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산

from text 2014/11/02 18:27
어제 단체로 매화산에 올랐다. 산 아래는 단풍이 절정이었고, 산은 구름 속에 있었다. 중턱에서 만난 구름 속 풍경이 좋아 한참 머물다 혼자 내려오는 길, 구름이 내내 따라 내려왔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 잎 지는 소리가 딴 세상을 일러주는 것만 같았다. '모든 잎들이 꽃보다 아름다운 두 번째 계절', 몇 잔 술에 그걸 이해 못했을꼬. 천지사방 온통 하얀 세상은 그대로 어떤 얼굴이었다.

생일

from text 2014/10/14 17:03
단번에 무너질 줄 몰랐다. 그렇게 저릴 가슴이 남아 있는 줄 몰랐다. 겨우 지탱하고 있었던 게다. 어린 시절 그때처럼 한 번쯤 돌아봐 주기를 기다리며 오래도록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늘 아른거리던 것이 신기루 마냥 나타났다 사라졌다. 밤새 어느 구석에 적어 놓은 문장 하나가 맴돌았다.

일터의 웃어른께서 영면에 드셨다. 생전의 영상을 보며 몇 번이나 울컥하였다. 더 좋은 세상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여기 시름은 다 내려놓고 편히 가셨으리라 믿는다. 서연이는 처음으로 제 용돈을 모아 향수를 선물했다. 카드에 쓴 '아버지를 응원하는 아들'에 마음이 뭉클했다. 이래저래 잊지 못할 생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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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 유람

from text 2014/10/06 15:34
연휴 중 이틀을 영천 일대에서 놀다 왔다. 치산관광지 캠핑장을 0124님이 예약하는 바람에 갑작스레 잡힌 일정이었다. 예약이 그리 어렵다는데 누군가 취소한 걸 용케 잡은 모양이다. 대원이(서율이에게는 레고 삼촌 또는 뚱뚱보 삼촌)에게 숯과 토치를 빌리고, 소고기 등심에 삼겹살, 새우, 막창 등을 장만하여 가족 여행 기분을 냈다. 혼자서는 처음으로 숯불을 피워 보았는데 역시 불을 가지고 노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서연이는 계곡물에서 다슬기를 잡는 것에만 신이 났고, 서율이는 낯선 환경과 여러 먹을거리를 즐겼다. 흐린 하늘이었지만 구름 사이로 꽤 많은 별을 볼 수 있었다.

이튿날에는 은해사와 사일온천에 들렀다가 편대장 영화식당 본점에서 육회비빔밥을 먹었다. 은해사는 처음 가보았는데 절은 모르겠으나 울창하고 넓은 진입로가 좋았다. 주변에 오래된 참나무가 몇 그루 있어서 아이들이랑 경쟁하듯 꽤 많은 도토리를 주웠다. 애들이 하도 좋아해 굳이 하룻밤 묵지 않더라도 종종 이렇게 채집할 수 있는 나들이를 하면 좋겠단 생각을 하였다. 돌아와서는 잡아온 다슬기를 키우기 위해 장독 뚜껑에다 돌멩이 몇 개를 넣어 집을 만들어 주었다.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또 군식구가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