 그중에서 한 대목을 재인용해 본다. 이춘풍이 아내에게 이르는 말로 원 출처는 古典國文小說選.

자네 내 말 들어보소. 사환 대실이는 술 한 잔을 못 먹어도 돈 한푼을 못 모으고, 이각동이는 오십이 다 되도록 주색을 몰랐어도 남의 집 사환을 못 면하고, 탑골 북동이는 투전 골패 몰랐어도 수천 금을 다 없애고 굶어 죽었으니, 일로 볼작시면 주색잡기 하다가도 못사는 이 별로 없네. 자네 차차 내 말 잠깐 들어보소. 술 잘 먹는 이태백도 노자작(鸕鶿酌) 앵무배(鸚鵡杯)로 백년 삼만 육천일 일일수경삼백배(一日須傾三百杯)에 매일 장취하였어도 한림학사(翰林學士) 다 지내고, 자골전 일손이는 주색잡기하였어도 나중에 잘 되어서 일품 벼슬하였으니, 일로 볼지라도 주색잡기 좋아하기 남아의 상사(常事)로다. 나도 이리 노닐다가 일품 벼슬하고 이름을 후세에 전하리라.

그렇지

from text 2007/07/29 09:11
그렇지, 그렇고 말고. 어제 술자리 대화중 문득 떠오른 '高者는 先勝 以後 求戰하나, 下者는 先戰 以後 求勝한다'는 조남철 기사 이야기.

그리고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뭐, 주당의 단수(段數), 당대의 주당으로 통한 시인 조지훈이 술을 마시는 격조, 품격, 스타일, 주량 등을 따져서 밝혀 놓았다는 주도의 18단계.

  1. 불주(不酒) : 술을 아주 못 먹진 않으나 안 먹는 사람
  2. 외주(畏酒) : 술을 마시긴 마시나 겁내는 사람
  3. 민주(憫酒) :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
  4. 은주(隱酒) :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고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까워 혼자 숨어서 마시는 사람
  5. 상주(商酒) : 마실 줄도 알고 좋아도 하면서 무슨 잇속이 있을 때만 술을 먹는 사람
  6. 색주(色酒) : 성생활을 위해서 술을 마시는 사람
  7. 수주(睡酒) : 잠이 안와서 술을 마시는 사람
  8. 반주(飯酒) : 밥맛을 돋우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
  9. 학주(學酒) : 술의 진경을 배우는 주졸(酒卒)
10. 애주(愛酒) : 술을 취미로 맛보는 사람. 주도(酒徒) 1단
11. 기주(嗜酒) : 술의 미에 반한 사람. 주객(酒客) 2단
12. 탐주(眈酒) : 술의 진경을 체득한 사람. 주호(酒豪) 3단
13. 폭주(暴酒) : 주도를 수련하는 사람. 주광(酒狂) 4단
14. 장주(長酒) : 주도삼매에 든 사람. 주선(酒仙) 5단
15. 석주(惜酒) :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 주현(酒賢) 6단
16. 낙주(樂酒) :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 주성(酒聖) 7단
17. 관주(觀酒) :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이미 마실 수 없는 사람. 주종(酒宗) 8단
18. 폐주(廢酒) : 술로 인해 다른 술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 열반주(涅槃酒) 9단

나는 새처럼

from text 2007/07/27 10:00
가장 싫어하는 유형의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어제 문득 생각해 보게 되었는데, 역시 여러 잣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한다. 살다보면 부득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스스로를 거짓으로 치장하기도 하지만, 자신이 기대는 잣대와 남에게 들이대는 잣대가 다르다면 뭐 그리 신뢰할 만한 인물은 아닐 것이다. 더구나 자신에게조차 때와 기분에 따라 다른 잣대를 갖다대는 사람에 대해서야 더 일러 무엇 하겠는가. 이런 사람과 거의 매일 얼굴을 맞댄다는 건 참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겠는데, 어제는 대놓고 ‘말이야 좋은 말입니다만’ 하고는 피식 웃어주고 말았다. 눈동자에서는 나도 모르게 불이 조금 일었을 텐데 눈치나 챘는지 모르겠다. 내가 아는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잘난 척 하기 좋아하고 눈치도 빠르던데 말이다.

