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길

from text 2025/01/12 09:28
본디 사람이 다 좋을 일도 아니고 다 싫을 일도 아니다. 좋고 싫은 것이 적당히 섞여 있을 일도 아니다. 가던 길이라고 다 갈 일도 아니고 모르는 길이라고 못 갈 일도 아니다. 낯선 이야기라고 내 이야기가 아닌 것도 아니고 늘 하던 얘기라고 내 이야기인 것도 아니다. 알 수 없는 것에 매달릴 일도 아니고 안다고 다 아는 것도 아니다.

지난밤 꿈에 길을 잃고 헤매다 옛사랑을 만났다. 사랑도 세월만큼 때가 묻어 좋으면서 싫었다. 안쓰럽게 서로 마주보던 것도 다 옛일이 되었구나. 저 멀리 온 데로 가는 길이 보인다. 다시 올 기약이 없을 뿐, 외길 수순에 저어할 일 있으랴.

새생활신조 2

from text 2024/12/30 12:26
몸과 마음을 쓰되
말과 욕망과 음식을 아끼고
취하지 말며
아쉬움이나 조바심 없이
적도 미련도 버리고
맑은 눈으로
천천히
다음을 준비하자
눈부신 겨울을 기다리자

바람이 불고

from text 2024/12/20 17:15
겨울이다 바람이 불고 떠날 사람은 떠났다
세상은 조금 더 시시해졌고
취하는 재미 따위 나는 오래전에 잊었다
소식이야 어떠랴
남은 사람은 없고 뜬소문 같은 눈이 내린다

* 살다 보면 소중한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기도 하고 별 거 아니던 것이 귀해지기도 한다. 준비란 대개 그런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