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6 열한 번째 롤

from photo/M6 2007/06/24 00:25
아무래도 원 바디 원 렌즈로 계속 가기는 어려울 게고, M6 특성도 그렇고, 35미리 하나, 50미리 하나로 꾸리니 만족스럽다(RF 카메라의 장점 중 하나라는 파인더로 프레임 바깥을 볼 수 있다는 걸 느껴보고 싶었다. 서연이를 찍기에는 조금이라도 더 망원에 가까운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둘 다 비교적 작고 예쁜 것도 마음에 든다. 사실 50미리 중에서 작고 예쁜 축에 든다는 이 녀석을 막상 보고서야 갖고 있던 35미리가 얼마나 작고 예쁜지 실감할 수 있었다. 간혹 즈미룩스나 엘마가 기웃거려지기는 하겠지만 오래오래 갈 것 같다.

* Leica M6, summicron 50mm 3rd, 후지 오토오토200

M6 열 번째 롤

from photo/M6 2007/06/23 23:58
내일이나 비가 올 줄 알고 셋이서 작은 우산 하나 챙겨 바람 쐬러 나섰다가 애를 먹었다. 달성공원에 도착하고부터 올리브칼라로 교보문고로 아덴힐즈 동아쇼핑점으로 다니는 내내 비가 내렸다. 로커클럽 회원이라고 둘러대고 삼천사백원에 두 롤 스캔을 맡겼다. 모아서 맡기려다보니 좀 지난 사진들이다.

서연이가 그제부터 어제까지 어린이집에서 경주 한화콘도로 여름 캠프를 갔다 왔다. 서연이 없이 둘만 있게 된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자유를 만끽하고자 둘이서 롯데시네마로 영화 보러 갔다가(밀양 볼래다가 무거워질 것 같아 캐리비안의 해적을 봤다. 1편보다 조금 산만하였다) 오사카 회전초밥집에 들러 간단히 밥을 먹는데 전에 같이 온 생각에 보고 싶어 혼이 났다. 어제 오늘 애를 먹이는 걸 보니 언제 그랬나 싶지만.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후지 오토오토200

블로그 개설 일주년

from text 2007/06/13 14:54
블로그를 개설한 지 어언 일년이 되었다. 그리고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스무살 언저리 때만 해도 마흔이라면 아저씨도 그런 아저씨가 없었는데 이제 그 나이에 이르니 나는 왜 이리 어리나 하는 생각만 든다. 서른 즈음에는 딱히 그리 서러운 것도 없으면서 표나게 서러워하고 끊임없이 그것을 인식하곤 했던 것 같다(이렇게 말하고 보니 0124님께 특별히 더 미안하다). 그래도 지금은 상대적으로 덤덤한 게 그나마 나이 먹은 태는 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스무살이 되기 전 한 때 결코 스무살이 되지 않을 거라 큰 소리치던 시절도 있었다. 때때로 어울리던 여학생들 중에는 철석같은 믿음으로 함께 하겠다고 다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참 아련한 일이다. 조금 전 일주년 기념과 마흔에 이른 심신에 대한 위로를 핑계로 오십미리 즈미크론 렌즈 하나 질렀다. 사실 엊저녁 공셔터 좀 날리다가 갑자기 계시를 받아 질러놓고는 좋은 핑계거릴 찾은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오십주년 기념으로 나온 놈을 사고 싶었지만 여러 형편을 고려하여 삼세대로 질렀다.

블로그를 왜 운영하는 걸까. 사진을 왜 찍는 걸까 하는 물음처럼 세태나 타인에 대해서는 그럴 듯한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에게 물어보니 잘 모르겠다. 아직 어리고, 미혹하며, 살아가는 중이니까 뭐, 천천히 걸어가 볼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