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6 스물일곱 번째 롤

from photo/M6 2008/10/14 01:59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시골 외가에 다녀왔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다 돌아가시고 이제는 빈집을 막내 외삼촌이 텃밭 가꿔 가끔 들르시는 곳이다. 어린 시절 기억이 많은데다 무척 오랜만이라 가기로 한 열흘쯤 전부터 괜스레 설레고 들뜨곤 했다. 마을도 집도 바뀐 데가 많아 그 시절 같지 않았지만, 늘 그랬듯, 곳곳에 지나간 자국들이 도사리고 있다 튀어나오곤 했다.

서연이 녀석은 하루 전 금요일 유치원에서 고구마밭 체험 행사를 갔다 왔는데, 이번엔 1박2일 시골 체험이라 일러두었더니, 주워섬기기를, 호박 따기 체험, 고추 따기 체험, 땅콩 캐기 체험, 잠자리 잡기 체험, 많이 먹기 체험, 어쩌고 해가며 기대한 대로 마음껏 뛰고 신나게 놀았다. 이웃 친척 어른 집에 일찍 어머니를 여읜 일곱 살 민식이가(서연이에게는 아저씨뻘이다. 마을에 아이라고는 혼자밖에 없어 애처로웠다) 좋은 동무가 되어 주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것저것 녀석 깊은 곳에 스민 게 많았으리라.

해질 무렵의 순간적인 정적과 긴 산그늘, 그 서늘한 기운, 그리고 겨울 해처럼 가늘고 따사로운 아침 햇볕은 나기도 전에 있었던 어떤 기억을 다시 깨운 듯 낯설지만 낯익은 것이었다. 하마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 기운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시간을 잊게 하고 일상을 멈추게도 했다. 돌아왔을 때는 다른 세상에서 돌아온 기분이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가슴 밑바닥부터 시리고 서늘하던 그 기운, 일찍 불 꺼진 집집처럼 삭고 소멸하는 것이 애가 저리더니, 며칠 또는 평생 그게 반복되다보면 죽음도 이별도 대수롭잖게 여기게 될까 하는. 죽음도 이별도 애초에 대수롭잖은 게 아닐까 하는.

* Leica M6, summicron 35mm 4th, 코닥 프로이미지100

M6 스물여섯 번째 롤

from photo/M6 2008/10/06 22:54
근 석 달 열흘 만에 M6에 필름을 넣어보았다. 지난 금요일 앞산에 바람 쐬러 갔을 때, 그리고 다음 날 신천에서. 더위도 더위였고 맨날 똑같은 사진만 찍는 것 같아 좀 다른 걸 찍어보자 하던 것이, 맴맴 그 자리다.

신천에 간 날, 중동교 계단을 내려 신천으로 들어서자마자 방송국에서 접근해와 서연이를 잠깐 촬영하고 인터뷰한 게 오늘 저녁 대구MBC '생방송 전국시대'에 방영되었다(내 뒤통수와 한쪽 어깨도 잠깐 찬조 출연하였다). 6미리로 스케치만 하듯 한 거라 나오기나 할까 했던 것이 내 눈으로 보기엔 썩 잘 나왔다. 사는 동네와 함께 이름까지 자막으로 떠 더 그럴듯해 보였다. 녀석의 말은 딱 한 마디, 물고기가 땅 위에 있는 게 신기해요.

* Leica M6, summicron 50mm 3rd, 코닥 포트라160vc

열린예술놀이터에서

from photo/etc 2008/10/04 23:58
모처럼 토요일 출근, 서연이와 어디서 오후를 보내나 하다가 컬러풀대구페스티벌이 펼쳐지고 있는 신천을 찾았다. 행사의 일환으로 대구민예총이 주관하는 열린예술놀이터에서 후배들을 만나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민예총 관계자 상훈이, 예술가 텐트촌에 까꿍 스튜디오를 차린 종현이, 깨비예술시장에서 자신이 만든 창작예술품을 파는 정화, 이런저런 도움을 주고 있던 정호. 스튜디오와 예술시장이 가까이 붙어있어 서연이 녀석 '삼촌과 이모들' 사이를 뻔질나게 오가며 아주 제대로 놀았다. 귀찮은 기색 한번 없이 잘 놀아주고, 여러 사진들 프린트에, 목걸이 선물까지, 잔뜩 받기만 하고 왔다. 다들 고맙다. 오늘 종현이 찍어준 사진들 중 특히 마음에 든 컷. 프린트된 걸 보면 더 예쁜데, 그 맛이 덜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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