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from text 2015/06/17 16:53
요 며칠 출근 준비를 하거나 일을 하다가도 문득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하루하루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그러다 보면 즐겁게, 누구랄 것 없이 사이좋게 살아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전날이나 전전날 술이 덜 깬 영향도 있을 것이고, 최근 일상 같지 않은 날이 많아 더 그럴 것이다. 일터에 몇 년 만의 큰일이 있었고, 장조모께서 돌아가셨으며, 나라에는 이름이 무색한 전염병이 돌아 주변이 흉흉하다. 사람 사는 일이 한결같을 수야 없겠지만, 일상으로 살다가 일상처럼 갈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서연이는 제44회 전국소년체육대회 바둑 종목 참가로 5월 29일부터 6월 1일까지 제주도에 다녀왔다. 16강부터 시작하는 단체전 경기, 대구 남자 초등 대표팀은 대진 운이 비교적 좋았으나 8강에 머물고 말았다. 그래도 저는 상대팀 1장하고만 맞붙어 2승을 하였으니 아쉬운 대로 만족할 만 하였다. 남은 시간에는 같은 학교 선수가 참가한 탁구팀을 응원하고, 성산포와 정방폭포를 둘러보고 온 모양이다. 용돈 갖고 간 걸 오로지 제 동생과 식구들 선물 사는 데 쓰고 비행기 연착으로 한밤중에 돌아온 녀석을 보고는 모처럼 아비의 시린 마음을 느끼기도 하였다.

춘몽

from text 2015/05/20 23:44
그만하면 봄날이라 부르기에 충분했다. 낮 기온이 삼십 도를 오르내린 전날이나 다음날의 꼭 절반이었다. 일기예보를 비웃듯 종일 비가 내렸고, 기상청은 날씨를 중계하기에도 벅차 보였다. 못다 간 봄이 남긴 차마 마지막 봄밤인 듯 나는 애가 달았다. 오래된 어느 모퉁이, 기품과 위엄을 잃지 않고 이미 홀로 선 나무를 보았다. 잠시 흔들리던 물빛 줄기와 단단한 뿌리를 보았다. 아무렇게나 기대 그저 같이 흔들리고만 싶었다. 오래 흔들고도 싶었다. 가지 하나쯤 아무도 몰래 꺾고만 싶었다. 다음 세상일랑 없답니다. 살아서 다시 만나요. 계절은 감당할 것만 감당하였고, 가만히 가야금 섞인 노래를 들려주었다. 아무도 없는 밤이 저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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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from text 2015/05/05 23:03
어린이날, 서율이는 0124님이랑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이이팔기념중앙공원, 진골목 등지에서 놀고, 서연이는 나와 함께 새벽부터 서둘러 서울 방이동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제4회 일요신문배 전국 어린이 바둑대회에 참가하였다. 조별 예선 리그와 본선 토너먼트로 펼쳐진 최강부 경기. 3승으로 비교적 가볍게 예선을 통과하고, 본선 첫 경기인 16강전에서 지난 열린바다배 첫 상대이자 그 대회 우승자와 맞붙어 반집 승을 거두었다. 굵직한 전국대회에서 이제야 성적을 좀 내보나 하는 기대를 가졌으나, 이어진 8강전에서 아쉽게 탈락하고 말았다(공교롭게도 8강전 상대 역시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였다. 돌아오는 길, 네가 우승 제조기로구나, 농을 하였다). 멀리서 표정이나 몸짓으로 형세를 짐작하며 한 수 한 수에 긴장하다 보면 늘 이게 참 할 짓이 못 된다 싶은데 오늘은 유독 그 정도가 심했다. 지켜보는 사람이 이럴진대 막상 승부를 가리는 저야 오죽할까만, 글쎄 어리고 여리기가 아비 같기야 할까 싶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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