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어부 이야기

from text 2007/08/31 15:08
오래 전 어디에선가 본 이 이야기가 며칠째 떠올라 찾아보았으나, 분명 메모를 해둔 것 같은데 아무리 찾아도 못 찾겠다. 해서 이리저리 검색을 해 보고 꽤 여러 버전이 돌아다닌다는 것과 생각보다 이런 이야기에 발끈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걸 알았다. 애초 보았던 글은 내용이나 형식에서 훨씬 짧고 간결하였고 그래서 더 와닿았던 것 같은데, 어쨌든 찾은 것 중엔 제일 나아보인다.

어제는 어머니 생신이셨다. 서연이 때문에 케이크 사러 갔다가 초가 몇 개 필요하냔 말에 늘 나신 연도만 기억하고 있다가 연세를 셈해 보고는 조금 놀랐다. 잠시 가슴 한 곳에 구멍이 난 듯 바람이 지나가는 기분이었다. 공주식당에서 어머니 좋아하시는 걸로 식구들 모두 푸짐하게 먹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야 합니다, 어머니.


멕시코로 휴가를 온 한 미국인 사업가가 해변 마을을 거닐다 부두에서 한 어부를 발견했다. 어부는 갓 잡아 올린 싱싱한 물고기를 손질하고 있었다. 사업가는 어부에게 얼마 동안 작업해 그렇게 많은 고기를 잡았는지 물었다. "글쎄요. 몇 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좀더 작업하지 않았나요?" 어부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전 이만큼만 해도 제 가족이 먹고살 만큼 충분한 돈을 벌죠. 더 잡을 필요가 없습니다."

사업가적 기질이 발동한 미국인이 의아한 듯 물었다. "그럼 당신은 남는 시간에는 뭘 하고 지냅니까?" "남는 시간에는 아이들과 놀거나, 친구들과 술도 한 잔 기울이곤 하죠. 전 이 생활에 만족한답니다."

사업가는 신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전 하버드에서 MBA 과정을 마친 사업가입니다. 자, 한번 봅시다. 당신은 고기 잡는 시간을 늘려야 합니다. 조업시간을 늘리면 고기를 더 많이 잡게 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좀 더 큰 배를 살 수 있을 겁니다. 조금 더 지나면 여러 대의 배를 소유하게 되고 선주가 되어 보다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게 될 겁니다. 그리고 몇 년 지나면 아마 통조림 사업에도 뛰어들 수 있을 겁니다. 사업이 확장되면 아마도 로스앤젤레스나 뉴욕 맨해튼에 저택을 짓고 성공적인 삶을 누릴 수 있겠지요."

어부는 곰곰이 생각한 뒤 물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그렇게 되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사업가는 한참 동안 계산기를 두드렸다. "15년이나 20년 뒤면 가능하겠군요." "그런데 그 다음엔 어떻게 되는 거죠?" 사업가는 너털웃음을 웃으며 대답했다. "아마도 백만장자가 되겠지요." "백만장자라구요? 그리고 나서는 어떻게 될까요?" "글쎄요. 당신이 원한다면 퇴직을 해서 여유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겠지요. 당신과 당신 가족들만을 위한 삶을 선택할 수 있을 겁니다. 작은 해변에 그림 같은 별장을 짓고, 당신의 노후를 만끽할 수 있다는 얘기죠." "감사합니다. 그런데 죄송하지만, 제 생각에 저는 그 15년을 절약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전 지금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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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from text 2007/08/29 10:42
때때로 블로그의 글들이 혐오스럽다. 그래서 새 포스팅을 하기도 한다. 밀쳐내서 바로 보이지 않으면 없다고 생각하는 어린 아이의 심정이 되곤 하는 것이다. 어제 오랜 친구 둘을 만나 모처럼 폭음을 하였다. 우리가 우리 마누라쟁이들을 우리 생각처럼 바꿀 수 있을까 부터 시작하여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우리 생각대로 키울 수 있을까, 우리 생각이란 건 정당한 것인가,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등등 흥미진진하면서도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답이 없는 이야기로 하여 자리가 길어졌다(자주 하는 이야기이지만, 세상 사는 이치에 정답은 빤하지만 그 길에 이르는 답은 어려운 법이다. 정답만을 진리인양 줄창 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렵다고 애써 답을 외면하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는 대체로 우리대로 낡아가는 법을 잘 모른다. 그래서 옛날 노래들을 또 그렇게 하염없이 불러대고 비오는 거리에서 아무렇게나 욕지기와 오줌 줄기들을 뱉어내는 건지도 모른다. 때때로 그런 게 우리들 사랑이라 믿고 다시 힘을 내어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곤 한다. 어디로 가는지 대책없는 삶이 그래서 아름다운 것일 게다. 어제, 그 비 속에 내가 토한 물빛에 비친 찬란한 별들을 보았다.

* 요즘 주변에서 흔히 듣는 이야기나 세태에 대해 한 마디 덧붙여 둔다. 물론 나를 다잡는 말이기도 하다. '너무 돈 돈 할 것 없다'는 것 하고 '거 뭐 다 어쨌든 불로소득 아닌가' 하는 말이다.

편지

from photo/D50 2007/08/22 18:09
오늘 아침 출근 준비하느라 샤워하는 중에 서연이가 쓴 편지. 내용인즉슨 '나중에 아빠 생일에 케이크 먹을게요 알았죠 사랑해요' 되겠다. 얼마 전부터 케이크 먹을 욕심에 다음달 말에 있는 제 생일을 노래 부르더니 방법을 조금 바꿨나 보다. 자식에게 처음 편지(?) 받아보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사진벽에다 고이 붙여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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