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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면 후에는 2024/09/21

동면 후에는

from text 2024/09/21 19:54
동면에서 막 깨어난 듯, 몇 군데 필름이 끊어진 것 같은 상태로 구월을 보내고 있다. 정신머리가 술에 익숙하니 그런가, 술을 멀리하는 동안 꼭 잔뜩 취한 것처럼 머리 회전도 잘 안 되고 말이 맥락없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다시 익숙해지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겠지. 글쎄다, 못난 놈이 식물의 지혜를 익히는 데 또 얼마나 걸릴까.

종일 비가 내리고, 이제사 진짜 가을이 올 모양이다. 모처럼 거실에서 듣는 빗소리, 빗길을 달리는 자동차 바퀴 소리가 정겹다. 그래, 그만하면 본성을 거슬러 오래 왔다. 나이를 먹으면 묵묵히 받아들이거나 포기할 줄 알게 되지. 이것도 자연의 섭리겠다. 먼길을 가려면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한 법이라더만, 참으로 위없을 일이로다.

배우기 싫어도 배우게 되는 게 있고, 하기 싫어도 할 수밖에 없는 게 있더라. 아무려나, 기다린들 더는 서두를 일 없다. 어서 가자, 애써 이를 일 없다. 어리석은 것이 차마 닮지 말 것은 닮지 말자, 꼭꼭 이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