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from text 2024/06/26 19:46
추억이 서린 음악은 얼마나 위험한가. 나이가 들어도 마르지 않는 심장, 바닥으로 꺼지거나 허공으로 사라질 아득함이여. 한잔의 술은 얼마나 불온한가. 거짓 위안과 환상으로, 가는 이를 배웅하는구나. 저 꽃잎은 얼마나 위태한가. 다음 계절이 와도 다시 돋을 줄 모른다. 부질없는 낭만과 뜻한 바 비겁으로 일관한 생애, 비와 마지막 바람을 불러 치명을 완수한다.

언제나

from text 2024/06/09 13:40
그래, 언제나 때를 기다렸지. 과거로 가거나 미래를 추억하고, 길을 접어 주머니에 넣을 적이나, 문득 누군가를 만나고, 흐리거나 비가 내리고, 헤매다 다시 길을 낼 적에도. 때가 되면 알지. 멱살 잡은 건 언제나 내가 아니라 때라는 걸. 그래, 너도 오래 기다렸구나. 먼저 움직이지 않는 세월처럼, 언제나 그렇게.

길을 걷다 보았다. 거기 있던 너. 지나지 않은 지난날.

잔을 비우며

from text 2024/05/02 23:18
두 병에서 세 병으로 가는 그 어디쯤
두고 온 사랑이 있을까
까무룩 잃어버린 꿈이 있을까
그 어디쯤
어린 날 그 어디쯤 가는 길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