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아 불어라

from text 2017/02/20 10:32
겨우내 밤을 웅크려 짐승처럼 세상을 궁리하였다. 짧은 겨울잠인 듯, 긴 낮잠인 듯, 휑한 몰골에 두드러기만 남았다. 궁리한 세상이야 유통 기한 지난 필름처럼 기다림도 잊고 다만 거기 술집 어느 모퉁이에 들러붙어 있을 것이다. 아침 출근길, 사무실 앞 매화 석 점이 바람 속에 불꽃 같은 망울을 터뜨렸다. 다음은 조동진의 불꽃.

바람아 불어라 가만가만 불어라 나뭇잎 쌓이는
님 떠난 그 자리에 한 줄기 아름다운 불꽃을 피우자
바람아 불어라 가만가만 불어라 작은 새 날아라
해 저문 하늘 높이 한 줄기 아름다운 불꽃을 피우자
나는 보았네 사랑과 미움을 나는 보았네 저 불꽃 속에
나는 보았네 슬픔과 기쁨을 나는 보았네 저 불꽃 속에

* 반상사유, 2월 15일부터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6회 지역영재 입단대회 참가를 끝으로 프로기사의 꿈을 접었다. 연착륙을 위한 서로의 약속을 지키는 것. 저나 나나 어찌 아쉬움이 없으랴만 나로서는 홀가분한 마음이 앞서기도 한다. 아무렴, 아마추어가 진짜다.

민들레처럼 2

from text 2016/12/23 10:48
다음 먹을 술을 당겨 먹었다. 쥐죽은듯 조용히, 세상을 살짝 들었다 놓았다. 민들레처럼, 민들레처럼. 빈 의자에 네가 문득 나타났다.

민들레꽃처럼 살아야한다 내 가슴에 새긴 불타는 투혼
무수한 발길에 짓밟힌대도 민들레처럼
모질고 모진 이 생존의 땅에 내가 가야 할 저 투쟁의 길에
온몸 부딪치며 살아야한다 민들레처럼
특별하지 않을지라도 결코 빛나지 않을지라도
흔하고 너른 들풀과 어우러져 거침없이 피어나는 민들레
아 민들레 뜨거운 가슴 수천 수백의 꽃씨가 되어
아 해방의 봄을 부른다 민들레의 투혼으로

결심 2

from text 2016/10/09 11:22
삼십 년 꼬박 마시고 피워댔으니, 그만 적당히 즐길 것. 항상 제 정신을 유지하고, 가급적 몸을 움직일 것. 화를 자제하고, 스스로 가꾸며, 서로 존중하고 칭찬할 것. 지킬 것은 지킬 것.

* 제대로 가을, 마침 면세 담배가 똑 떨어진 김에.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