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아 불어라

from text 2017/02/20 10:32
겨우내 밤을 웅크려 짐승처럼 세상을 궁리하였다. 짧은 겨울잠인 듯, 긴 낮잠인 듯, 휑한 몰골에 두드러기만 남았다. 궁리한 세상이야 유통 기한 지난 필름처럼 기다림도 잊고 다만 거기 술집 어느 모퉁이에 들러붙어 있을 것이다. 아침 출근길, 사무실 앞 매화 석 점이 바람 속에 불꽃 같은 망울을 터뜨렸다. 다음은 조동진의 불꽃.

바람아 불어라 가만가만 불어라 나뭇잎 쌓이는
님 떠난 그 자리에 한 줄기 아름다운 불꽃을 피우자
바람아 불어라 가만가만 불어라 작은 새 날아라
해 저문 하늘 높이 한 줄기 아름다운 불꽃을 피우자
나는 보았네 사랑과 미움을 나는 보았네 저 불꽃 속에
나는 보았네 슬픔과 기쁨을 나는 보았네 저 불꽃 속에

* 반상사유, 2월 15일부터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6회 지역영재 입단대회 참가를 끝으로 프로기사의 꿈을 접었다. 연착륙을 위한 서로의 약속을 지키는 것. 저나 나나 어찌 아쉬움이 없으랴만 나로서는 홀가분한 마음이 앞서기도 한다. 아무렴, 아마추어가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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