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from photo/D50 2009/07/06 04:47
조용필이 부르는 떠나가는 배, 지금도 마로니에는, 달맞이꽃을 소리 높여 듣다 보면 소리 높여 따라 울고 싶은 심정이 되기도 한다. 며칠, 난데없는 소나기가 반가워 한 시절 그렇게 또 견디기도 한다.

"마음에 드는 사진을 1년에 한 장만 건질 수 있다면 나는 아주 운이 좋은 편이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이런 주장에 대해 많은 후대의 사진가들은 브레송이니까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했다. "대단히 낙관적인 견해다. 1년에 한 장은 어림도 없다."

곽윤섭의 '내 사진에 힘을 주는 101가지' 중에서. 그럴 리야, 그렇게 엄밀하고 까다로웠다면 그 이름들은 지금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아무렴.

이 도시의 동쪽 끄트머리에 이만한 번화가가 있다니 낯설고 여전히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처제와 오래 사귄 남자 친구(최근 안정된 일자리를 구했다. 소식을 듣고 축하한다고 보낸 문자에 처제는 무엇보다 남자 친구가 이제 당당해질 수 있어 좋다고 답했다. 별스레 가슴 한 편이 아렸다)가 찾아와 모처럼 사진기를 들고 나선 일요일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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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from text 2009/06/26 13:22
바쁜 일과를 마친 아들의 손을 잡고 폭염특보가 내려진 거리를 동서로 가로지른다. 오후 여섯 시의 태양은 정면에서 바짝 얼굴을 겨눈다. 독은 독으로 다스린다니 올 여름, 내 너를 상대해 주마. 사랑을 사랑으로 다스려 주마. 사람으로 사람을 잊고 거듭나는 이무기처럼 미끈한 몸뚱이를 날것으로 돌려주마.

나오자마자 사놓고 엊저녁에야 다 읽은 김규항의 예수전. 집요한 신앙고백 앞에 억지스러움을 넘어서는 숙연함을 느끼기도. 묵상에 대해 오래 묵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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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from text 2009/06/08 23:56
일요일 오후,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과 마더를 보았다. 터미네이터는 1, 2편의 신화를 제대로 계승하고 진화하여 새로운 시리즈의 서막으로 손색이 없었다. 스스로에 대한 적절한 오마쥬로 지난 시리즈를 기리고 이야기를 완결함으로써 신화를 기억하는 이들을 위무하고 산뜻한 출발과 롱런을 기약하였다. 진정한 3편이자 1편.

제 허벅지에 침을 놓고 몸을 흔든다고 가슴의 응어리와 나쁜 기억을 떨칠 수야 없겠지만, 우리는 누구나 마더가 아니라도 무언가를 위해 그렇게 몸부림친 경험이 있다. 그 기억이 새겨진 자리는 봄이면 새살이 돋다가도 잎이 지고 새가 울면 때맞춰 터지고 갈라진다. 경계하지 아니할 것을 경계하게 하고 경계할 것을 경계하지 아니하게 한다. 가꾸지 않으면 황폐하기 마련, 더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은 돌이키지 않는다.

* 그보다 며칠 전엔 코렐라인 : 비밀의 문을 보았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라 서연이와 함께였는데 녀석이 이만큼 집중해서 영화를 보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연방 무섭다면서 저도 나처럼 이 환상적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세계에 꼼짝없이 빨려들고 말았나 보다. 그 세계가 인상적이었던지 나중에 제 어미가 원작 코랄린을 사다 주었을 때에도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독파하는 걸 보았다. 유령신부, 크리스마스의 악몽과 함께 기억할 이름, 팀 버튼, 그리고 헨리 셀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