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배 입상자들의 기념사진. 바둑뉴스에서 퍼왔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저 자리에 설 수 있으면 좋겠다. 지난 14, 15일엔 원주의 오크밸리에 다녀왔다. 서율이를 낳고부터는 어디 다닌 기억이 별로 없는 게 참 오랜만의 나들이였다. 직장 후배의 주선으로 차편이나 숙소 걱정 없이 온통 초록 속에 잠길 수 있었다. 그리고 달팽이가 한 마리 더 늘었다. 원주에 다녀오기 전, 같은 화단 깊은 곳에 뒹구는 걸 서연이가 발견한 것이다. 이제는 저나 나나 오며가며 그 화단을 유심히 보는 버릇이 생겼는데, 더는 없는 것 같고, 아마 세 마리를 누가 버린 게 아닌가 싶다. 제 엄마와 함께 지은 이 녀석의 이름은 날라리를 따서 달라리란다. 이제껏 놀고 농땡이 피우다 꼴찌로 느지막이 들어와서 그렇대나 어쨌다나.
별일이 다 있다. 엊저녁 서연이랑 배드민턴을 치고 들어오는 길에 달범이를 만난 자리 부근에서 똑같은 종류의 달팽이를 본 것이다. 덩치가 약간 더 큰 이 녀석은 그간 먹을 게 마땅찮았는지 레종 담뱃갑을 물어뜯고 있었다. 안 됐기도 하고 망설이다가 서연이에게, 아빠는 한 마리 더 키울 생각이 없다, 다만 네가 꼭 키우겠다면 네가 들고 들어가자, 그러면 번식은 않는 걸로 하고 한번 키워보겠다 했더니, 한참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마음을 내어 냉큼 들고 오는 게 아닌가. 안 그래도 데려왔을 터이지만 꼼짝없이 짝을 지어줄 핑계가 생긴 것이다. 달걀껍질 부순 것에다가 상추, 배추를 한 장씩 넣어주었더니 잘 먹고 원기를 회복한 듯, 아침에 보니 잔뜩 움츠리던 어제와 달리 손길에 큰 거부감이 없다. 서연이에게 이번에도 이름을 지어주라 했더니 대뜸 달중이란다. 높지도 말고 낮지도 말고 중간으로 하라는 말이라니, 녀석, 어느 책 어느 대목에서 그 비슷한 걸 읽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감도 그렇고 딱 좋다. 녀석은 오늘부터 3박 4일 서울, 분당으로 바둑대회 참석 겸 견학 겸 다녀온다. 어미아비와 떨어져 처음으로 긴 시간을 보내는 것, 견문도 넓히고 속도 채우는 시간이 되기를. 잘 다녀오려무나.
* 오늘(8월 10일) 63빌딩 별관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11회 대한생명배 세계어린이국수전, 녀석은 저학년부에 출전하여 4강을 차지하였다. 예선은 통과하겠지, 그것도 대진 운이 따라야 할 텐데, 4강까지는 갔으면 좋겠는데, 했던 것이 승전보를 전해 올 때마다 욕심이 늘어, 결과가 나오고 나니 처음 바람은 잊고 졸였던 마음만큼이나 많이 아쉬웠다. 비록 학년부이지만 전국에서 모인 64명이 겨룬 본선, 잘했다, 반상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