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굴장미

from text 2023/05/19 05:48
그림자가 없어 그림자를 그렸다.
그림자가 모자라
네 눈 밑 그늘을 훔쳐 그림자에 붙였다.
고운 주름이 그림자를 따라와
그림처럼 웃었다. 구분 없이
꿈처럼 웃었다. 흐린 꿈이 좋아
낮달도 불렀다. 줄지어
홍등이 그림자를 떨구었다.
떨어진 그림자는 떨어진 그림자를,
그림자는 그림자를,
너는 네 지난날을, 다시 장악했다.

철쭉

from text 2023/04/24 15:40
빛나는 청승도 저 세상도
피었으니 시들 일 있으리
윤이월 그믐에 꽃이사 피었겠건만
다 잊었겠건만
드러내지 않아도 드러나지 않겠느냐
드러나지 않아도 드러내지 않겠느냐
점점이
점점

사월

from text 2023/04/14 20:38
사월이 길을 나선다. 길이 벌떡 일어난다.
사월에 비가 온다. 세월이 비에 젖는다.
사월이 꽃을 꺾는다. 꽃이 꺾인다.
사월에 꿈을 꾼다. 새가 울고 세상이 저문다.
사월이 집을 짓는다. 잔월에 그림자가 길다.
사월이 사월에 사위고 사월에 불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