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에 해당되는 글 6건

  1. 내년에도 후년에도 2 2011/08/17
  2. 달중이 2011/08/09
  3. 달범이 2011/08/08
  4. 달팽이, 안녕 2007/05/14
  5. 달팽이 2006/09/24
  6. 달팽이의 세계 5 2006/09/14

내년에도 후년에도

from photo/etc 2011/08/17 14:42
대한생명배 입상자들의 기념사진. 바둑뉴스에서 퍼왔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저 자리에 설 수 있으면 좋겠다. 지난 14, 15일엔 원주의 오크밸리에 다녀왔다. 서율이를 낳고부터는 어디 다닌 기억이 별로 없는 게 참 오랜만의 나들이였다. 직장 후배의 주선으로 차편이나 숙소 걱정 없이 온통 초록 속에 잠길 수 있었다. 그리고 달팽이가 한 마리 더 늘었다. 원주에 다녀오기 전, 같은 화단 깊은 곳에 뒹구는 걸 서연이가 발견한 것이다. 이제는 저나 나나 오며가며 그 화단을 유심히 보는 버릇이 생겼는데, 더는 없는 것 같고, 아마 세 마리를 누가 버린 게 아닌가 싶다. 제 엄마와 함께 지은 이 녀석의 이름은 날라리를 따서 달라리란다. 이제껏 놀고 농땡이 피우다 꼴찌로 느지막이 들어와서 그렇대나 어쨌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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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중이

from text 2011/08/09 11:33
별일이 다 있다. 엊저녁 서연이랑 배드민턴을 치고 들어오는 길에 달범이를 만난 자리 부근에서 똑같은 종류의 달팽이를 본 것이다. 덩치가 약간 더 큰 이 녀석은 그간 먹을 게 마땅찮았는지 레종 담뱃갑을 물어뜯고 있었다. 안 됐기도 하고 망설이다가 서연이에게, 아빠는 한 마리 더 키울 생각이 없다, 다만 네가 꼭 키우겠다면 네가 들고 들어가자, 그러면 번식은 않는 걸로 하고 한번 키워보겠다 했더니, 한참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마음을 내어 냉큼 들고 오는 게 아닌가. 안 그래도 데려왔을 터이지만 꼼짝없이 짝을 지어줄 핑계가 생긴 것이다. 달걀껍질 부순 것에다가 상추, 배추를 한 장씩 넣어주었더니 잘 먹고 원기를 회복한 듯, 아침에 보니 잔뜩 움츠리던 어제와 달리 손길에 큰 거부감이 없다. 서연이에게 이번에도 이름을 지어주라 했더니 대뜸 달중이란다. 높지도 말고 낮지도 말고 중간으로 하라는 말이라니, 녀석, 어느 책 어느 대목에서 그 비슷한 걸 읽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감도 그렇고 딱 좋다. 녀석은 오늘부터 3박 4일 서울, 분당으로 바둑대회 참석 겸 견학 겸 다녀온다. 어미아비와 떨어져 처음으로 긴 시간을 보내는 것, 견문도 넓히고 속도 채우는 시간이 되기를. 잘 다녀오려무나.

* 오늘(8월 10일) 63빌딩 별관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11회 대한생명배 세계어린이국수전, 녀석은 저학년부에 출전하여 4강을 차지하였다. 예선은 통과하겠지, 그것도 대진 운이 따라야 할 텐데, 4강까지는 갔으면 좋겠는데, 했던 것이 승전보를 전해 올 때마다 욕심이 늘어, 결과가 나오고 나니 처음 바람은 잊고 졸였던 마음만큼이나 많이 아쉬웠다. 비록 학년부이지만 전국에서 모인 64명이 겨룬 본선, 잘했다, 반상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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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범이