그리고 또 어떤 유형이 있을까? 대체로 말이 많은 사람 중에 쓸만한 사람이 없다. 드물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재치와 유머를 갖추고 예를 아는 수다쟁이라면 환영할 일이겠다) 특별한 사정이 있어 친해진 경우가 아니라면 별로 가까이 하고 싶지는 않다. 이들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과장되었거나 아예 지어낸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날카로운 직관력에서 뿜어져나오는 경구와 유머가 빠져있다. 즉흥적으로 다시 남지 않을 이야기들을 그렇게 쉴 새 없이 뱉어내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상습적으로 핑계를 달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역시 잘 이해할 수 없는 경우인데 고칠 수 있을 것 같거나 정이 가는 경우에는 다 표나니까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해주곤 한다. 왜 자기만 안다고 생각하는 걸까? 설령 자기만 안다고 한들 자기는 알지 않는가 말이다. 시쳇말로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자기가 알지 않는가 말이다. 나는 새처럼 가볍지만 서늘한 눈빛을 가진 사람이 그립다. 진짜가 없다. 매무새 예쁜 사람이 그립다. 한때 참 고왔을 사람이 역시 곱게 늙는 법이다. 이제 알았다.

* 어제는 또 뭐가 그리 아쉽고 허전한지 애꿎은 술만 잔뜩 죽였더랬다. 아무래도 날씨가 너무 더운 탓이다. 이상하게 취하지 않는 밤이었다. 씨앤, 코요테어글리, 녹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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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친구

from text 2007/07/21 13:48
술친구 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거의 유일하게 여자친구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인데, 대학 동기생이지만 나보다 한 살이 많던가 그랬다. 이 친구는 서점에서 그냥 책을 들고 나오는 방면엔 선수였다. 그렇게 들고 나온 책을 몇 권 받기도 했다. 주로 동성로 뒷골목 지하 깡통 맥주집에서 쥐포를 뜯으며 술을 마셨는데, 그 미군부대에서 빼돌린 게 분명한 깡통 쌓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었다. 마시다 보면 내가 먼저 쓰러진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 친구는 인간의 소통불가능성에 대해 주로 이야기를 하였고 나는 잘 동의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여간 그 친구 덕에 박인홍의 '벽 앞의 어둠'과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를 알았고, 빌린 그 책은 그 친구가 결혼할 때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 생각하라며 돌려주지 않았다. 아주 특이한 글씨체를 가진 친구였다. 일이학년 때 종종 어울리다가 어설픈 '사랑과 혁명'에 빠져 오래 보지 못하다가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그 친구가 결혼하기까지 한동안 만났다. 언젠가 길을 걷다 우연히 아기를 안고 가는 걸 보고 잠시 얘기 나눈 게 마지막이다. 그게 벌써 한 십여 년 되었다.

그리고 정호와 준탱이를 빼놓을 수 없다. 서너 살씩 적은 후배들이지만 참 많은 정을 쌓았다. 이들은 지금 너무 멀리 있다. 하나는 부천에서 바쁘게 살고 있고 하나는 (지금은 잠시 들어와 있지만) 대양을 떠돌고 있다. 떨어져 있고 자주 연락을 주고받지 않아도 마음 깊은 곳에 함께 살고 있는 친구들이다. 언제나 그랬듯 다시 계전 앞 돌계단에서 함께 쓰러져 자고 싶다. 다리뼈 하나씩만 남기고 뼈째 통닭을 다 뜯어먹고 싶다. 시도 때도 없이 이런저런 핑계로 술잔을 나누고 싶다. 사람과 세상을 향한 숨은 열정을 확인하고 싶다.

나이가 들고 오랜 시간 술친구는 마달이었다. 그리고 후에 형석이가 합류하였다. 0124님처럼 지금도 만나는 술친구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닮은 구석이 없어 나랑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들 하지만, 인연은 그랬다. 차곡차곡 술자리와 술병들을 쌓다보면 저릿하게 느껴오는 동질감이 있다. 섣부르게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그런 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속내를 나눌 수 있는 친구란 많지 않은 법이다. 다 다르고 하나만 비슷하여도 되는 그 하나를 가진 놈들이 많지 않은 까닭이다.

어제, 동해 바다를 잠시 보고 왔다. 간간이 비가 뿌리는 가운데 바람에 일렁이는 바다에는 갈매기 몇 마리만 바빴다. 깊이 숨겨놓은 풍광인 듯 일행 몰래 나만 본 듯한 느낌을 간직하고 왔더랬는데, 돌아오고 나서도 좋은 술친구를 하나 더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예감에 그 바다, 그 갈매기처럼 계속 마음이 울렁이고 바빴더랬다.

