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아트피아'에 해당되는 글 3건

  1. M6 스물아홉 번째 롤 2009/02/02
  2. M6 스물다섯 번째 롤 2008/07/05
  3. M6 스물네 번째 롤 2008/05/27

M6 스물아홉 번째 롤

from photo/M6 2009/02/02 05:19
ISO 100짜릴 갖고 어두운 실내에서 용케 찍혔다 싶다. 롯데시네마에서 서연이와 0124님은 맘마미아를, 나는 눈먼 자들의 도시를 본 날부터(오래되긴 했나 보다. 벼랑 위의 포뇨를 함께 본 날인 줄 알았더니, 핀잔 듣고 수정했다. 포뇨 본 날 갔다는 와인 앤 스피릿은 더욱 기억이 없었다. 잭콕까지 먹어 놓고는) 어제, 봄날 같았던 휴일 한낮까지. 그 사이 어느 밤에는 혼자 적벽대전 1, 2를 달아서 보았고, 다시 홍어 삼합과 오징어 통찜의 내장에 맛을 들여 틈나면 순례하고 있으며, 생업은 바빴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았다. 책과 음악은 멀리하였으며, 두 주째 토요일 오후에는 이 치료하는 서연이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손아귀의 힘을 느낄 때마다 아비의 심정으로 늙어간다. 늙기는 하는데 여덟 점으로 내려앉은 녀석의 바둑을 닮아 그런지 어째 전체 판을 읽는 수는 줄어만 간다. 독사에게 발목을 내미는 어린 왕자의 시린 마음이 그립기도 한 것이다. 이 새벽, 어느 별에서는 피지 않은 꽃망울이 지고, 어느 별은 궤도를 슬쩍 틀어 전부를 바꾸고야 만다.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미쯔비시 수퍼mx100

M6 스물다섯 번째 롤

from photo/M6 2008/07/05 22:29
이러나저러나 시간은 저 먼저 흘러가고 기다려주지 않는다. 때때로 그 시간을 좇지 않는 것으로 위안을 삼기도 하지만 이 시간도 저대로 흘러가고 만다. 아무려나. 우연찮게 손에 들어온 유효기간 일년 지난 필름, 마지막 한 장 찍고 나서 벤치에 앉아 문득 올려다본 하늘은 초록이 대세였다.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코닥 골드100

M6 스물네 번째 롤

from photo/M6 2008/05/27 22:42
지난 22일 저녁, 수성아트피아에서 끌로드 볼링의 재즈 공연을 봤다. 트리오, 퀸텟, 보컬까지. 보는 내내, 제대로 해석하는 놈도 대단하지만 만들어내는 놈에 비할까, 생각이 맴돌았다. 인생 참 제대로 즐기는 노인네들과, 잘 어울리는 청춘(?)들이었다. 공연 끝나고는 늦었지만 한 오년여 이어오던 한 모임의 사실상 마지막 모임이 있어 들렀다가 마침 자리가 파하여 몇몇 얼굴들만 보곤 괜한 마음에 찬 소주만 약간 비웠더랬다.

남들 쉬지 않는 날 쉬는 건 참 맛깔스런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오늘처럼 더운 날 나돌 생각을 했다니, 이발하고 신천 조금 걷다 곧바로 궤도 수정하여 CGV에서 인디아나 존스를 보고 잠깐 선선한 저녁 바람을 즐기곤 들어오고 말았다. 밤부터 비가 온다는데, 수성아트피아에서 0124님 기다리는 동안 잠시 찾았던 행운 또는 행복의 이파리도 함께.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후지 오토오토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