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을 들으며 글렌캐런 잔에 발베니를 따르고 절인 올리브를 곁들인다. 황금을 삼키는 동안, 여러 가수의 여러 음색을 따라 시름이고 세월이고 저만치 물러난다. 가을이요, 몰락이다. 이 밤은 그래, 반복이다. 충돌로 파멸이어도, 다시 별이 별을 만난다.
최백호의 가을 노래들을 반복해 듣는다. 가을 바다 가을 도시와 가을의 여인이 특히 좋다. 가을에 형체가 있고 소리가 있다면 딱 최백호의 외양에 그 노래겠다. 마침 올해는 가을도 일찍 올 모양이다. 봄이 길고 여름이 늦었으니, 겨울이야 언제 온들 어떠리. 길고 짧은 하루하루, 무거운 정신으로 가볍게 살아야지. 점심으로 생선 한 마리 들어가지 않은 민물새우 매운탕을 먹었다.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 일품이었다. 가을에 맛이 있으면 이런 맛일까 생각하였다. 다시 몸도 좀 가볍게 가질 생각을 하였고, 적응을 하는 거겠지, 다 잘 보이지 않아도 괜찮구나 생각도 하였다. 진짜 나이를 먹는 걸까. 많은 데서 위화감이 없다. 어쨌든, 잘 가라,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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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행복을 만나 그렇게 울더니 겨울이 오기 전 겨울 몰래 숨었더라. 봄이 오기 전에는 겨울도 같이 봄 몰래 숨었더라. 여름에는 가을, 겨울, 봄이, 가을에는 겨울, 봄, 여름이 그렇게 서로 숨었더라. 사연일랑 계절 너머 보내리. 몸서리치게 푸른 밤, 푸르러서 좋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