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무대

from text 2024/04/10 16:20
막이 오르면, (배경)눈 덮인 산하. (배경 음악)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1곡 안녕히 /Gute Nacht, 바리톤. (잠시 후, 독백)누구나 가야 하는 길, 인생은 슬픈 것이로구나. (억겁의 길을 걷는 나그네, 이어지는 독백)잘 있으라, 모두들. (노래 소리 높아지다 곧 암전)침묵 후 서서히 밝아지는 무대. 나그네는 사라지고, 눈 덮인 산하에 내리는 눈. (배경 음악)20곡 이정표 /Der Wegweiser에 이어 24곡 거리의 악사 /Der Leiermann. (독백)인생은 슬픈 것이로구나, 누구나 가야 하는 길. (천천히 막이 내리며, 이어지는 독백)그대, 잘 가오.

걸어라

from text 2024/02/29 05:16
울적하거든 걸어라
삶이 속이는 것 같거나
세월이 야속하여도
산길이든 들길이든
꿈길이든
살 만하거든 걸어라
딱 죽고만 싶거나
대개 부질없어도
인연이야 모를 일
저 세상 일일랑 잊고
다시 걸어라

마지막 계절

from photo/etc 2024/02/25 08:56
토요일 저녁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린 최백호 콘서트에 다녀왔다. 한 주 내내 비가 내리더니 공연을 보고 나오는 길에 또 비가 내렸다. 공연의 감흥에 비까지 내리니 날씨 핑계로 다음날 예정되어 있던 사계동행 산행 일정을 뒤로 미루고 이십여 일만에 한잔하였다. 대봉동 징기스와 퍼센트. 창밖 풍경에 가라앉았다 자정 너머 돌아올 때까지 내내 비가 내렸다.

나이가 들고 긴장을 즐기는 여유를 갖게 되었다는 말과 마지막 계절이 가을이었으면 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문제일 뿐 한 호흡에 부르기 어려우면 세 호흡에 부르면 된다고, 아흔에도 콘서트를 할 거란다. 그때 부를 마지막 계절이라는 노래도 만들어 두었다며 조금 들려주었다. 멋있게 잘 늙었다는 생각을 하며 멋있게 잘 늙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사람이 산다는 게 무얼까 잠시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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