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에 해당되는 글 7건

  1. 안녕 2015/01/28
  2. 사계 4 2010/02/27
  3. 지우개 5 2009/09/18
  4. 사계 3 2009/01/20
  5. 사계 2 2009/01/10
  6. 지렁이 소고 2008/12/27
  7. 사계 2008/09/04

안녕

from text 2015/01/28 19:38
말을 많이 한 날 밤은 공허하다. 그럴듯한 말을 한 날은 더욱 그렇다. 역시 덜 깬 상태가 덜 취한 상태를 능가한다. 멀리 있는 술집도 가지 않는 내가 오늘은 멀리 있는 너를 그린다. 지나는 문장마다 너를 생각하며 빼거나 더한 대목들이 적지 않았다. 온전히 내가 나였던 시절, 고스란히 나의 전부를 던졌던 그때. 철없이 겁도 없이 내닫다 내일도 없이 주저앉기도 했지만, 선홍의 꽃을 끝내 대궁 끝으로 밀어 올리기도 했다. 치열하게 울고 허무하게 지기도 했다. 세상을 버리고 너를 버리고 갈 일이 아득하다. 완벽주의자, 완벽한 현실주의자는 우울로 스스로를 버릴 수밖에 없다더라만, 비어야 채울 수 있다는 거짓말을 믿기로 한다. 세상아, 너를 만나 즐거웠다. 취할 수 있어 좋았다. 기다려라. 이제 너에게 다른 세상을 알려 주마.
Tag // ,

사계 4

from text 2010/02/27 10:10
저 아득한 고어 너머 그를 찾아갔으나 그는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시가 되지는 않았다. 니은자로 구부러져 너는 인간의 자리로 내려왔고, 나의 지갑엔 교통카드와 복권 세 줄, 그리고 낡은 꿈이 접혀져 있었다. 어쩌면 봄비가 그렇게 들이치는 날이었다. 피곤한 네가 잠시 몸을 뒤척일 때 천지가 놓였다 들렸다. 어째서 이것은 시가 되지 못하는가. 그때, 봄 마중 간 날 저녁으로부터의 긴 꿈. 그래, 너는 수단이 아니라 목적인 것을. 채비가 늦었다.
Tag //

지우개

from text 2009/09/18 16:13
지우다 보면 지우는 지우개도 지워지기 마련, 지운 기억도 그렇게 지워질까.
Tag //

사계 3

from text 2009/01/20 19:27
어디에 있었나요. 지난 밤 꿈 그렇게 왔다 기약 없이 가고는. 해가 바뀌고 날이 몹시 차던가요. 어느 모퉁이 또 준비도 없이 맞닥뜨릴까, 이젠 시린 잠도 들지 못하게 하고선. 아침부터 기우는 수직선 너머, 오늘은 하얗게 질린 하늘에서 설핏 지나간 내 마음도 보았지요. 다친 마음, 고왔던 자리가 당신을 부르고 있었지요. 만난 자리 하나하나 만나며 지웠던 건 누구의 의지였을까, 묻고 있었지요. (계속)
Tag //

사계 2

from text 2009/01/10 23:43
꿈이라고 다 꿈꾸는 자의 몫일 수는 없는 것. 잊고자 마신 술은 그를 뺀 나머지 전부를 잊게 만들었다. 만난 만큼의 시간이 흐른 후 그 사실을 깨닫기까지 또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상처에 돋는 새살처럼, 다른 기억이 살아나며 그를 잊을 수 있었으나, 모든 건 달라져 있었다. 비루한 사랑은 원망과 한탄을 지나 불구의 몸뚱아리를 만들어 놓았다. 인생의 무수한 틈과 달라진 시간은 어떠한 복기로도 정수를 알 수 없게 하였다.

한때 우리는 세상과 인간의 다채로운 결에 대해 이해하기를 멀리 했고,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단일한 이론으로 세상과 삶을 설명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결국 사랑하지 않았거나 사랑할 줄 몰랐던 거다. 물론 지상에 사랑이란 건 애초에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아무려나, 저도 어느 쪽이든 비집고 들 틈이 없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 내가 다른 N들에게 느꼈던 것처럼, 소녀 취향의 감성에 질리기도 했을 것이다. (계속)
Tag //

지렁이 소고

from text 2008/12/27 09:09
춘하추동, 잎 피고 꽃 지는 내력
더는 들어 알 것 없다마는
더러 숨죽여 우는 것은
방금 왔다 금방 가는 까닭이다
따로 또 떨어진 몸이
부럽기도 한 것이다
꽃 분분, 눈 분분
이렇게 흐리기도 한 날이면
오가는 내력 문득
궁금하기도 한 것은
서정에 물든 나도, 어느새 저렇게
갔다가는 오고 싶은 까닭이다
Tag // ,

사계

from text 2008/09/04 00:11
흔치 않은 성씨였다. 이름은 잊어버렸다. N이라고 해두자. 그 무렵 나는 한 문장만 빼도 바스러지는 촘촘하고 유리알처럼 투명한 소설이나 철학적 사유를 담은 시를 쓰고 싶어 했다. (계속)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