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다시 열며

from text 2021/03/16 08:37
2019년 여름부터 닫혔던 블로그를 다시 연다. 그새 도메인이 팔려 excuser.net에서 cuser.pe.kr로 주소를 바꾸고, 쓰던 스킨을 다시 찾고 백업해 두었던 이전 포스팅을 복원하였다. 도메인 비용은 절반으로, 쓸데없이 늘렸던 호스팅 비용은 그보다 많이 줄었다. 사진은 복원이 되지 않아 사진이 있던 포스팅은 손을 좀 볼 작정이다. 어딘가에 무언가를 쓰고 싶다는 생각에 때때로 시달렸다. 이제 공간이 다시 생겼으니 그런 생각일랑 좀 접어두어도 좋을런가. 시간을 두고 천천히 또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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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은 흔적으로

from text 2018/07/07 13:58
이 블로그의 마지막 포스팅이 될 것 같다. 기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겠으나, 도메인 등록이든 웹호스팅 서비스든 더 연장하지 않을 생각이다. 흔적은 흔적으로 남을 것이로되, 때가 되면 사라질 일이다.

수조에 열대어 기르기에 빠져있다. 불멍의 지난함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물멍의 신묘함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아무렴, 열대어도 수초도 핑계일 뿐 단지 물을 위한 수고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어린이날, 가창 네이처파크에서 선물로 받은 베타 두 마리가 시작이었다. 사계동행 식구들과 청도 일박이일 여정에도 용케 잘 살아남은 녀석들 덕에 0.5리터의 물이 50리터로 늘었다.

전봇대 위에 마른 나뭇가지를 날라 둥지를 짓는 까치 두 마리를 보았다. 한 마리가 집 단장을 하는 동안 한 마리는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묵상하듯 오래 내려다보고 있었다.

때때로 당신이 무척 보고 싶은 날이 있다. 꽃이 피어서도, 봄이어서도 아니다. 바람이 불어서도, 가을이어서도 아니다. 모른 척 하는 술잔 속에 얼핏 당신이 있고, 나는 모처럼 술을 아끼고 담배를 아낀다. 여태껏 한 해 한 해 특별히 다른 것 모르겠더니 올해는 모든 게 다르고 낯설다.

* ADA 60P(60*30*36), 에하임 2005+파워하우스 스몰 필터, NAS LED Light 600 Fresh, 흑사+왕사, 아누비아스 나나, 미크로소리움 프테로푸스, 에키노도루스 레니, 에키노도루스 블레헤리, 엘레오카리스 파르불라, 그리고 구피 3, 삼각 플래티 2, 미키마우스 플래티 4, 안시 롱핀 3, 블랙 몰리 2, 코리도라스 아에네우스 2, 체리 새우 12(?), 베타 2.

커피

from text 2017/12/18 18:23
노안이 찾아왔다. 가까운 것도 먼 것도 보이지 않는다. 더는 취하지 않아도 좋으리라. 탄자니아나 과테말라를 앞에 두고 그리운 것들을 생각한다. 흐린 향기 속에 지나간 것인지 다가올 것인지 모를 것을 그리워한다. 느린 맥박이 뛰고, 조바심 같은 것이 익숙하게 머물다 간다. 창밖으로 계절이 지난다. 그래, 습관처럼 나는 늘 남은 계절의 흔적을 찾았지. 푸석푸석한 껍질 아래 철마다 구멍이 생겼다. 깊은 고동, 몹쓸 가슴으로 오래 너를 만난다. 너는 너의 미덕으로 시간을 멈추고 공간을 나눴다. 다시 겨울 한낮이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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