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가시고부터 밑반찬을 사거나 내가 직접 음식을 만드는 일이 늘었다. 하기 쉬워 예전부터 한 번씩 하던 카레, 김치찌개, 통조림꽁치찌개, 부대찌개, 돼지고기김치볶음을 주로 하고, 어쩌다 기분이 내키면 별식으로 감자샐러드, 김치전, 햄버거를 만들기도 한다.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 녀석의 175에 90을 육박하는 식욕 핑계로 최근에는 생전 안 만들던 음식도 제법 만들었다. 찜닭, 애호박돼지찌개, 돼지고기가지볶음, 된장찌개에 삼겹살수육, 오삼불고기, 시래기고등어조림까지. 대식가이자 미식가인 녀석의 말을 빌리면 지금까지 계속 최고의 맛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작은 재주가 있었나, 나도 어디서 이만한 음식은 잘 먹어보지 못하였다. 동네 시장에서는 오징어나 고등어, 시래기 같은 걸 사며 아주머니나 할머니들의 음식 비법이랄까 주의할 점도 듣고, 때때로 중늙은이를 보는 살가운 눈빛과 홍고추 몇 개 정도는 거저 얻어오고는 한다.
지지난해를 돌아보니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을 오가던 길들만 떠오른다. 그해 다른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봄과 여름의 언덕배기 길과 가을, 겨울의 어두운 골목길과 신천, 그때의 감정과 생각들이 손에 잡힐 것 같다가도 더없이 아련하기만 하다. 지난해에는 이월에 어머니를 여의고 일상을 천천히 회복하였으며 시월에 집을 샀다. 백내장과 녹내장에 알 수 없는 가려움증이 함께 살고 있으며 한 번 술을 마시면 사나흘은 앓는다. 어쩌랴, 온 세상이 신종 감염병으로 시름하는 중에 납작 엎드려 있다가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기도 할 참이다.
지지난해를 돌아보니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을 오가던 길들만 떠오른다. 그해 다른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봄과 여름의 언덕배기 길과 가을, 겨울의 어두운 골목길과 신천, 그때의 감정과 생각들이 손에 잡힐 것 같다가도 더없이 아련하기만 하다. 지난해에는 이월에 어머니를 여의고 일상을 천천히 회복하였으며 시월에 집을 샀다. 백내장과 녹내장에 알 수 없는 가려움증이 함께 살고 있으며 한 번 술을 마시면 사나흘은 앓는다. 어쩌랴, 온 세상이 신종 감염병으로 시름하는 중에 납작 엎드려 있다가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기도 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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