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오토400'에 해당되는 글 6건

  1. M6 서른한 번째 롤 2011/05/05
  2. M6 스물네 번째 롤 2008/05/27
  3. M6 스물한 번째 롤 2008/03/03
  4. M6 열여덟 번째 롤 2007/10/19
  5. M6 열다섯 번째 롤 2007/09/19
  6. M6 열세 번째 롤 2007/07/18

M6 서른한 번째 롤

from photo/M6 2011/05/05 23:44
첫 번째 사진을 가만 보니 지난해 아버지 생신 축하연 때 찍은 것이다. 필름을 넣어둔 지 오래되긴 하였으려니 하였지만 오늘 찍은 마지막 사진까지 꼬박 일 년이 넘었을 줄은 몰랐다. 냉장고에 있는 필름들도 거진 유효기한이 지났거나 얼마 남지 않았겠다. 오랫동안 M6과 D50을 처분하고 후지 X100으로 갈아탈 생각을 하였으면서도 출시 이후에는 막상 저지르게 되질 않더니 불쑥 다시 불이 붙기도 한다. 그래봤자 술 마실 일도 아닌데 실행할 턱이 없겠지만 말이다. 에어컨도 그렇고 컴퓨터도 그렇고 여러 날 알아보고 재어보고도 어째 마지막 한 걸음이 떼어지지가 않는다. 무기력이 천성처럼 내려앉은 것일까. 그러고 보니 부질없는 것은 매한가지로되 덕을 보는 놈은 다 따로 있는 것이로구나.

서연이가 그만두었던 바둑을 다시 시작하였다. 지역 연구생 제도가 활성화되면서 여러모로 인연이 닿아 다시 시작한 것이다. 얼마나 계속할는지 알 수 없으나 미련이나 아쉬움은 없을 터이다.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summicron 50mm 3rd, 후지 오토오토400

M6 스물네 번째 롤

from photo/M6 2008/05/27 22:42
지난 22일 저녁, 수성아트피아에서 끌로드 볼링의 재즈 공연을 봤다. 트리오, 퀸텟, 보컬까지. 보는 내내, 제대로 해석하는 놈도 대단하지만 만들어내는 놈에 비할까, 생각이 맴돌았다. 인생 참 제대로 즐기는 노인네들과, 잘 어울리는 청춘(?)들이었다. 공연 끝나고는 늦었지만 한 오년여 이어오던 한 모임의 사실상 마지막 모임이 있어 들렀다가 마침 자리가 파하여 몇몇 얼굴들만 보곤 괜한 마음에 찬 소주만 약간 비웠더랬다.

남들 쉬지 않는 날 쉬는 건 참 맛깔스런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오늘처럼 더운 날 나돌 생각을 했다니, 이발하고 신천 조금 걷다 곧바로 궤도 수정하여 CGV에서 인디아나 존스를 보고 잠깐 선선한 저녁 바람을 즐기곤 들어오고 말았다. 밤부터 비가 온다는데, 수성아트피아에서 0124님 기다리는 동안 잠시 찾았던 행운 또는 행복의 이파리도 함께.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후지 오토오토400

M6 스물한 번째 롤

from photo/M6 2008/03/03 00:21
이 초라한 블로그가 나에게 가져다 준 게 적지 않다. 작은 허세일망정 지키게 하였으며, 단순한 기록을 넘어 생활을 반추하게 해 주었다. 살다보면 생기기 마련인 크고 작은 매듭마다 잊지 않고 새길 수 있게 하였으며, 서연이의 소중한 성장 과정을 간직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그보다 더한 것들도 주었다.

한동안 이 블로그에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다. 말이 그대로 거짓이 되든, 사는 모양이 거짓을 증거하든 할 거라는 예감에 눌린다. 스스로를 배반하는 걸 언제, 어디까지 용납할 수 있을까. 스스로가 이기든, 배반이 이기든, 멋지게 타협하든, 죽도 밥도 절도 다 떨어지든 할 테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다.

* Leica M6, summicron 50mm 3rd, 후지 오토오토400

M6 열여덟 번째 롤

from photo/M6 2007/10/19 01:41
지난 일요일, 모처럼 산엘 올랐다. 서연이가 잘 걸어준 덕에 충혼탑 옆 주차장에서부터 약수터 조금 위까지 오를 수 있었다. 저녁에 신천이라도 매일 걸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정색을 하고 책으로 펴낸 글보다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 더 살갑고 재미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웹에서는 뜻은 좋으나 여러모로 문장이 난삽하여 얻을 것만 얻고 지나치게 되는데 막상 펴낸 책은 잘 다듬어져 있어 마음에 드는 경우도 있다. 앞의 것은 정민의 책 읽는 소리를 다 읽고나서 느낀 것이고, 뒤의 것은 우석훈의 책들을 짧게 훑어보고 느낀 것이다. 선비의 삶을 비롯하여 옛글을 읽는 재미야 유별난 데가 있지만(특히 정민처럼 문장이 좋은 경우에는 더욱), 한 가지, 술 익었다 대신 부르러 가고 편지 전하러 가는 종놈이나 당시 세상을 떠받치던 생산자들의 눈과 세계는 어쩐단 말이냐,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다. 조선일보 기고 글이 많아서일까, 괜한 트집이라도 잡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킹콩을 빌려다 봤는데, 다른 건 다 몰라도, 킹콩이 많은 일을 끝낸 것처럼 앉아 노을을 바라보는 모습은 오래 안 잊혀질 것 같다. 그 장엄함과 우수라니.

평생 마실 술의 총량이 정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노을처럼 오래 오래 붙들고 싶다. 인정이고 술이고 아낄밖에.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후지 오토오토400

M6 열다섯 번째 롤

from photo/M6 2007/09/19 23:20
두 롤 채워 맡기려다 보니 무지 오래된 사진들이다. 0124님 퇴근길에 올리브칼라에다, 어제 맡겨서 오늘 찾았다. 뒤의 사진들은 9월 2일 벌초하러 가서 태어나 세살까지 산 의성 고향집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비가 온 탓도 있지만(그렇기 때문에) 예쁜 사진들을 더 찍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아직도 이 사진기를 막 굴리지 못하겠다.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summicron 50mm 3rd, 후지 오토오토400

M6 열세 번째 롤

from photo/M6 2007/07/18 03:10
지난 토요일, 모처럼 서연이를 데리고 이십대의 대부분을 함께 보낸 대명동 계대를 찾았다. 그전에도 한 번 들렀을 때 느꼈지만 새로 한 조경은 여전히 낯설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는데도 마치 어른이 되고 처음 어릴 적 초등학교를 찾은 것 마냥 모든 게 작고 사랑스럽게 느껴져 무척 기이한 기분이었다. 학생회관 앞 계단과 돌벤치가 이렇게나 작았다니, 기념으로 만들어놓은 조금 큰 모형을 보는 듯 했다.

* Leica M6, summicron 50mm 3rd, 후지 오토오토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