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내리던 비가 멎더니 꽃샘추위가 티 나게 봄을 부른다. 매섭지도 무디지도 않게, 아닌 척 모른 척. 법주 한잔에, 티 내는 거리와 티 나는 사랑을 생각한다. 창밖으로 푸른 빛이 시들고 소리도 검게 변한다. 저물녘이면 저무는 인연도 시작하는 인연도 다 어여쁘다. 지난날의 나도 나의 지난날도 다 용서가 되고, 발칙한 청춘과 갈데없는 후회도, 가련한 이름들도 다 용서가 된다. 나무의 하늘은 어디인가. 며칠 내리던 비를 핑계로, 오던 길 돌아가던 봄이 마지못해 슬쩍 돌아선다. 그럼, 너도 쉬운 놈이 아니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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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의 하늘 2025/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