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에 내리는 비

from text 2006/12/14 14:51
김규항의 블로그에서 '연설'을 보고
산티아고에 내리는 비(혹은 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를 떠올리다가, 만난
벤세레모스, 벤세레모스
바람구두연방의 문화망명지

이 더러운 세상에서 지금, 누가 혁명을 꿈꾸지 않겠는가, 마는
왠지 나만, 혁명을 꿈꾸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린 걸까,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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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머리에꽃을 2006/12/14 18:4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좋은 영화들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함께 살아가는 영화들은 줄어들지요. 2005년 전주영화제에서 본 Patricio Guzman의 걸작 다큐멘터리[살바도로 아옌데]는 아직까지 저와 함께 살고 있는 손에 꼽히는 영화입니다. 인터뷰 위주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아옌데 집권이전과 집권과정, 쿠데타에 의한 자살까지를 당시의 기록필름들과 나레이션, 그리고 아옌데를 직간접적으로 기억하던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들로 부서진 시계와 멈춰버린 안경 만 남기고 떠난 그의 기억을 빼곡하게 채워놓았지요.

    '살바도르 아옌데는 칠레노동자의 역사다.', '우리에게 다시 그런 꿈같은 시절이 올수 있을까...'

    희망과 신뢰가 가득하던 지상에서의 한순간과 유일무이한 그들의 진정한 지도자를 옷소매를 적시며 회상하는 칠레사람들의 모습들... 정말 부럽더군요. 우리네 민중들이 애타게 박정희 각하의 허튼 흔적들에 열광하는 것이 어찌나 안타깝던지... 베트남의 호아저씨처럼 칠레인들은 아옌데가 있던 시절을 마치 유토피아처럼 회고하고 있었습니다. 폭력혁명이 아닌 장기간 협상과 타협으로, 민중들을 설득시켜 이룩한 위대한 현실사회주의의 장엄한 기록에 짜릿하게 매료당하고 말았지요.

    Patricio Guzman 이라는 이름이 익숙하지요?
    이 양반이 바로 아옌데 정권의 마지막 1년을 담은 걸작다큐 칠레전투 3부작을 만들었던 사람입니다.
    영화 첫 부분에서 아옌데 선거당시 모든 미디어가 군부에게 통제되고 CIA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민중들의 가장 훌륭한 선전물이었던 벽화... 감독이 망명하기 전에 묻어놓었던 그 벽화가 그려진 벽을 맨손으로 파내는데... 짠하더군요.
    Patricio Guzman의 칠레전투는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그는 온몸을 던져 최전선에서 카메라를 휘두르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구할 수 있으면 꼭 보셨으면 싶은데... 방법이 없나 모르겠습니다.
    당선 축하연설 하러온 카스트로의 목소리와 연설장면도 생생하게 나옵니다.^^
    (당시의 지도자들은 웅변력이 지도력의 5할은 차지했다고 생각합니다.)

    바람구두연방의 문화망명지...는 개인문화포털사이트로는 최고봉이 아닐까 싶습니다.
    굵직한 네티즌1세대로 지금은 인기가 저물고 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곳이지요.
    참, 제 블로그에 김일 4부작 모두 올렸습니다.
    근데, 3, 4부는 1, 2부보다 느낌이 조금 약하더군요.^^

    • excuser 2006/12/15 09:51  address  modify / delete

      솔직히 바람구두연방의 문화망명질 보고 놀랬다. 개인이 이룩한 일이라니. 머꼬의 모르는 것 없음에도 다시 한번 놀라고 있고. ^^

      아옌데가 마지막에 자살했단 얘긴 다른 증언들과 갈리는 부분인데, 혹 착각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면 내가 지금까지 잘못 알고 있는 건지도. 확인이 필요할 듯.

      푸른 하늘을 본 기억은 사람들 가슴에 잊히지 않고 각인된단 얘기가 다시 떠오르는구나. 사람들은 흔히 실패하고 만 인물의 이야기나 역사에 대해 애착을 갖고 관대해지는 경향이 있더라. 꿈꾸는 사람들이 주의하여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한다.

      구즈만의 영화는 꼭 보고 싶은데, 방법을 찾으면 알려다고. (선전선동 능력은 예나 지금이나 지도자들에게 꼭 필요한 자질이겠지. 사실 지금 대통령은 그나마 나아졌지만 우리 대통령들처럼 연설 못하는 지도자(?)들을 찾아보기도 어려울 거야.) ^^

  2. 원행자 2006/12/15 21:5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역시나 여기는 분위기가 험하군. ^^; 그냥 다녀갑니다. 담부터 좀 낄 자리를 만들어 주구랴~ 휘익~ 텅~텅~ (머리 빈 자 퇴장하는 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