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일기

from text 2007/10/28 23:34
토요일, 맑은 가을날, 월드컵 경기장 뒤편 산을 올랐다. 여러 인연들이 모인 모임, 더러는 빠지고 더러는 그대로였으나, 빠진 자리가 커보였다. 다들 왕복 두 시간 정도 걸리는 산을 세 시간 걸려 완주했다. 0124님, 서연이, 웃음 고운 그 분, 그 분의 초등학교 동기, 이렇게 서연이의 발걸음에 맞춰 후미에 올랐는데, 산 위에는 삼십 여분 늦게 도착하였으나 아래에는 길을 잘못 든 일행들보다 오히려 일찍 도착하였다. 가파른 길도 꽤 있었는데, 그러고도 이 녀석은 힘이 남아도는지 펄펄 날아다녔다.

별 특색 없이 밋밋한 산 같으면서도 큰 산을 모양 그대로 줄여놓은 것처럼 오르내리는 재미가 있었다. 무언가는 비우고 무언가는 채운 느낌, 알 수 없는 호흡을 갖고 돌아왔다.


새벽에 깨었다가는(위의 글을 쓰고) 아침에 잠이 들고, 다시 낮잠도 곤히 잔 일요일, CGV 대구 5관에서 제8회 대구단편영화제 중 초청작2를 보았다. 락큰롤에 있어 중요한 것 세가지, 다리들, 열정 가득한 이들, Muscle Man, 프랑스 중위의 여자, 진영이. 프랑스 중위의 여자는 "햇살" 후배 백승빈 군의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작품으로 제6회 미쟝센단편영화제 공포판타지부문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이다. 녀석의 이미지와 중첩되는 착 가라앉은 분위기가 강렬했다. 2006년 4월 한국에 온 일본 락큰롤 밴드 '기타 울프'에 대한 다큐멘터리, 락큰롤에 있어 중요한 것 세가지가 신선했다. 그 세가지는 그들에 따르면 가오, 근성, 액션.

영화 시작 시간과 0124님을 기다리는 동안, 영화관 입구인 6층 난간에 턱을 괴고 5층 매표소에 떠다니는 사람들을 한참 바라보았다. 문득 각양각색의 발랄한 물결 속에 나 혼자만 괴리된 기분이 들었다. 익숙한 듯 그 기분이 나쁘지 않아 잠시 침잠하는 동안 뜬금없이 세상은 참 아름다운 것이라는, 그저 아무렇게나 내팽개칠 수는 없는 것이라는, 어떻게든 한번 부여잡고 싶은 어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는 "햇살" 후배 몇 명과 잠시 이야기 나누다가 언뜻 돌아가는 한 뒤태에 놀라 마음이 서성이기도 했다.

from text 2007/10/25 03:31
자다 깨는 일이 잦다. 그럴 때면 이런 저런 꿈도 꾸고 길도 헤맨다. 짧은 글도 짓고 모르는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 모양이다.

시방 본 나무, 그 나무에 핀 꽃은 낯설었다. 낯가림이 있는 내가 선뜻 다가갈 수 없었다. 낯선 길에 핀 낯선 꽃. 좌우도 사방도 대칭이 아니었다. 잠깐 손을 내밀어, 흔들다, 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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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from text 2007/10/21 12:55
단체로 산행을 했다. 헐티재에서 대견봉을 올라 유가사로 내려오는 길, 험한 오르막이 없어 걷기 좋았다. 정상까지 겨울이었다가 내려오면서 다시 가을을 만났다. 그 가을이 반가워 여러 노래를 불렀다. 일행을 두고 600번 버스를 타고 오래 혼자 돌아왔다. 그리고 밤늦게까지, 먼 여행을 다녀온 듯 잠이 달았다. 비슷하구나, 비슷한 게 많구나, 생각했다. 술만이 아니라 아끼기 어려운 게 또 있구나,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