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이 내용을 추동하매, 나는 이게 슬퍼 가을도 겨울인양 술을 부른다. 술도, 비슷하거나 다른 연유로 술이 마른 이들도 나를 찾는다. 불렀으나 외면하던 때를 생각하고, 그게 더워 나는 거절이란 걸 모른다. 누가 있어 어느 날 문득 손짓할 수 있다면, 응답을 듣지 못한대도 나는, 마냥 어린 아이처럼 설레고 들뜰 테다. 오랜 옛날, 누가 얘기하는 걸 들었지. 경계보다 아찔한, 날선 작두를 타며 술과 죽은 노래를 나누었다는 어떤 사람의 이야기. 그 노래에 사랑을 안고 떠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살을 발랐고, 노래에 칼을 품은 사람은 여기저기 묽은 피를 토하였단다. 죽음이 영원하다면 이 노래도 영원하리라. 머리칼이 자라듯 영원히 자라나리라. 영원의 죽음과 죽음의 죽음까지, 죽음이 영원하다면 이 노래 또한 영원하리라. 뼈가 발린 사람도 피를 마신 사람도 함께 푸르게 타오르는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옛날이야기는 옛날에 숨이 멈추었는가. 죽은 노래가 생각나, 올 가을도 술을 불러 낮게 귀를 기울인다.
어제 저녁 공짜표가 있어 엑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 생명존중 감성치유 콘서트를 보았다. 하루 연차를 낸 0124님, 서율이와 함께 이시아폴리스에 잠시 들렀다가 제32회 덕영배 전국아마대왕전 및 2014 덕영바둑축제에서 지역 연구생 교류전을 마친 서연이를 데리고 간 자리. 마술 공연에 이어 가수 션의 강연, 그리고 아이돌 그룹의 공연으로 이어지는 무대였다. 마술 공연에서 다들 유쾌하게 웃고 션의 강연에서 각자 눈시울을 훔치고는 아이돌 그룹의 공연 중간에 자리를 떠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근 봉봉해물탕에서 반주와 함께 늦은 저녁을 먹었다. 소주가 맑았다.
오늘은 오후 늦게 코스트코에 장을 보러 가는 길에 어릴 때 들었던 카세트 테이프로 정태춘, 박은옥의 노래를 들었다. 힘을 잃은 햇살이 문득 비치는 사이로 옛일, 옛사람들이 지나갔다. 더러는 기억도 나지 않는 일들이 지금도 어느 구석에서 살아있는 게 느껴졌다. 구름이 흩어지다 뭉쳐서는 색깔을 바꾸었다. 휴일 코스트코에 다시는 가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돌아온 저녁, 스테이크를 구워 먹다 가장 입에 맞는 맥주를 찾았다. 반갑다, 칭타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