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을 두고

from text 2015/11/09 16:52
안경을 벗고 홀로 자리에 누우면 타임머신이 따로 없다. 왼쪽으로 잠시 뒤척이면 금세 일이십 년을 거스르고, 오른쪽으로 돌아누우면 먼 앞날이 문득 다가선다. 이도 저도 싫어 똑바로 천장을 향하면 그때의 내가 빤히 떠 있다.

가을이 저문다. 가을이 저물어 네가 울고, 네가 울어 날이 저문다. 산이 무너진다. 가위도 정이 드는가. 나는 두려움이 두렵다. 길은 몇 갈래, 너를 두고 이 길을 간다. 푸르게 꽃무릇을 밟고 간다. 마음이 지척이라 가는 길이 멀다.

똑똑

from text 2015/10/13 05:09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렸다.

어떻게 자랄까?

텃밭 같은
내 마음.

언제부터이던가

from photo/etc 2015/10/11 06:38
서두르는 자에게는 서둘러 가는 길이 보이는 법이겠지. 머무는 자에게는 멈추는 것만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언제부터이던가. 슬픔, 기쁨, 즐거움, 성남, 아픔, 그리움 같은 고유의 감정을 잘 모르고 지난다. 둘러보면 나만 그런 것이 아닌 듯, 외면하고 지날 일이 아닌 것들이 새삼 귀하다.

10월 8일, 세 모자의 통영 나들이 길에 건진 사진 한 장. 느낌이 좋다. 0124님의 갤럭시W.

일 년이 이리 빠르다. 언젠가도 했던 말이지만, 달라진 건 없는데 또 모든 게 달라졌구나. 짧은 머리칼이 밤새 바람에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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