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from text 2016/09/22 20:25
나도 그렇다, 말하고 싶었다. 그만 진화를 멈추고 싶었다. 무언가를 저지르기에 나이는 늘 너무 많거나 적었다. 돌이킬 수 없는 그때, 충분히 적었고 넘치게 많았을 그 날들을 어째서 주춤거리기만 했을까. 내가 좀더 근사한 사람이면 나았을까. 응력이 다하기 전, 가슴 한구석에서 뭐라도 한 덩이 덜었으면 좋았으리라. 뭔들 시시하지 않을까. 가을 바람 한번에 지난여름이사 가뭇없구나.

여름밤

from text 2016/08/15 16:22
취하지 않고 살기 힘든 세상이라더만, 취하지 않고는 계절 하나 나기 쉽지 않구나. 이제 더는 아무렇게나 취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던 지난밤에도, 여전히 그리운 건 함께 취하던 당신이었다. 술잔의 수위처럼 차오르던 내 오랜 동무들이었다. 다 걸고 다 잃은 자의 심정으로 살았다. 뜨거운 바람이 이르길 돌아갈 시간이 많지 않다고 한다. 이 계절의 밀명은, 동작 그만, 다가올 적막의 시공 앞에 모두 무릎을 꿇으라는 것이다. 허나 어쩌겠는가. 모른 척, 한 오백 년 살 것처럼 다음 계절에나 귀를 기울일밖에.

젠틀맨에 대하여

from text 2016/06/19 23:37
글쎄, 내 생각은 이렇다.

의관을 정제할 것.
누구든 배려할 것.
매사에 숙고할 것.
조용히, 갈 길 갈 것.

* 인정하자. 너는 더 이상 첨단이 아니다. 지금 죽을 게 아니라면 노래를 멈추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