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놀이

from photo/D50 2008/04/07 00:43
벌써 봄은 다 가버린 듯, 반팔 소매로도 낮엔 더웠다. 두류공원부터 일대 벚꽃이 한창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사람에 치이고 그저 지칠 게 뻔했지만 '닌텐도DS'와 '불꽃놀이'에 현혹되어 또 우방랜드를 찾았다. 어디서 알았는지 요즘 닌텐도DS 노래를 부르는 녀석에게 (저도 대충 가격을 알기에)산타 할아버지를 둘러대어 연말까지 잘 미루어두었는데, 마침 이곳 영타운에서 세시부터 하는 빙고게임 타이틀이 닌텐도DS라 행여 하는 마음도 들고, 가까이에서 (개장 13주년 기념)불꽃놀이를 볼 욕심도 났던 것이다.

직장 동료 결혼식에 들른 0124님과 서연이를 입구에서 만나 곧장 영타운에 자리 잡고는 시끄러운 음악과 따가운 봄볕 속에 버텼으나, 짐작대로 셋 다 빙고 근처에도 못 가고 말았다. 그래도 긴 줄과 부실한 먹을거리에 지친 끝에 여덟시에 맞은 불꽃놀이는 감동적이었다. 불꽃이 터지는 바로 아래에서 맞는 불꽃들이 이렇게 장관일 줄 몰랐다. 마치 깊은 산 속, 그믐날 쏟아지는 별들이 그대로 눈 속으로 부서져 내리는 듯, 서연이와 나는 앉은 채로 그 속으로 빨려들고 있었다. 비교적 작은 규모일 테지만, 그만큼 가까이에서 동화되는 기분이었다. 불꽃 터지는 소리에 맞춰 저도 모르게 연신 감탄사를 내뱉고도 쿵쾅대고 울렁이는 가슴을 어찌할 줄 몰라, 마치고도 바로 자리를 뜨지 못하였다.

방금 담배 생각에 잠깐 나가 제법 많이 내리는 비를 보니 기온으로는 몰라도 꽃으로는 다 간 봄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산에 올라 무리진 선홍빛 진달래를 만나면 늦봄을 즐길 수 있으려나. 봄나들이 한번 제대로 못하고 지나가나 했더니, 불꽃놀이 한번으로 올봄이 이리 빛나는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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