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소야곡

from text 2006/09/17 08:05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소규모아카시아밴드(김민홍, 송은지)의 짧은 공연을 보았다. 음악 쪽으로는 확실히 문외한이라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이고, 2집 '입술이 달빛'에 실었다는 '고양이 소야곡'과 미발표곡 '룰루랄라' 단 두 곡을 들었을 뿐이지만, 반해 버렸다. 한번에 이렇게 뻑 가는 경우는 잘 없는데, 둘이 생긴 것도 참 편안하고 맘에 든다. 고양이 소야곡은 꼭 다시 듣고 싶다.

가을이 깊어가니 겨울은 멀지 않고 살아갈 날도 많지 않으니 또 돌아보고 들여다볼 때가 아니겠는가.
이 어찌 기쁘지 아니하리오, 열시 전부터 꼬박 네 시간 반에 걸쳐 사이드바 메뉴를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스킨 수정에 성공하였으니. 전에도 몇 번 시도해 보았으나 포기하고 말았던 터.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낮에도 한참 헤매다 정확한 위치를 몰라 방명록에만 적용하던 새 글 아이콘 플러그인을 사이드바에도 모두 적용시키고 나도 모르게 소릴 질러 주위를 놀라게 하였는데.

막상 성공하고 보니 수고에 비해 뭐 꼭 필요하지도 않고 그리 예뻐보이지도 않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데 안하는 거랑 하지 못해 못하는 거랑은 차이가 있지, 있고 말고.

그새 많은 공부가 되었다. 태터 가이드를 거의 훑다시피 하고, 태터 기본 스킨 소스를 한글에 복사해두고 이 스킨 소스와 일일이 대조하며 하나하나 적용하고 또 적용해가며 건진 성과이다. 알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니겠지만, 이 시간까지 물 한 모금 먹지 않고 오줌과 담배도 참아가며 버틸 수 있었던 게 용하다. 참으로 오랜만에 스스로 대견한 마음이 다 든다. 포기할까 하는 유혹을 마지막 시도에 이겨내었다. 이 좋은 가을밤은 감정의 과잉을 허용하고말고.

썸네일리스트 출력 및 사이드바 랜덤 이미지 출력 플러그인의 성공적 적용에 이은 두번째 숙원 사업의 해결이다. 하나 더 바란다면 블로그 제목 들어가는 난의 글자체나 크기 변경에 관한 건데, 즐기며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짧지만 단 잠을 잘 수 있겠다.

달팽이의 세계

from text 2006/09/14 05:09
냉장고에 넣어둔 지 며칠 지난 포도에서 달팽이(한자어로 蝸牛 또는 山蝸라 부른다니 멋이 담뿍한 이름이 아닐 수 없다)가 나왔다. 서연이가 하도 좋아하여 포도 가지를 받쳐 임시로 집을 만들어 주었다. 습성에 대한 공부를 좀 하고 잘 한 번 키워봐야겠다.

거기에는 우리가 모르는 세계가 있다
눈 깜빡할 새 하루를 보내는 우리가 감히 짐작할 수 없는 세계가 있다
노고지리의 노래도
고래의 가슴도
가늠할 수 없는 그리움이 있다
호흡을 멈추고
합장하며
가만히 응시하노라면 거기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세계가 있다
가느다란 촉수의 떨림에 이은 아슬아슬한 곡예가 있다
맨 끝에 매달려
웅크리고 침잠하는 무서움이 있다
후학을 위해
길게 한 줄기 남겨주시는 센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