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여름

from text 2017/08/22 20:22
가을, 여름이 다하지 않은 가을이다. 필시 언제 어디서 나머지 여름이 작열할 것이다. 팔월 중순의 한밤, 술집들이 다 익은 알밤처럼 출입문을 열고 있다. 어디선가 낯익은 별이 떨어지고, 일행과 헤어진 나는 떨어진 별처럼 아무렇게나 손님 없는 빈집으로 들어간다. 며칠 새 확 늙은 기분이다. 거짓말 같은 날씨, 마치 더는 읽을 만한 흥미로운 글이 없어 스스로 쓰기로 작정한 사람처럼 새로 술병의 목을 딴다. 번지를 잃어버린 삼덕동, 봄이면 그곳에도 연분홍 연분이 피어나겠지. 더운 흙은 제 기운을 못 이길 테고, 더는 갈 길 없는 너도 새봄을 핑계로 다하지 않은 꿈을 접었노라 우기기 좋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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