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 해당되는 글 4건

  1. M6 스물세 번째 롤 2008/05/18
  2. 포항 2 2008/05/13
  3. 포항 1 2008/05/13
  4. 포항 죽장 하옥 1 2006/07/02

M6 스물세 번째 롤

from photo/M6 2008/05/18 23:43
얼마 전, 포항 간 첫날, 죽도시장 안 횟집에서 점심 겸 소주 한 잔 하면서 그저 건배하기 맨송맨송하여 '우리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하고 셋이서 잔을 부딪친 적이 있다. 언제부턴가 서연이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술을 따르는 것은 온전히 이 녀석의 몫이며, 건배할 때 행여 빼놓았다간 심술기에 한참 술맛이 달아나기 일쑤다. 물 잔이나 음료수 잔으로 꼭꼭 같이 잔을 부딪쳐야 하며, 자주 먼저 잔을 드는 바람에 잔을 비우는 속도가 빨라지기 예사다.

어제 '아지야'에서 청주, 오늘 '예궁'에서 고량주 마시는 자리에서 이 녀석의 건배사가 걸작이었다. "우리, 가족을, 위하는데, 건강하고, 행복은, 창문을 타고 오는데, 바람이 불고, 그런데, 위하여." 아지야에서 첫잔 비울 때 열린 창문을 보며 한 녀석의 건배사이다. 우리가 웃고 즐거워하니까 재미를 붙였는지, 매번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재미난 건배사를 해냈다. '합류하다가', '회항하여' 같은 표현까지 곁들여 길게 이어갈 때는 꽤나 놀라기도 했다. 기억나는 게 많지 않아 아쉽다.

철들려면 멀었다지만, 나이를 그렇게 썩 헛먹지는 않았을 터, 빨리 잊는 법, 쉽게 타협하는 법도 익혀 왔는걸, 시시한 세상이 가까워지면 안타까운 일도 그만큼 줄어들 테지. 성장(盛裝)한 여인처럼 불쑥 다가선 봄은, 그렇게 갈 테고, 시시한 세상도, 이 봄도, 언제 그랬냐 할 테지.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코닥 프로이미지100

포항 2

from photo/D50 2008/05/13 22:23
한 번 타자에게 존재하였던 자는, 그 타자가 완전히 제거되었다 하더라도, 자기의 여생 동안 자기의 존재에 의해 감염되어 있다. 그는 자기 존재의 하나의 끊임없는 가능성으로서 자기의 대타존재의 차원을 계속해서 파악할 것이다. 그는 타자에 의해 소유된 자기의 모습을 탈취하여 회수할 수 없다. 타자에 의해 소유된 자기의 모습에 대해 영향을 미치고, 그렇게 해서 그것을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바꾸고자 하는 희망까지도 그는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살해된 타자가 나에 대해 그 자신이 소유했던 모습의 열쇠를 무덤까지 가지고 가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타자에게 존재했던 모습은 타자의 죽음에 의해 영원히 응고되어 있는 것이다.

장 폴 사르트르. 변광배의 '시선과 타자'에서 재인용.

Tag //

포항 1

from photo/D50 2008/05/13 22:13
긴 연휴, 토요일과 일요일 0124님은 직장 체육대회로 충북 괴산에 갔다 오고, 어제, 오늘은 함께 포항엘 갔다 왔다. 바다는,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바람이 많이 불고 기온이 낮아 겨울바다를 연상케 했다. 동대구역, 포항역, 죽도시장, 과메기회식당, 삼식이, 북부해수욕장, 엔비치, 굴개굴개 청개구리, 오뎅사께, 불꽃놀이, 포스코 불빛, 멍게, 해양회대게센타, 튀어 오르던 방어, 회국수, 다시 포항역. 동대구역에 도착하여 신라명과 샌드위치와 롯데리아 새우버거를 먹고 나오는데, 삽시간에 하늘이 검게 변하더니 천둥 번개에 마음 같은 비가 내렸다.

한 순간 그럴 수 없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리 낯설기만 한 감정도 아니건만, 많은 것이 비어버린 듯, 아리고 아프다. 편하려 했던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 되어버릴 줄 몰랐다. 여행 내내 따라다닌 것은 과거인가, 미래인가. 이 독한 환영은 언제쯤 나를 놓아줄 것인가.

세상이 강요하는, 그래서 대부분이 받아들이는, 두 갈래 길이 마뜩잖다. 어찌 길이 두 갈래 뿐이리오.

Tag //

포항 죽장 하옥

from text 2006/07/02 13:30
포항 죽장 하옥엘 갔다 왔다. 어제, 자발적이지도 비자발적이지도 않은 모임에서. 말 그대로 깊은 산골 오지에 온 듯, 두 시간 정도 거리에(경상도에) 이런 비포장길과 이런 풍광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비가 산의 분위기를 더 살린 탓도 있겠지만, 자리를 같이 한 연변대학교의 한 교수는 장가계나 계림 갈 필요 없겠다 할 정도였으니.

하옥산장이란 곳에서 오리구이와 돼지바비큐에 코냑, 소주, 맥주를 섞어 마시고, 대구에서 이차로 맥주를 잔뜩 먹었더니 머리가 흔들리고 무겁다. 지난 번 금주를 깨고 술을 마시고부터는 한 주에 한번 꼴로 마시는 것 같다. 다소 양호해졌지만, 힘겹긴 매 한가지이다. 단수를 건너뛰기는 정녕 힘든 일인가.

김규항의 블로그에 트랙백 단 후 방문객들이 늘었다. 아니 방문객도 생겼다고 해야 하나. 느낌이 묘하다. 대문 사진을 디기가 찍어준 얼굴에서 국화꽃으로 바꿨다.
Tag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