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일기 2

from text 2014/11/16 22:12
어제 저녁 공짜표가 있어 엑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 생명존중 감성치유 콘서트를 보았다. 하루 연차를 낸 0124님, 서율이와 함께 이시아폴리스에 잠시 들렀다가 제32회 덕영배 전국아마대왕전 및 2014 덕영바둑축제에서 지역 연구생 교류전을 마친 서연이를 데리고 간 자리. 마술 공연에 이어 가수 션의 강연, 그리고 아이돌 그룹의 공연으로 이어지는 무대였다. 마술 공연에서 다들 유쾌하게 웃고 션의 강연에서 각자 눈시울을 훔치고는 아이돌 그룹의 공연 중간에 자리를 떠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근 봉봉해물탕에서 반주와 함께 늦은 저녁을 먹었다. 소주가 맑았다.

오늘은 오후 늦게 코스트코에 장을 보러 가는 길에 어릴 때 들었던 카세트 테이프로 정태춘, 박은옥의 노래를 들었다. 힘을 잃은 햇살이 문득 비치는 사이로 옛일, 옛사람들이 지나갔다. 더러는 기억도 나지 않는 일들이 지금도 어느 구석에서 살아있는 게 느껴졌다. 구름이 흩어지다 뭉쳐서는 색깔을 바꾸었다. 휴일 코스트코에 다시는 가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돌아온 저녁, 스테이크를 구워 먹다 가장 입에 맞는 맥주를 찾았다. 반갑다, 칭타오.

꿈길

from text 2014/11/14 13:59
꿈길을 걸었다. 갈잎 가득 깔린 길. 오래 아문 아가미가 아렸다. 더러 따라 돌던 덧난 데가 덧터졌다. 무교는 나의 종교. 바람은 너의 노래. 신문지에서 활자가 떨어져 제멋대로 글자를 만들었다. 주워 담는 손이 뭉툭하여 애처로웠다. 황량한 마음에는 지킬 것이 없었고, 불에 덴 자국은 아프지 않았다. 끊어진 꿈길, 낭떠러지 아래는 벼랑이었다.

* 신호를 감지하고, 형식만 바꾸었으면 하고 바랐다. 크게 노력을 요구하는 일도 아니었고, 다만 하던 대로 안타까운 마음만 다스리면 될 일이었다. 내용까지 바꾸고자 하는 그 마음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것은, 그 내용과 형식의 일치는, 처음 일치보다 위험해 보였다. 가장 안전한 위험. 어차피 낮은 수준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는 관계, 서로의 불일치는 안전도, 위험도 깨끗하게 제거해 버렸다. 그런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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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산

from text 2014/11/02 18:27
어제 단체로 매화산에 올랐다. 산 아래는 단풍이 절정이었고, 산은 구름 속에 있었다. 중턱에서 만난 구름 속 풍경이 좋아 한참 머물다 혼자 내려오는 길, 구름이 내내 따라 내려왔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 잎 지는 소리가 딴 세상을 일러주는 것만 같았다. '모든 잎들이 꽃보다 아름다운 두 번째 계절', 몇 잔 술에 그걸 이해 못했을꼬. 천지사방 온통 하얀 세상은 그대로 어떤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