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고 또 봄이 오고 저기 저쯤, 겨울을 살던 너는 가고 다른 네가 방긋 웃는다. 물이 오르고 막이 내린다. 또르륵 세상이 구르고 저기 저쯤, 모른 척 다시 네가 나타난다.
그만 없앨까 진지하게 고민하던 수조의 위치를 옮기고 며칠 뒤, 더 유지하기로 마음먹은 김에 바닥에 적사를 깔았다. 탱크항 칠 개월 만이다. 어제 아침 무렵 조명을 켰을 때와 한낮 조명을 껐을 때. 마음에 들기도 하고, 많이 바꾼 기념으로 남겨 둔다. 갤럭시 A32.
Tag // A32
맞아요, 인생은 슬픈 구석이 있어요. 네, 건배. 그래요, 소멸이 예정되어 있고 이별이 예정되어 있으니까요. 그럼요, 살아있을 때에도 온전할 수 없고 만날 때에도 제대로 알거나 소통할 수 없지요. 그게 인생의 참맛이니 어쩌니 해도 슬픈 건 어쩔 수 없겠지요. 아무렴, 인생이 슬프거나 말거나 그게 뭔 대수일까요만. 네, 어제는, 그래요, 어쩌면 내일은, 달랐거나 다를 수 있을 거라는 건 말도 안 되고 말고요. 네, 한 병 더. 그렇지요, 그렇게 욕망을 소진하고, 흥미를 잃고, 약간의 강박과 약간의 관념에다 약간의 소신을 더하다 보면, 종착이지요. 일찍이 배운 바를 늦게까지 잘 지킬 수 있기를 바랄 뿐. 아무렴요, 서글픈 일이고 말고요. 그래요, 건배. 그런데, 사는 게 또 아무 것도 아닌 게 아무 것도 아닌 게 아니고, 별 게 또 별 게 아니기도 하더란 말이지요. 다 놓아도 놓지 않는 그것도, 꼭 붙잡던 어떤 것도 다 놓을 때가 있더란 말이지요. 네, 위하여. 애정보다는 우정을, 사랑보다는 의리를. 그렇지요. 누가 말했던가요, 무엇으로부터 자유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위한 자유인가. 그런데 말입니다, 무엇을 위한 자유인가도 좋지만 무슨 수로 자유인가 묻지 않을 수 없더란 말이지요. 좋지요, 한 병 더. 그럴 리가요, 해답이 사랑이거나 운명일 수는 없지요. 그렇고 말고요. 네, 그저 하나의 똥덩어리일 뿐이지요. 똥통을 헤쳐 나가는 우아한 똥덩어리, 필시 똥통을 이루고야 말 행복한 똥덩어리들일 뿐이지요. 그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