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

from text 2022/11/13 07:45
토요일 저녁, 늦가을의 길거리는 온통 낙엽이었다. 상가들은 불만 밝혔고 아무도 없었다. 이천동과 봉덕동의 경계, 바람도 없이 노란 은행잎이 비처럼 쏟아졌다. 11월 중순에 이렇게 포근한 날이 있었나. 많은 잎을 단 나무들이 많은 잎을 떨어뜨렸고 떨어진 잎들이 눈처럼 쌓였다. 한 쌍의 새가 버즘나무 이파리를 피해 노란 무덤으로 날아들었다. 부리를 비비며 인연이란 게 있을까, 나지막이 속삭였다. 너는 멀리 날아가려마. 나는 무덤을 파헤치듯 길을 내 새를 쫓았다. 기다리는 이에게 기다리지 말라 일렀다.

* 더러 서너 잔을 먹은 때가 없지는 않다만, 어쩌다 한두 잔만 먹겠다는 결심을 잘 지키고 있다. 그런대로 오래오래 갈 수도 있겠다. 식구야 논외로 하고, 늘 그렇듯 조금의 일탈이야 없으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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