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목어가 간다. 법당 건너 재 너머, 여기서 저기로. 지치면 잠이 단 법, 오래 지치면 영원한 수면도 두렵지 않겠구나. 그리움에 지치면 영영 잊기도 한다니, 긴 꿈에서 깨어 긴 잠에 들면 꿈이 무어고 잠이 다 무어랴. 찬바람 한 번에 간밤의 국화도 색이 바랬다. 절간 돌절구에 살얼음이 끼고 운판은 저 혼자 울었다. 덧없이 가노라만 어찌 너나 나만의 일이랴. 모퉁이마다 마른 물고기가 걸렸다. 빈속에 마른잎을 채웠다. 돌아갈 길 없구나. 법고와 범종이 따라 울었다. 마른풀에 꽃이 피고 산새가 날았다. 너와 누운 자리였나, 먼일처럼 눈발이 날린다.
토요일 저녁, 늦가을의 길거리는 온통 낙엽이었다. 상가들은 불만 밝혔고 아무도 없었다. 이천동과 봉덕동의 경계, 바람도 없이 노란 은행잎이 비처럼 쏟아졌다. 11월 중순에 이렇게 포근한 날이 있었나. 많은 잎을 단 나무들이 많은 잎을 떨어뜨렸고 떨어진 잎들이 눈처럼 쌓였다. 한 쌍의 새가 버즘나무 이파리를 피해 노란 무덤으로 날아들었다. 부리를 비비며 인연이란 게 있을까, 나지막이 속삭였다. 너는 멀리 날아가려마. 나는 무덤을 파헤치듯 길을 내 새를 쫓았다. 기다리는 이에게 기다리지 말라 일렀다.
* 더러 서너 잔을 먹은 때가 없지는 않다만, 어쩌다 한두 잔만 먹겠다는 결심을 잘 지키고 있다. 그런대로 오래오래 갈 수도 있겠다. 식구야 논외로 하고, 늘 그렇듯 조금의 일탈이야 없으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