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겨울도

from text 2008/11/10 16:52
실로 얼마 만에 사보는 음반인가. MP3 플레이어를 사고 나서는 생각날 때마다 파일들만 찾아 헤맸는데, 간단히 파일 변환하는 방법도 알았고, 우선 눈에 띈 율리시즈의 시선 OST를 작곡한 Eleni Karaindrou의 Elegy of the Uprooting과 Music For Films를 샀다. 덩달아 산 책은 오정희의 돼지꿈, 톨스토이의 부활,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가을을 지나며 책도 음악도(그렇지, 필름도) 한가득 쌓았으니 천천히 즐길 일만 남았다. 좀 덜 두리번거리고(그래야 덜 지르고 덜 질릴 일이다) 내 안으로 발밑으로 향할 땐가 한다. 술 마시기 좋은 계절, 이 겨울도, 그저 비껴가긴 다 틀린 게다.

블로그 개설 이후 지금까지 쓰던 deadlink님의 coldgray 스킨을 seevaa님의 결벽증 스킨으로 바꿨다. 태터툴즈 1.0.6.1에서 텍스트큐브 1.7.6으로 갈아타면서. 문득 시스템에 대한 불안감도 있고 하여 휴일을 맞아 아침부터 손을 대 본 것인데, 결과적으로 밤 늦게까지 하루를 온전히 여기에다 바칠 수밖에 없었다. 정작 갈아타는 건 대수롭잖았으나, 마음에 드는 새로운 스킨을 찾고, 전에 쓰던 플러그인(특히 zippy님의 새 글 표시 아이콘과 문제(!)의 J.Parker님의 썸네일 리스트 출력 플러그인)을 새롭게 적용하는 과정에서 시간을 다 보낸 것이다. 새 글 표시 아이콘은 구현하지도 못한 채, 이리저리 만지는 동안 어찌된 일인지 사진이 들어간 거의 모든 포스트의 사진들이 두세 장씩 없어져버린 것이다. 식음을 전폐하고 종일 삽질 끝에 어쨌든 대충 복구는 된 것 같다(전에는 요령껏 그나마 마음에 드는 사진을 리스트 이미지로 내세웠던 것과 달리 몽땅 첫 번째 사진으로 고정되어 버렸지만). 이 스킨도 옛 버전이지만, 종일 고생한 게 억울해서라도 새 버전에 맞는 획기적인 스킨을 만나기까지는 이대로 밀어볼까 한다. 특별히 고마운 분들이라 이렇게라도 이름자와 링크를 남겨둔다.

사이드바 랜덤 이미지 출력(아무리 해도 못하겠다), 그리고 대문 사진과 문패가 없어졌다. 대문 사진이야 아쉬울 리 없을 테고, 개설 이후 한 번 바뀐 문패글은 남겨 둔다. '하나의 잣대를 지향하며..' 그리고 '저 세상에 가면 잊을 수 있을까..'

근황

from text 2008/10/29 22:30
가슴에 이리 뜨거운 걸 안고 나는 못 살겠다. 너는 괜찮으냐. 빨갛게 떨어지던 나뭇잎이 문득, 묻더라. 다시, 가을이다. 시월도 다 가고, 봄 생각으로 가득할 날도 머지않았다. 그새.

지금 M6에 들어있는 코닥 포트라160vc 한 롤 빼고는 필름도 다 떨어졌고 가격도 오를 추세라 잘 찍진 않지만 필름 몇 롤 사 냉장고에 쟁여 놓았다. 비교적 싼 필름들로, 써본 것 중 대체로 마음에 든 코닥 프로이미지100 6롤, 처음 사보는 코닥 컬러플러스200 10롤, 미쯔비시 수퍼mx100 10롤.

인터넷 주문으로 산 책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로드, 밤은 노래한다, 소설의 고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 나라의 앨리스, 일본현대 대표시선, 체호프 단편선, 친절한 복희씨, 혀. 대부분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블로그를 보다 마음 동한 책들. 그리고 서연이를 위한 노란 양동이, 삼신 할머니와 아이들, 선생님은 모르는 게 너무 많아, 화요일의 두꺼비.

산 지 얼마 안 된 MP3 플레이어 YP-U4를 주변에 중고로 넘기고 YP-Q1을 주문하였다. 녀석 작고 예쁜 줄 알았더니 작기만 하고 밉상이었다. 긴 충전 시간에 터무니없이 짧은 재생시간을 가진 데다 신곡 볼 줄 모르고 그저 마음에 드는 음악 왕창 넣어놓고 듣는 나에게 컴퓨터로만 충전하는 방식은 (처음엔 장점이라 생각하였지만)어지간히 불편한 것이었다.

아파트로 가려던 계획은 지금 사는 집 계약기간 만료 후로 미루었다. 눈여겨 둔 아파트를 가계약하고 며칠 후 정식 계약서에 날인까지 하고는 주인 쪽 사정으로 취소하였는데, 여러모로 정나미가 떨어져버렸다. 이래저래 무리인 줄 알면서 밀어본 것, 가계약 후 며칠 이리저리 꾸며본 살림이 아깝지만, 어쨌든 홀가분하고 가볍다.

허리와 왼쪽 어금니가 아파 한동안 애를 먹었다. 덕분에 벼르던 산에도 가지 못하고 위 용량도 좀 줄었다. 자가 진단으로는 이게 다 술 때문이지, 한다. 천천히 즐기는 법에 대한 생각은 많은데 때맞춰 치닫는 이놈의 성질은 어찌 이리 숙지지 않을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