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미지100'에 해당되는 글 6건

  1. 동물원 2012/10/03
  2. M6 스물일곱 번째 롤 2008/10/14
  3. M6 스물세 번째 롤 2008/05/18
  4. M6 스무 번째 롤 2008/03/02
  5. M6 열여섯 번째 롤 2007/09/19
  6. M6 열네 번째 롤 2007/07/18

동물원

from photo/etc 2012/10/03 10:46
서연이가 지난 9월 27일 대전 동물원으로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왔다. 신혼여행 때 갖고 간 사진기가 고장나서 제주 시내에서 산 올림푸스 뮤2 자동 똑딱이에 코닥 프로이미지100. 녀석의 첫 사진들이다.

M6 스물일곱 번째 롤

from photo/M6 2008/10/14 01:59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시골 외가에 다녀왔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다 돌아가시고 이제는 빈집을 막내 외삼촌이 텃밭 가꿔 가끔 들르시는 곳이다. 어린 시절 기억이 많은데다 무척 오랜만이라 가기로 한 열흘쯤 전부터 괜스레 설레고 들뜨곤 했다. 마을도 집도 바뀐 데가 많아 그 시절 같지 않았지만, 늘 그랬듯, 곳곳에 지나간 자국들이 도사리고 있다 튀어나오곤 했다.

서연이 녀석은 하루 전 금요일 유치원에서 고구마밭 체험 행사를 갔다 왔는데, 이번엔 1박2일 시골 체험이라 일러두었더니, 주워섬기기를, 호박 따기 체험, 고추 따기 체험, 땅콩 캐기 체험, 잠자리 잡기 체험, 많이 먹기 체험, 어쩌고 해가며 기대한 대로 마음껏 뛰고 신나게 놀았다. 이웃 친척 어른 집에 일찍 어머니를 여읜 일곱 살 민식이가(서연이에게는 아저씨뻘이다. 마을에 아이라고는 혼자밖에 없어 애처로웠다) 좋은 동무가 되어 주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것저것 녀석 깊은 곳에 스민 게 많았으리라.

해질 무렵의 순간적인 정적과 긴 산그늘, 그 서늘한 기운, 그리고 겨울 해처럼 가늘고 따사로운 아침 햇볕은 나기도 전에 있었던 어떤 기억을 다시 깨운 듯 낯설지만 낯익은 것이었다. 하마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 기운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시간을 잊게 하고 일상을 멈추게도 했다. 돌아왔을 때는 다른 세상에서 돌아온 기분이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가슴 밑바닥부터 시리고 서늘하던 그 기운, 일찍 불 꺼진 집집처럼 삭고 소멸하는 것이 애가 저리더니, 며칠 또는 평생 그게 반복되다보면 죽음도 이별도 대수롭잖게 여기게 될까 하는. 죽음도 이별도 애초에 대수롭잖은 게 아닐까 하는.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코닥 프로이미지100

M6 스물세 번째 롤

from photo/M6 2008/05/18 23:43
얼마 전, 포항 간 첫날, 죽도시장 안 횟집에서 점심 겸 소주 한 잔 하면서 그저 건배하기 맨송맨송하여 '우리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하고 셋이서 잔을 부딪친 적이 있다. 언제부턴가 서연이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술을 따르는 것은 온전히 이 녀석의 몫이며, 건배할 때 행여 빼놓았다간 심술기에 한참 술맛이 달아나기 일쑤다. 물 잔이나 음료수 잔으로 꼭꼭 같이 잔을 부딪쳐야 하며, 자주 먼저 잔을 드는 바람에 잔을 비우는 속도가 빨라지기 예사다.

어제 '아지야'에서 청주, 오늘 '예궁'에서 고량주 마시는 자리에서 이 녀석의 건배사가 걸작이었다. "우리, 가족을, 위하는데, 건강하고, 행복은, 창문을 타고 오는데, 바람이 불고, 그런데, 위하여." 아지야에서 첫잔 비울 때 열린 창문을 보며 한 녀석의 건배사이다. 우리가 웃고 즐거워하니까 재미를 붙였는지, 매번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재미난 건배사를 해냈다. '합류하다가', '회항하여' 같은 표현까지 곁들여 길게 이어갈 때는 꽤나 놀라기도 했다. 기억나는 게 많지 않아 아쉽다.

철들려면 멀었다지만, 나이를 그렇게 썩 헛먹지는 않았을 터, 빨리 잊는 법, 쉽게 타협하는 법도 익혀 왔는걸, 시시한 세상이 가까워지면 안타까운 일도 그만큼 줄어들 테지. 성장(盛裝)한 여인처럼 불쑥 다가선 봄은, 그렇게 갈 테고, 시시한 세상도, 이 봄도, 언제 그랬냐 할 테지.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코닥 프로이미지100

M6 스무 번째 롤

from photo/M6 2008/03/02 23:53
신상에 제법 큰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아마 더 있을 것 같다. 진득하니 뭔 일을 못하는 놈이 딱 때가 된 게지, 하다가도 이게 영 엉뚱한 데로 접어드는 건 아닌가, 한다. 자꾸만 어디서 본 듯한 이미지 같지만, 두 번째 사진이 무척 마음에 든다.

* Leica M6, summicron 50mm 3rd, 코닥 프로이미지100

M6 열여섯 번째 롤

from photo/M6 2007/09/19 23:50
지난 번 술병을 핑계로 미룬 서연이와의 약속을 지키러 다닌 일요일 하루. 이발하고, 어린이회관으로, 수성못으로, 앞산공원으로 열심히 다녔다. 어린이회관에서 문석이형과 그 아들 대범이를, 앞산공원에서 철환이, 미영이 내외와 그 아들 유를 만났다. 목적지를 이동하는 동안에는 차를 탔지만, 앞산공원에서는 앞산네거리까지 걸어 내려왔다. 사람도 없고 어두운 밤이라 서연이를 업고는 내 기분에 취해 많은 노래를 불러주었다. 노을빛과 마지막 시간 운행하는 케이블카 위에서 본 야경이 아름다웠다. 근 열흘간 네 컷 남은 걸 소진하지 못해 어제 아침 대충 찍고는 0124님께 맡겼더랬다.

* Leica M6, summicron 50mm 3rd, 코닥 프로이미지100

M6 열네 번째 롤

from photo/M6 2007/07/18 03:30
초복에 서연이 외가에 들렀다가 성북교에서부터 신천을 따라 칠성시장까지 걸었다. 집까지 걸어오고 싶었지만 이 녀석 해찰이 심해 다리 두어개 지나는데 서너 시간은 족히 걸렸다. 칠성시장에 온 김에 옛날 족발을 좀 사왔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순식간에 맥주 한 캔이랑 '처음처럼' 하나를 깨끗이 비웠다. 그리고 오늘(제헌절) 덜 찍은 필름을 소진하며 올리브칼라에 필름 맡기러 가는 길에 몇 컷.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summicron 50mm 3rd, 코닥 프로이미지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