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길

from text 2014/11/14 13:59
꿈길을 걸었다. 갈잎 가득 깔린 길. 오래 아문 아가미가 아렸다. 더러 따라 돌던 덧난 데가 덧터졌다. 무교는 나의 종교. 바람은 너의 노래. 신문지에서 활자가 떨어져 제멋대로 글자를 만들었다. 주워 담는 손이 뭉툭하여 애처로웠다. 황량한 마음에는 지킬 것이 없었고, 불에 덴 자국은 아프지 않았다. 끊어진 꿈길, 낭떠러지 아래는 벼랑이었다.

* 신호를 감지하고, 형식만 바꾸었으면 하고 바랐다. 크게 노력을 요구하는 일도 아니었고, 다만 하던 대로 안타까운 마음만 다스리면 될 일이었다. 내용까지 바꾸고자 하는 그 마음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것은, 그 내용과 형식의 일치는, 처음 일치보다 위험해 보였다. 가장 안전한 위험. 어차피 낮은 수준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는 관계, 서로의 불일치는 안전도, 위험도 깨끗하게 제거해 버렸다. 그런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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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산

from text 2014/11/02 18:27
어제 단체로 매화산에 올랐다. 산 아래는 단풍이 절정이었고, 산은 구름 속에 있었다. 중턱에서 만난 구름 속 풍경이 좋아 한참 머물다 혼자 내려오는 길, 구름이 내내 따라 내려왔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 잎 지는 소리가 딴 세상을 일러주는 것만 같았다. '모든 잎들이 꽃보다 아름다운 두 번째 계절', 몇 잔 술에 그걸 이해 못했을꼬. 천지사방 온통 하얀 세상은 그대로 어떤 얼굴이었다.

생일

from text 2014/10/14 17:03
단번에 무너질 줄 몰랐다. 그렇게 저릴 가슴이 남아 있는 줄 몰랐다. 겨우 지탱하고 있었던 게다. 어린 시절 그때처럼 한 번쯤 돌아봐 주기를 기다리며 오래도록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늘 아른거리던 것이 신기루 마냥 나타났다 사라졌다. 밤새 어느 구석에 적어 놓은 문장 하나가 맴돌았다.

일터의 웃어른께서 영면에 드셨다. 생전의 영상을 보며 몇 번이나 울컥하였다. 더 좋은 세상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여기 시름은 다 내려놓고 편히 가셨으리라 믿는다. 서연이는 처음으로 제 용돈을 모아 향수를 선물했다. 카드에 쓴 '아버지를 응원하는 아들'에 마음이 뭉클했다. 이래저래 잊지 못할 생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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