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있었나요. 지난 밤 꿈 그렇게 왔다 기약 없이 가고는. 해가 바뀌고 날이 몹시 차던가요. 어느 모퉁이 또 준비도 없이 맞닥뜨릴까, 이젠 시린 잠도 들지 못하게 하고선. 아침부터 기우는 수직선 너머, 오늘은 하얗게 질린 하늘에서 설핏 지나간 내 마음도 보았지요. 다친 마음, 고왔던 자리가 당신을 부르고 있었지요. 만난 자리 하나하나 만나며 지웠던 건 누구의 의지였을까, 묻고 있었지요. (계속)
꿈이라고 다 꿈꾸는 자의 몫일 수는 없는 것. 잊고자 마신 술은 그를 뺀 나머지 전부를 잊게 만들었다. 만난 만큼의 시간이 흐른 후 그 사실을 깨닫기까지 또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상처에 돋는 새살처럼, 다른 기억이 살아나며 그를 잊을 수 있었으나, 모든 건 달라져 있었다. 비루한 사랑은 원망과 한탄을 지나 불구의 몸뚱아리를 만들어 놓았다. 인생의 무수한 틈과 달라진 시간은 어떠한 복기로도 정수를 알 수 없게 하였다.
한때 우리는 세상과 인간의 다채로운 결에 대해 이해하기를 멀리 했고,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단일한 이론으로 세상과 삶을 설명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결국 사랑하지 않았거나 사랑할 줄 몰랐던 거다. 물론 지상에 사랑이란 건 애초에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아무려나, 저도 어느 쪽이든 비집고 들 틈이 없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 내가 다른 N들에게 느꼈던 것처럼, 소녀 취향의 감성에 질리기도 했을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