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온 날, 혁명 기념일에 기념탑 앞에서 만나기로 한 사람을 생각한다. 하얗게 변하는 세상을 보며, 성냥불처럼 꺼졌어도 화약으로 타올랐던 이들에 대해 잠시 생각한다. 첫눈이 오면 만나기로 한 사람도 생각한다. 그 사람은 이미 까맣게 잊었거나 첫눈을 핑계로 다른 누군가를 만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만나기로 한 장소는 세월에 녹아 벌써 없어졌고 어쩌면 나처럼 장소와 사람이 연결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겠는가. 그저 첫눈을 보며 가물가물 옛일을 생각한다. 시절이 좋아 어디서든 단 한 번을 기다리지 않고 다만 먼일을 기약한다.
Tag // 눈
댓글을 달아 주세요
저는 첫눈이 오면 만나기로 한 장소를 애써 외면하며 지나갔어요.
올해 첫눈은 내맘에 내려 더 춥고 외로웠거든요
다음 첫눈이 따뜻하고 다정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