* 아, 다 쓰고 보니 하맹이 빠졌다. 고등학교 때부터 그 후까지 줄기차게 같이 마셔댄 친구이자 진정한 박카스의 세계로 접어든 친구인데, 친구들끼리 몰래 간 이차, 삼차 자리를 귀신같이 찾아온다던지 파계를 앞둔 비구니 스님이랑 같이 술을 마신 이야기, 암자에 공부하러 가서는 처음에 술을 말리며 이 친구의 등을 두드려주던 스님이 나중에는 이 친구에게 등을 내밀고 말았다는 이야기들이 전설처럼 전해온다. 내가 한번씩 잠시 동안 술을 끊겠다면 준탱이는 제가 좋아서 찾고 위로받을 때는 언제고 몸 좀 그렇다고 멀리 해서야 되겠냐며 일침을 놓곤 했지만, 정작 이 친구 앞에서 제가 술을 좀 사리다가는 '슬픈 생각을 해 보라'는 충고 아닌 충고를 들어야 했다. 그가 지나가는 길에는 외상이 깔렸고 낡고 찌그러진 그 집들에서는 항상 그 친구가 들고 간 심수봉 언니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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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이야기

from text 2007/05/28 22:34
옛날 옛날 한 옛날에, 구봉명파출소네거리 근처에, 박땡땡 어린이, 밥 많이 먹고 치카치카 잘 하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이 대목은 필요에 따라 때때로 바뀐다) 착한 어린이랑 김땡땡 어머니랑 박땡땡 아버지랑(때에 따라서 양동생이랑 오리 두 마리랑 거북이 두 마리랑 방귀대장 뿡뿡이랑 미피랑 등등 이어지기도 하는데) 살았어요. 어느 날, 박서연 어린이 착한 어린이는 하며 밤이면 자기 전에 서연이랑 나란히 누워 그날 있었던 일이나 며칠 전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 주곤 한다. 때때로 옛날 옛날 한 옛날에 깊은 숲속에 호랑이 한 마리가 살았어요 하고 되나마나 진짜 옛날 이야기를 해 주기도 하고. 꼭 내가 하기 좋아서 한다기 보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어버려 긴 이야기의 경우 미리 못을 박고 한 가지 이야기만 하기도 하지만, 짧은 이야기의 경우 서너 가지를 해야만 한다. 피곤할 땐 때로 곤욕이기도 하지만 어떨 땐 짜릿한 교감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땐 대체로 나도 깊은 잠을 자는 것 같다.

말 나온 김에 이 녀석 근황 이야길 좀 하자면, 아직 한글이나 숫자에 대해 집에서나 어린이집에서 제대로 가르쳐준 적이 없지만 약간 더듬거리나마 처음 보는 책도 대부분 읽어내고 십삼 더하기 이십사 정도 되는 덧셈도 크게 무리 없이 해내고 있다. 전부터 한번씩 낱말이나 문장을 재미있게 비트는 걸 보고 언어 감각이 뛰어난 것 같아 내심 좋아하였는데, 어린이집 담당 선생님의 의견은 좀 달랐다. 물론 새학기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서 서연이를 오래 접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그때 제 어미와 시간이 맞지 않아 내키지 않았지만 그 어린 여선생님과 학부모 면담이라고 마주앉았는데, 생각과 달리 한 시간이 아쉬운게 끝나고나니 꼭 내가 무슨 정신상담이라도 받은 듯 마음이 맑고 평화로워지는 기분이었다. 그 선생님 의견으로는 언어가 아니라 숫자 개념이 또래 보다 좀 빠른 것 같다는 것이었다. 숫제 언어 쪽은 뒤쪽이라는 듯이. 어쨌든 이 녀석이 아는 척 하기 좋아하고 일등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고 내성적이며 어린애 같은 밝음이 다소 부족한 게 걸리긴 하지만, 딱 이 녀석이 아니라면 누가 우리 아이가 될 수 있었겠느냐 하는 생각이 든다. 고슴도치라 놀려도 하는 수 없는 일이다.

돌이켜보면 나도 고등학교 일학년 때까지 참 내성적인 아이였다. 밖에서는 누가 봐도 착한 아이였으며 소심했고 조용했다. 이학년 때부터 의도적인 일탈을 하며 여러 부류의 친구들을 만나고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지금도 낯을 가리고 어디 도드라지는 걸 싫어하는 건 여전하다(좀더 솔직히 말하자면 내심 무리에서 가장 앞서길 바라는 편이지만). 십대 후반의 나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건 술, 친구, 가족, 염세, 반항, 하야로비, 실존주의 뭐 이런 것들이다. 이십대 전반을 생각하면 역시 술, 그리고 공동체, 노천문학, 햇살, 철없던 사랑 뭐 그런게 떠오른다. 내친 김에 이십대 후반부터 삼십대 전반까지 생각해보면 술, 이별, 아픔, 망각, 웅크림, 두려움 그런게 떠오른다. 훗날 지금을 돌아보면 뭐가 떠오를까. 위선, 아이, 현실, 갈 곳 없음 뭐 그런게 떠오를까. 어젯밤 문득 서연이에게 옛날 이야길 들려주다 늘상 반복하는 이 이야기의 앞머리를 써 보잔 생각을 했는데 갈데없이 되어버렸다.

