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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선화 2010/01/01

수선화

from text 2010/01/01 08:02
라일락 향기가 바람에 떠다니는 때란, 그 향기가 바람에 떠다니면서 청춘들의 후각을 자극할 때면, 그 어느 청춘인들, 가슴 설레지 않을 수 없으리라. 꽃향기만으로 가슴 설레는, 그 고운 청춘의 시절에, 그러나, 나는, 그리고 해금이는, 해금이의 친구들은 참으로 슬펐다. 속절없이, 속절없이, 꽃향기는 저 혼자 바람 속에 떠돌다가, 떠돌다가 사라지고 나는, 해금이는, 해금이 친구인 우리는, 저희들이 얼마나 어여쁜지도 모르고, 꽃향기 때문에 가슴 설레면 그것이 무슨 죄나 되는 줄 알고, 그럼에도 또 꽃향기가 그리워서 몸을 떨어야 했다.

공선옥의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작가의 말 중에서. 아홉 송이 수선화는 그대로 다들 반짝이는 별이었다. 한때나마 별이었던 사람은 푸른 하늘을 보았던 기억보다 선명하게 스스로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살아남은 자들, 남겨진 자들은 남은 과정을 갖고 있는 것. 그러게, 무슨 일에나 미학은 있는 법이니까(백경에서 이스마엘), 늦은 것도, 늦을 것도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