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하루

from text 2015/03/22 22:39
김윤아의 이상한 이야기와 비밀의 정원을 반복해 들었다. 어린 시절 본 티브이 인형극 주제가의 애달픈 곡조를 닮았다. 그 곡조가 김윤아의 신 내린 목소리를 만나 늦은 바람처럼 사람을 흔든다. 늦은 바람이 흔든다고 흔들릴까만, 좁은 견문에 새가슴이 무너질 땐 이렇게 속절없다.

가고 오지 않는다고 말하지 마라. 애당초 오고도 가지 않을 거라 믿지 않았다. 황사만 봄의 다른 이름이 아니었다. 매화, 산수유에 이어 동백도 피고 목련도 피어 봄은 알록달록 사연이 많았다. 누구는 돌아서고 누구는 돌아서서 울었다. 봄밤이 싫어 내처 울기도 했다. 봄날 하루는 여름 여섯이요, 차마 겨울 열인 줄 진작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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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

from text 2015/03/17 23:21
어느 봄날의 그 언덕, 난간에 기대 오래 누운 운동장을 본다. 꿈꾸듯 새잎 돋는 나무들 사이로 개나리꽃빛 플레어스커트가 나를 향해 나풀거린다. 동그란 눈동자, 동그란 안경이 어제처럼 선연하다. 들꽃도 피었던가. 아직 일러 라일락은 피지 않았지만, 우리는 삼월도 사월이었고 사월도 오월이었다. 반지하 조그만 동방 창은 얼룩덜룩 페인트 자국으로 남았고, 시너 향은 가시지 않았다. 중도에 이르는 길목마다 자판기에서 나온 종이컵이 넘쳤고, 언덕에서는 막걸리 밴 야전상의들이 빨래처럼 나부끼며 노래를 불렀다. 나는 나비처럼 쪼그려 앉아 물 묻은 날개를 접었다. 꿀을 탐하듯 소주를 마시며 언뜻 먼 나중을 보았을까. 새하얀 봄날, 샛노란 플레어스커트와 이 언덕을 돌아볼 줄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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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우주

from photo/etc 2015/03/06 17:09
다른 입자로 만들어져 다른 힘의 지배를 받는, 각기 존재하는 수많은 다른 우주가 있을 지도 모른단다. 가 볼 수도, 관측할 수도 없을뿐더러 우리 우주만으로도 벅찰 일이지만, 내 속의 무언가가 열 배는 자란 기분이다. 상상만으로도 거기에 있음을 알겠다. 사진은 일곱 살 반에 올라가는 서율이의 유치원 입학식 날, 0124님의 갤럭시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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