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열병은 지나가기 마련이고,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다. 지나온 길에 발자국 하나를 더할 것이냐, 길을 지울 것이냐는 온전한 자신의 몫. 난생 처음 누군가에게 답을 구하는 어린 아이의 심정으로, 서산을 바라본다. 더딘 걸음에 그림자가 길다.
음력과 양력이 일치하는 생일, 기억에는 두 번째 맞는 생일이다. 내가 태어난 게 누군가에게 고마운 일일 수 있을까. 손끝에서 타는 담배를 보며 소멸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덩어리로 떨어지던 재가 바람에 폴폴 날아다녔다.
그게 얼마나 큰지 나는 몰랐다. 내가 아는 세상만 알 뿐, 그게 전부인 줄 알았다. 하긴, 한번은 올 줄 알았던 지도 모른다. 그만큼은 나도 기다렸으니까. 이제, 때를 기다리며 잔뜩 웅크린 벌레처럼, 터질지언정, 그저 꿈틀거리고만 있지는 않으리라. 누군들 알 수 있을까. 그렇게 한 세월 가고 나면, 터져서 붉게 물든 서산이 무엇을 노래하는가를.
그게 얼마나 큰지 나는 몰랐다. 내가 아는 세상만 알 뿐, 그게 전부인 줄 알았다. 하긴, 한번은 올 줄 알았던 지도 모른다. 그만큼은 나도 기다렸으니까. 이제, 때를 기다리며 잔뜩 웅크린 벌레처럼, 터질지언정, 그저 꿈틀거리고만 있지는 않으리라. 누군들 알 수 있을까. 그렇게 한 세월 가고 나면, 터져서 붉게 물든 서산이 무엇을 노래하는가를.
Tag // 생일
토요일, 맑은 가을날, 월드컵 경기장 뒤편 산을 올랐다. 여러 인연들이 모인 모임, 더러는 빠지고 더러는 그대로였으나, 빠진 자리가 커보였다. 다들 왕복 두 시간 정도 걸리는 산을 세 시간 걸려 완주했다. 0124님, 서연이, 웃음 고운 그 분, 그 분의 초등학교 동기, 이렇게 서연이의 발걸음에 맞춰 후미에 올랐는데, 산 위에는 삼십 여분 늦게 도착하였으나 아래에는 길을 잘못 든 일행들보다 오히려 일찍 도착하였다. 가파른 길도 꽤 있었는데, 그러고도 이 녀석은 힘이 남아도는지 펄펄 날아다녔다.
별 특색 없이 밋밋한 산 같으면서도 큰 산을 모양 그대로 줄여놓은 것처럼 오르내리는 재미가 있었다. 무언가는 비우고 무언가는 채운 느낌, 알 수 없는 호흡을 갖고 돌아왔다.
새벽에 깨었다가는(위의 글을 쓰고) 아침에 잠이 들고, 다시 낮잠도 곤히 잔 일요일, CGV 대구 5관에서 제8회 대구단편영화제 중 초청작2를 보았다. 락큰롤에 있어 중요한 것 세가지, 다리들, 열정 가득한 이들, Muscle Man, 프랑스 중위의 여자, 진영이. 프랑스 중위의 여자는 "햇살" 후배 백승빈 군의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작품으로 제6회 미쟝센단편영화제 공포판타지부문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이다. 녀석의 이미지와 중첩되는 착 가라앉은 분위기가 강렬했다. 2006년 4월 한국에 온 일본 락큰롤 밴드 '기타 울프'에 대한 다큐멘터리, 락큰롤에 있어 중요한 것 세가지가 신선했다. 그 세가지는 그들에 따르면 가오, 근성, 액션.
영화 시작 시간과 0124님을 기다리는 동안, 영화관 입구인 6층 난간에 턱을 괴고 5층 매표소에 떠다니는 사람들을 한참 바라보았다. 문득 각양각색의 발랄한 물결 속에 나 혼자만 괴리된 기분이 들었다. 익숙한 듯 그 기분이 나쁘지 않아 잠시 침잠하는 동안 뜬금없이 세상은 참 아름다운 것이라는, 그저 아무렇게나 내팽개칠 수는 없는 것이라는, 어떻게든 한번 부여잡고 싶은 어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는 "햇살" 후배 몇 명과 잠시 이야기 나누다가 언뜻 돌아가는 한 뒤태에 놀라 마음이 서성이기도 했다.
별 특색 없이 밋밋한 산 같으면서도 큰 산을 모양 그대로 줄여놓은 것처럼 오르내리는 재미가 있었다. 무언가는 비우고 무언가는 채운 느낌, 알 수 없는 호흡을 갖고 돌아왔다.
새벽에 깨었다가는(위의 글을 쓰고) 아침에 잠이 들고, 다시 낮잠도 곤히 잔 일요일, CGV 대구 5관에서 제8회 대구단편영화제 중 초청작2를 보았다. 락큰롤에 있어 중요한 것 세가지, 다리들, 열정 가득한 이들, Muscle Man, 프랑스 중위의 여자, 진영이. 프랑스 중위의 여자는 "햇살" 후배 백승빈 군의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작품으로 제6회 미쟝센단편영화제 공포판타지부문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이다. 녀석의 이미지와 중첩되는 착 가라앉은 분위기가 강렬했다. 2006년 4월 한국에 온 일본 락큰롤 밴드 '기타 울프'에 대한 다큐멘터리, 락큰롤에 있어 중요한 것 세가지가 신선했다. 그 세가지는 그들에 따르면 가오, 근성, 액션.
영화 시작 시간과 0124님을 기다리는 동안, 영화관 입구인 6층 난간에 턱을 괴고 5층 매표소에 떠다니는 사람들을 한참 바라보았다. 문득 각양각색의 발랄한 물결 속에 나 혼자만 괴리된 기분이 들었다. 익숙한 듯 그 기분이 나쁘지 않아 잠시 침잠하는 동안 뜬금없이 세상은 참 아름다운 것이라는, 그저 아무렇게나 내팽개칠 수는 없는 것이라는, 어떻게든 한번 부여잡고 싶은 어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는 "햇살" 후배 몇 명과 잠시 이야기 나누다가 언뜻 돌아가는 한 뒤태에 놀라 마음이 서성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