* 나흘간의 연휴가 후딱 지나갔다. 캐리비안의 해적이나 밀양 정도는 보리라 마음 먹었었는데, 사흘 내리 술을 먹는 바람에 낮시간 동안은 운신을 못하고 누워 보냈다. 세 술자리 모두 즐겁고 의미 있는 자리였던지라 아쉬울 건 없고, 덕분에 바리에떼와 고향길을 완독할 수 있었다. 일전에도 느낀 바지만 고종석의 글들은 대체로 시각도 바르고 공감가는 부분도 많을 뿐아니라 특히 글솜씨가 빼어나 잘 읽힌다. 어렵거나 힘든 문장이 아닌데도 앞 문장을 다시 읽게 만드는 힘도 있다.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흔쾌히 고개 끄덕이며 받아들이지 않게 되는데, 그래서 어딘지 한 구석 불편하곤 한데, 이틀째 술 먹은 다음날 아침 마치 밤새 고민한 듯 일어나자마자 뱅뱅 돈 문장이 거기에 닿아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비명을 찾아서를 감명 깊게 본 나로서는 복거일의 이후 행보가 얼마나 마뜩잖았는지 모른다. 이 책도 다른 이의 글에서 고종석의 그에 대한 애정과 평(복거일의 '죽은 자들을 위한 변호'에 대한 글)에 대해 언급한 부분을 보고 궁금하여 산 것이기도 한데, 어떻든 복거일은 김훈에 많이 닿아 있고 고종석은 그보다는 훨씬 건전하고 건강해 보인다. B급 좌파 김규항에 비하자면 거칠게 표현하여 김규항의 글들은 읽는 내내 긴장하고 불편하게 하지만 결국 공감하고 따를 수밖에 없게 하는 반면, 고종석의 글들은 편하게 공감하며 읽지만 어딘가 불편한 구석을 남기는 것이다. 아니다. 거꾸로 이렇게 표현해도 맞는 말이 된다. 김규항의 글은 읽는 내내 깊이 공감하고 함께 하지만 나중에 그 실천에 대한 고민과 엄격함에 이르면 불편하지 않을 수 없고, 고종석의 글은 읽는 동안 일견 불편하지만 다 읽고 나면 어딘가 위안 받는 기분이 되곤 한다. 그러나 한 주에 한 번 일용할 양식에 감사한다고 일용한 죄악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사실 고종석처럼 자리하기란 우리 사회에서 귀하고 어렵기도 하지만 그만큼 편하기도 한 것이다. 나부터도 그런 자세를 받아들인다고 생각하면 마음도 몸도 편안해지는 걸 느낀다. 하지만 그건 그만큼 안전하게 스스로와 주변을 유지하며 메스를 덜 들이댄다는 걸 의미한다. 그는 그걸 잘 인지하고 있으며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어 크게 나무랄 일이야 아니지만, 예컨대 바리에떼에서 다음의 글들이 주는 울림은 내 마음자락과 크게 공명하지만 한편 공허하다. 맥락은 물론 다르지만 말하자면 집단적 정의를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는 것보다 백만배는 더 개인의 이익을 위해 집단을 죽이는 것이 어이없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의 아름다운 제언 역시 실천적 관점에서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에서 한발짝 떨어진 듯 보여 안타깝다. 하나 덧붙이자면 그의 세련되고 단아해 뵈는 글들은 이 책에 실린 일부 현실 정치에 대한 직접적 언급에 이르면 내용은 차치하고서라도 형식에서마저 무너지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대목은 어쩌면 뛰어난 소설가 복거일, 잡문가 김훈이 다른 언설을 할 때 형편없어지는 모습을 닮아있다.