from text 2011/08/08 09:45
며칠 전 저녁 무렵 담배나 한 대 태우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입구 화단에서 큰 달팽이 한 마리를 만났다. 늘 보았던 달팽이와 달리 몸집이 워낙 커서 처음에는 무슨 괴물을 보는 기분이었는데, 애들이 좋아할 것 같아 징그러움을 무릅쓰고 달랑 들어 집으로 데려왔다. 컴퓨터를 켜고 이리저리 찾아보니 짐작대로 애완용으로 많이 키운다는 식용 달팽이였다. 아마도 누군가 키우다가 비 오는 날 내놓은 것이겠지. 부랴부랴 집을 장만하고 채소도 사서 넣어주었더니 애들도 좋아하고 저도 잘 적응하는 것 같다. 식성이 좋아 하루저녁에 상추 큰 것 한 장 정도는 먹어치운다. 서연이는 한 마리 더 사서 알도 낳고 부화도 해 보자는데 보통 번거로울 일이 아니다 싶어 말렸다. 외로울 일이야 무엇 있으랴. 천성대로 느릿느릿 잠자고 꿈꿀 일이다. 서연이가 지어준 녀석의 이름은 달범이다. 아범, 할아범 하듯이 달범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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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안녕

from text 2007/05/14 13:43
팔 개월 가량 함께 했던 달팽이가 죽었다. 며칠 제대로 살피지 못하다 어제 아침에 들여다 보았더니 기척이 없었다. 그 놈의 특성상 무슨 대단한 정서적 교감이 있었던 건 아니라서 그닥 크게 슬프거나 아쉽지는 않았지만 미안하고 어딘가 한 구석이 허전하다.

오후에는 서연이랑 우방랜드에 갔다 왔다. 하루종일 그렇게 좋아하는 모습은 처음 본 것 같다. 두시쯤부터 여덟시까지 둘이서만 있었는데, 나는 코끼리, 하늘 자동차, 춤추는 비행기, 어린이 바이킹에다 코인 놀이기구 등을 타고 자연생태공원까지 일대를 다 돌아다녔다. 제 엄마가 오고부터 길게 줄을 서지 않아도 되어 어린이 자이로드롭과 탔던 놀이기구들을 다시 타고 혼자 타기 어려운 회전목마, 풍선타기, 후룸라이드를 탔다.

집 근처에서 늦게 반주를 곁들여 저녁을 먹으면서도 말했지만, 사실 늘보 기질이 다분한 내게 물론 더 나은 시간을 위해서라지만 일요일까지 제 시간으로 할애하여 자기 일에 집중하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아들놈과 충분히 가까울 수 있어 이런 복도 있구나 생각하다가도 문득문득 내가 없어지는 환영에 사로잡히곤 했다. 허나 어젠 이제 익숙해져 버린 건지 서연이 웃음에 단단히 중독된 건지 견딜만 하단 생각을 많이 했다. 긴 시간 몹쓸 죄를 지었다. 달팽이의 안녕을 기원한다.

달팽이

from photo/D50 2006/09/24 00:17
달팽이가 많이 컸다. 처음 우리에게 온 지 열흘이 좀 넘었는데 그새 몸집이 배는 커진 것 같다. 잘 자라주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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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의 세계

from text 2006/09/14 05:09
냉장고에 넣어둔 지 며칠 지난 포도에서 달팽이(한자어로 蝸牛 또는 山蝸라 부른다니 멋이 담뿍한 이름이 아닐 수 없다)가 나왔다. 서연이가 하도 좋아하여 포도 가지를 받쳐 임시로 집을 만들어 주었다. 습성에 대한 공부를 좀 하고 잘 한 번 키워봐야겠다.

거기에는 우리가 모르는 세계가 있다
눈 깜빡할 새 하루를 보내는 우리가 감히 짐작할 수 없는 세계가 있다
노고지리의 노래도
고래의 가슴도
가늠할 수 없는 그리움이 있다
호흡을 멈추고
합장하며
가만히 응시하노라면 거기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세계가 있다
가느다란 촉수의 떨림에 이은 아슬아슬한 곡예가 있다
맨 끝에 매달려
웅크리고 침잠하는 무서움이 있다
후학을 위해
길게 한 줄기 남겨주시는 센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