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동행'에 해당되는 글 4건

  1. 사계동행 2 2022/12/12
  2. 흔적은 흔적으로 2018/07/07
  3. 12월 19일 1 2012/12/22
  4. 돌아오는 길 2011/10/24

사계동행

from text 2022/12/12 08:25
사계동행 친구들과 토, 일 거제도에 다녀왔다. 이 모임에서 식구들 빼고 일박으로 어디 다녀온 건 처음 있는 일이라 남다른 감회들이 있었다. 덕포해수욕장에 있는 한 친구의 옛 친구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조개찜과 구이를 안주로 술을 잔뜩 먹고 노래방에 가 노래도 불렀다. 아침은 인근에서 굴국밥, 점심은 돌아오는 길에 밀양 유천본동식당에서 잡어추어탕을 먹었다. 역사가 있는 집인 모양인데 우거지를 넣고 잡어로 추어탕처럼 끓여 낸 게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오가며 해저터널과 거가대교, 짙푸른 바다가 인상에 남았고,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든 오랜 친구들과 대화가 좋았다. 사계동행은 만나고 나면 늘 배우고 조금 더 어른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인연이 여기에 이른 것에 감사한다. 누구의 건배사처럼 육십에도 무사히 보기를. 여전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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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은 흔적으로

from text 2018/07/07 13:58
이 블로그의 마지막 포스팅이 될 것 같다. 기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겠으나, 도메인 등록이든 웹호스팅 서비스든 더 연장하지 않을 생각이다. 흔적은 흔적으로 남을 것이로되, 때가 되면 사라질 일이다.

수조에 열대어 기르기에 빠져있다. 불멍의 지난함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물멍의 신묘함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아무렴, 열대어도 수초도 핑계일 뿐 단지 물을 위한 수고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어린이날, 가창 네이처파크에서 선물로 받은 베타 두 마리가 시작이었다. 사계동행 식구들과 청도 일박이일 여정에도 용케 잘 살아남은 녀석들 덕에 0.5리터의 물이 50리터로 늘었다.

전봇대 위에 마른 나뭇가지를 날라 둥지를 짓는 까치 두 마리를 보았다. 한 마리가 집 단장을 하는 동안 한 마리는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묵상하듯 오래 내려다보고 있었다.

때때로 당신이 무척 보고 싶은 날이 있다. 꽃이 피어서도, 봄이어서도 아니다. 바람이 불어서도, 가을이어서도 아니다. 모른 척 하는 술잔 속에 얼핏 당신이 있고, 나는 모처럼 술을 아끼고 담배를 아낀다. 여태껏 한 해 한 해 특별히 다른 것 모르겠더니 올해는 모든 게 다르고 낯설다.

* ADA 60P(60*30*36), 에하임 2005+파워하우스 스몰 필터, NAS LED Light 600 Fresh, 흑사+왕사, 아누비아스 나나, 미크로소리움 프테로푸스, 에키노도루스 레니, 에키노도루스 블레헤리, 엘레오카리스 파르불라, 그리고 구피 3, 삼각 플래티 2, 미키마우스 플래티 4, 안시 롱핀 3, 블랙 몰리 2, 코리도라스 아에네우스 2, 체리 새우 12(?), 베타 2.

12월 19일

from text 2012/12/22 16:16
12월 19일 저녁, 사계동행 친구들과 송년 모임이 있었다. 양과 대창을 구워 소주폭탄에 금상첨화주(금복주 위에 화랑을 더해 금상첨화라는데, 참소주에 화랑을 섞었다. 고결까지는 몰라도 맛이 괜찮았다)를 먹고, 자리를 옮겨 임페리얼과 금상첨화주를 먹었다. 자리를 옮길 즈음 대권은 결정 났고, 화나고 무엇보다 쪽팔리고 답답한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 어떻게 달랠 길도 없이 평소처럼 술이나 진탕 먹고 뭐라도 주절주절거리는 수밖에는 없겠구나, 이런저런 농이 흘러 다니는 사이 앞에 놓인 술잔이 바빠졌다. 겉으로 유쾌하고 속으로 허물어지다가, 괜찮아요, 괜찮아요 누군가의 말 몇 마디에 즉각적인 위로를 받았다. 나는 한없이 약하고 작았고, 낯모르는 이의 말 몇 마디가 이렇게 따뜻하구나, 위로가 될 수 있구나 처음 알았다. 다음날, 그 느낌에 대해 되새김을 하다 평소 이해하지 못했던 프리 허그, 힐링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아직 실연 후유증마냥 텅 빈 구석은 여전히 빈 채로 있지만, 며칠 나나 세상이 조금은 달라진 건지도 모르겠다.

다음은 김언수의 설계자들에서 밑줄 그었던 몇 문장.

그런데 왜 굳이 도서관이었던 것일까. 도서관은 이렇게 조용하고, 이곳에 가득 쌓인 책들은 저토록 무책임한데. / 일을 끝내고 마시는 저녁의 캔맥주가 시원함과 보상과 휴식의 느낌을 준다면, 아침의 캔맥주에는 쓸쓸함과 몽롱함과 부적절함 그리고 깊은 밤을 지나와서도 끝내고 싶지 않은 무책임에 대한 욕망이 있다. / 하지만 불행히도 인생은 침대 시트가 아니다. 과거건, 기억이건, 잘못이건, 후회건 어떤 것도 깨끗하게 빨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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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

from photo/D50 2011/10/24 20:59
서연이가 지난 10월 16일 유단자부로는 처음 출전한 제4회 대구시바둑협회장배 학생 바둑대회에서 준우승을 하였다. 며칠 후 받은 단증. 공교롭게도 발급 날짜가 제 생일과 똑같다. 10월 22일에는 국무총리배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의 부대 행사 격으로 열린 포항시바둑협회장배 대구경북 학생 바둑대회에서 저학년부 3위를 하였다. 이튿날에는 가까운 친구 네 가족의 모임인 사계동행의 추계동행으로 청도 이서에 다녀왔다. 한 친구네가 가꾸는 시골집이 좋았다. 아이들은 민달팽이며 지렁이를 잡고 감을 따며 즐거워하였고, 나는 모처럼 아궁이에 불을 때는 재미를 맛보았다. 산은 단풍으로 타오르고 들판은 온통 감 천지였다. 어디였나, 가을이 눈을 찡긋하며 물러나는 게 설핏 보였다. 저처럼 모든 걸 두고 선선히 돌아갈 수 있을까, 사는 게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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