나는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마르크스주의에 마음이 쏠린 적이 없다. 집단에 대한 내 공포가 생래적이라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자본론을 끝까지 읽어낼 끈기와 지성이 내게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도 80년대 들어 '불법적'으로 출간되기 시작한 마르크스와 레닌의 책들을 들춰보기는 했다. 물론 마음이 쏠리지 않았다. 그것은 날림번역이 낳은 거친 문장들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는 불확실한 방향으로 치닫는 집단적 열정이 낳을 수 있는 파멸적 결과가 두려웠고, 인간의 이타심에 대한 신뢰가 부족했다. 그러나 나를 공산주의로부터 밀쳐낸 더 중요한 이유는 단 한 번뿐인 생애에 대한 존중이었던 것 같다. 차라리 내가 기독교 신자였다면, 그러니까 영혼의 불멸이나 다음 세상을 믿었다면, 공산주의에 쏠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게는 종교가 없(었)고, 그래서 나는 영혼의 불멸도 다음 세상도 믿지 않는다. 즉 내 죽음은 내게 우주의 소멸이다. 물론 타인의 죽음도 그들에게 마찬가지라는 것을 나는 받아들인다. 한 개인의 죽음은 그 개인에게 우주의 소멸이다. 그렇다면 집단적 정의를 위해 개인을 희생시킨다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 (중략) 세계화 자체는 피할 수 없다. 우리가 바랄 수 있는 것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아닌, 다른 방식의 세계화, 밑으로부터의 세계화일 것이다. 그것은 20세기의 공산주의가 이루고자 했으나 이루지 못한 진정한 국제주의를 새롭게 모색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 국제주의는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개인들 사이의 느슨하지만 질긴 연대를 통해 구축될 것이다.

팔공산

from text 2007/04/22 14:10
어제 한 모임에서 영천 신령에 있는 수도사로부터 팔공산 동봉엘 올랐다가 수태골로 내려왔다. 다섯 시간 정도 걸었다. 중턱부터는 아직 겨울산이었다. 그늘진 곳이 많아 그런가 키 큰 진달래(참꽃)들이 유난히 눈에 띄었는데 아직 피지 않은 게 더 많았다. 내려오는 길에 어릴 적 생각하며 꽃잎 하나 따서 먹어보았는데 달콤쌉싸름한 맛은 그대로였다. 대구은행 연수원 근처 식당에서 오리고기에 술을 잔뜩 먹고 돌아와서는 다른 모임 자리로 가 또 그만큼을 먹었다. 그래도 생각보다 가뿐한 게 맑은 공기와 오래 걷는 등산이 좋긴 좋은가 보다. 의식이나 행동이나 술이나 과잉은 자제하는 게 좋을 것 같다만, 잘 되지 않는 게 또 사람의 일인지도 모르겠다. 내려올 때는 여전히 무릎이 아팠다.

주절주절

from text 2007/04/17 14:10
즐겨찾기를 즐겨 찾다 보면, 이라고 말하다 보면 즐겨 라는 말이 낯설게 다가서며 그 말의 아름다움에 빠지기도 한다. 어쨌든 즐겨 찾다 보면 때로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는 글들도 만나게 된다.

최근 들어 다시 대화를 하거나 또는 사이트 항해를 하다가 문득문득 눈물이 날 뻔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꿈속에서는 가끔 울기도 하는 모양이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대체로 그 효용이 아니라 차이와 기호를 소비한다. 라이카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딱 그만큼은 자유롭기도 하다. 아날로그의 효용에서 그러하다.

사진을 찍다보면 인화물이든 파일이든 결과물이 남기도 하지만 찍은 그 순간이 머리나 가슴에 그냥 각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 장면들은 종종 뜬금없이 출몰하기도 해서 오래오래 함께 가곤 한다.

우리가 죽으면 어디로 가게 될까. 모르긴 몰라도 천당이니 극락이니 지옥이니 연옥이니 이런 델 가진 않을 것 같다. 뉘라서 그리 한단 말인가. 오늘 잠시 이야기하던 중 뱉은 말이기도 한데, 자신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알리지도 않고 나중에 개입하려 든다면 당당히 따질 일이지 그게 그저 받아들일 일이겠는가.

어릴 적 꿈은 과학자가 되는 것이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중학교 때까지 누가 물어보거나 어디 써낼 때는 으레 그렇게 답하곤 했다. 어려서 읽은 우주와 우주 개발 이라는 책 때문인지도 모른다. 커서 뭐가 될래, 또는 넌 꿈이 뭐냐는 식의 질문은 가히 폭력에 가깝지만 가끔 곱씹어보곤 한다. 넌 도대체 꿈이 뭐냐.

술 먹고 난 다음날이면 먹을 때처럼 괜히 기분도 좋고 머리 속으로 하냥 주절주절 거리기도 한다. 그 힘을 빌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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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from text 2006/12/19 08:37
오늘 밤 자정부터 술, 담배를 끊기로 하였다. 0124님과 함께. 혹시 모르는 상황을 대비한 단서, 다가오는 설날부터는 반주 성격의 한 잔 술은 허용키로 하고. 어기고 다시 먹거나 피우는 순간, 공지하겠다, 동네방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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