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간다. 언제이던가. 인위적으로 구분해 놓은 시간에 구애되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이. 어쨌든 시간은 흐르고, 결심도 늙고 나도 늙어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소회가 전 같지 않다. 세상을 더 살아 그리 보이는 건지 실제 그런 건지 사람이 살아간다는 게 새삼스럽고 팍팍하기만 하다. 우리가 보는 과거는 과거에 과거를 보았던 사람들의 그것과 다를 것이다. 아무려나, 좋은 기억만 갖고 갈 순 없겠지. 어쨌든. 결심 같은 건 안 할 결심 말고, 몇 가지 결심. 하매 안 먹은 지 일주일이 지났다만, 무엇보다 먼저, 꽃 피는 봄이 올 때까지 술을 멀리하겠다. 그리고 몸을 쓰고, 볕도 좀 쬐어야겠다. 아침저녁 팔 굽혀 펴기라도 꾸준히 하고 다시 좀 걸어야겠다. 말을 아끼고, 더듬더듬 세상과 주변을 돌아봐야겠다. 아이들이랑 많이 놀고, 어른들을 자주 뵈어야겠다. 그래, 숨도 좀 천천히 쉬어야겠다. 작은 설, 동지를 지나며 안 먹던 팥죽도 먹었으니 나이도 제대로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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