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해당되는 글 3건

  1. M6 스물아홉 번째 롤 2009/02/02
  2. M6 스물여덟 번째 롤 2008/11/14
  3. M6 열세 번째 롤 2007/07/18

M6 스물아홉 번째 롤

from photo/M6 2009/02/02 05:19
ISO 100짜릴 갖고 어두운 실내에서 용케 찍혔다 싶다. 롯데시네마에서 서연이와 0124님은 맘마미아를, 나는 눈먼 자들의 도시를 본 날부터(오래되긴 했나 보다. 벼랑 위의 포뇨를 함께 본 날인 줄 알았더니, 핀잔 듣고 수정했다. 포뇨 본 날 갔다는 와인 앤 스피릿은 더욱 기억이 없었다. 잭콕까지 먹어 놓고는) 어제, 봄날 같았던 휴일 한낮까지. 그 사이 어느 밤에는 혼자 적벽대전 1, 2를 달아서 보았고, 다시 홍어 삼합과 오징어 통찜의 내장에 맛을 들여 틈나면 순례하고 있으며, 생업은 바빴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았다. 책과 음악은 멀리하였으며, 두 주째 토요일 오후에는 이 치료하는 서연이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손아귀의 힘을 느낄 때마다 아비의 심정으로 늙어간다. 늙기는 하는데 여덟 점으로 내려앉은 녀석의 바둑을 닮아 그런지 어째 전체 판을 읽는 수는 줄어만 간다. 독사에게 발목을 내미는 어린 왕자의 시린 마음이 그립기도 한 것이다. 이 새벽, 어느 별에서는 피지 않은 꽃망울이 지고, 어느 별은 궤도를 슬쩍 틀어 전부를 바꾸고야 만다.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미쯔비시 수퍼mx100

M6 스물여덟 번째 롤

from photo/M6 2008/11/14 05:28
제 자식 얼굴과 몸짓이 담겨 있어 더욱 그럴 테지만, 스캔한 걸 처음 모니터로 볼 때는 이번에도 그럴듯한 사진이 하나도 없구나 하다가도, 막상 올리려고 한 장 한 장 뺄 때엔 열두 번도 더 고민하게 된다. 삶에서도 무언가를 하나하나 덜어내는 기분일 때가 있다. 비어야 채운다지만, 어설픈 비유일 뿐이고, 채우고 싶은 욕심일 뿐이다. 그나마 사진을 고르듯 골라서 덜어내는 것이면 나으련만, 안 그래도 앙상한 마음들이 파르르 떨릴 때가 있다. 무릇 밀려나는 가슴이야 밀어내던 가슴을 헤아릴 길 없는 법, 문득 그렇게 지나간 사진들이 밟힌다.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코닥 포트라160vc

M6 열세 번째 롤

from photo/M6 2007/07/18 03:10
지난 토요일, 모처럼 서연이를 데리고 이십대의 대부분을 함께 보낸 대명동 계대를 찾았다. 그전에도 한 번 들렀을 때 느꼈지만 새로 한 조경은 여전히 낯설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는데도 마치 어른이 되고 처음 어릴 적 초등학교를 찾은 것 마냥 모든 게 작고 사랑스럽게 느껴져 무척 기이한 기분이었다. 학생회관 앞 계단과 돌벤치가 이렇게나 작았다니, 기념으로 만들어놓은 조금 큰 모형을 보는 듯 했다.

* Leica M6, summicron 50mm 3rd, 후지 오토오토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