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고

from text 2024/12/20 17:15
겨울이다 바람이 불고 떠날 사람은 떠났다
세상은 조금 더 시시해졌고
취하는 재미 따위 나는 오래전에 잊었다
소식이야 어떠랴
남은 사람은 없고 뜬소문 같은 눈이 내린다

* 살다 보면 소중한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기도 하고 별 거 아니던 것이 귀해지기도 한다. 준비란 대개 그런 거다.

사실이든 아니든

from text 2024/12/01 06:15
뒤늦게 생각해보니 같이 늙어간다는 기분만큼 좋은 게 있을까 싶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술자리든 아니든. 나이를 먹는다는 것, 낡아가되 새로워진다는 것이 이런 건 줄 몰랐다. 단기 기억이 예전 같지 않고 오랜 기억도 잊어가지만 그게 또 좋은 거였구나 싶고. 늦은 겨울이 온다. 눈물 같은 겨울. 가을이 버린, 봄이 묻은 겨울이.

아름다운 마무리

from text 2024/11/28 19:36
애틋하고 아린 마음들은 다 어디로 갔나 모르겠다. 그렇게 예뻤던 얼굴들도, 꼭 안고 싶던 고운 마음씨들도 다 사라져 버리고, 흐린 기억만 남았다. 청춘처럼 다들 덧없이 가버렸다.

어제, 그끄제 모처럼 술을 조금 마셨다. 언제나 함께 있을 줄 알았던 어떤 것들이 그새 없어지고 말았다. 다음은 법정의 아름다운 마무리 중 일부. 책장을 정리하다 오래전 선물 받고 넣어 둔 걸 발견하였다. 그 시절을 까맣게 잊고 있었구나.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에 대해 감사하게 여긴다. 내가 걸어온 길 말고는 나에게 다른 길이 없었음을 깨닫고 그 길이 나를 성장시켜 주었음을 긍정한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과 모든 과정의 의미를 이해하고 나에게 성장의 기회를 준 삶에 대해, 이 존재계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다. / 아름다운 마무리는 지금이 바로 그때임을 안다. 과거나 미래의 어느 때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순간임을 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지나간 모든 순간들과 기꺼이 작별하고 아직 오지 않은 순간들에 대해서는 미지 그대로 열어 둔 채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