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보내며

from text 2021/08/14 20:56
최백호의 가을 노래들을 반복해 듣는다. 가을 바다 가을 도시와 가을의 여인이 특히 좋다. 가을에 형체가 있고 소리가 있다면 딱 최백호의 외양에 그 노래겠다. 마침 올해는 가을도 일찍 올 모양이다. 봄이 길고 여름이 늦었으니, 겨울이야 언제 온들 어떠리. 길고 짧은 하루하루, 무거운 정신으로 가볍게 살아야지. 점심으로 생선 한 마리 들어가지 않은 민물새우 매운탕을 먹었다.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 일품이었다. 가을에 맛이 있으면 이런 맛일까 생각하였다. 다시 몸도 좀 가볍게 가질 생각을 하였고, 적응을 하는 거겠지, 다 잘 보이지 않아도 괜찮구나 생각도 하였다. 진짜 나이를 먹는 걸까. 많은 데서 위화감이 없다. 어쨌든, 잘 가라,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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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아래에서

from text 2021/08/09 16:01
가을이 행복을 만나 그렇게 울더니 겨울이 오기 전 겨울 몰래 숨었더라. 봄이 오기 전에는 겨울도 같이 봄 몰래 숨었더라. 여름에는 가을, 겨울, 봄이, 가을에는 겨울, 봄, 여름이 그렇게 서로 숨었더라. 사연일랑 계절 너머 보내리. 몸서리치게 푸른 밤, 푸르러서 좋아라.

계절이 부르는 소리

from text 2021/07/07 15:13
계절이 어쩐 일로 제자리를 찾는가 싶더니 장마는 또 기록적으로 늦게 시작하는구나. 장마 생각을 잊을 만큼 더위가 늦게 오고 봄이 길었다. 며칠 집에서 소방 관련 교육을 받고 한 주 간격으로 두 눈을 번갈아 수술 받느라 유월도 유난히 길었다. 수술 후 한동안 TV나 컴퓨터, 스마트폰이나 책을 보지 말고 편히 쉬라는 말에 여태 쉬는 방법을 너무 모르고 살아왔나 생각하였다. 쉴 줄 모르고 가까운 거리는 안경 없이 잘 보이니 소소한 집안 정리나 요리, 설거지가 꽤나 재미있는 일이 되기도 하였다. 때때로 눈을 위해 멍하니 누워 있으면 누군가가 생각나고, 대책 없이 따라가다 보면 누구의 것인지 모를 소처럼 크고 선한 눈동자가 떠오르기도 하였다. 글쎄 그것 말고 뭐가 있을까. 내 어딘가에 까맣게 파인 자국이야 남았겠지. 나도 뭐 좀 파긴 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시간은 더디지 않고 예나 지금이나 기다릴 줄 모른다. 귀도 조금씩 먹는가. 계절이 부르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더는 나도 듣지 않고 부르지 않는다. 빗소리가 우렁차다. 연못의 물고기들아. 잘 가라. 잘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